눈물이 핑 돌아요. 오늘은 목이한테는 무지 슬픈 날입니다. 아침나절 목이는 엄마의 따스한 목소리에 잠에서 깨어났지만, 어제 석이한테 들은 말이 기억에 남아, 아침부터 우울합니다."형, 나 내일 이사 가." "피이~ 좋겠다."기분 나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어제 헤어진 일이 너무나 생생하게 목이한테는 생각납니다. 어제 석이의 모습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어요. '짜식, 난 이렇게 슬픈데, 조금밖에 슬프하지 않다니' 참으로 목이의 마음을 다 이해하지 못하는 석이를 보고 목이는 무지 마음이 아픕니다.
석이는 참으로 똑똑한 아이였어요. 그래서 목이는 '똘똘이'이라는 별명을 붙여 주었어요. 항상 밝게 웃고 다녀서 이웃 아줌마한테 인기가 많았어요. 그런 석이가 얄미울 때가 많았지만, 목이는 석이를 참으로 좋아했어요. "엄마! 석이한테 갔다올게""석아~석아~ 놀자.""아줌마 석이 어디 갔어요?"목이는 이런 말밖에 몰랐어요. 석이가 한나절 훌쩍 떠나 학원갔다오는 날이면 아파트 공원에, 석이가 돌아오는 모습이 잘 보이는 모퉁이에 앉아 자동차놀이 하곤 했습니다. 혼자 노는 것이 목이는 무지 싫어 했어요. 입술이 이만큼이나 나와 자동차를 굴리는 손엔 힘이 가득합니다. 때론 신경질을 부리며 자동차를 던져버립니다. 목이한테는 석이의 미움으로 가득찹니다. "짜식! 이제 놀아주는가 보자" 어느새 목이의 눈에는 눈물이 고입니다. 목이는 울 것만 같습니다.
어느새 학원갔다 돌아오는 석이의 모습이 저만치의 모퉁이에서 보입니다. 목이의 눈에는 석이의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왜 기뻐지 않겠어요! 그러나 목이는 못 본척합니다. "형아~ 나하고 놀자." 석이가 저만치에서 한아름 웃음을 안고서 뛰어옵니다."형~ 나하고 놀자" 어느새 목이의 얼굴에도 살며시 웃음이 번져갑니다. "그래. 이 큰차 석이 해" 이렇게 시작한 자동차 놀이는 해가 저물고 어두컴컴해서야, 엄마의 고함소리가 들리고서야 끝이 납니다. "형 내일 봐""그래"
목이가 석이를 만난 건 3년전 일입니다. 목이가 석이의 집 바로 윗집에 이사를 왔습니다. 어느날 한 아줌마가 찾아왔는데, 아줌마 뒤에는 눈 큰 아이가 한명 있습니다. 그 아이가 석이었어요. 석이 엄마와 목이 엄마는 초등학교때 단짝친구였대요. 석이는 참으로 부끄러움이 많은 아이였어요. 항상 엄마꽁무늬만 쫓아 다녔어요. 목이 또한 그랬어요. 목이는 이제 막 이사를 와서 친구가 당연히 없고, 석이는 부끄러움이 많아 석이 또한 친구가 없었어요. 엄마끼리 자주 만나니 자연스레 석이와 목이도 자주 만나게 되었어요. " 석아! 목이형이 나이가 많으니까, 형이라고 불러" 석이 엄마가 말했지만, 형이라는 말을 들은 것은 한달쯤 지난 때였습니다. '짜식 형이라는 말이 그렇게 안 나올까' 하고 목이는 생각했어요. 그래도 목이는 기억납니다. 석이가 형이라고 처음 불렸던 말을. "형 저 자동차장난감 가져 놀도 돼"
그런 석이가 오늘 이사를 간답니다.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아, 점심 먹고 나서 바로 간답니다. 어디로 가냐고 어제 목이가 물어보았지만 석이는 잘 모른다고 했습니다. 괜히 석이가 미워 목이는 알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석이랑 우리집에서 같이 살면 안 될까?'라고 목이는 생각했습니다. 점심때가 점점더 다가왔습니다. 목이는 그냥 방한켠에서 자동차를 매 만지고 있을 뿐입니다. 석이 엄마가 왔습니다. 목이 엄마한테 인사를 하러 왔는가 봅니다. "석이도 왔구나"목이 엄마가 말했습니다. 그러나 목이는 방에서 나오지도 않습니다. 석이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습니다. " 형! 나 간다" '피이~ 나뿐놈' 목이는 그 생각뿐입니다. " 형! 자동차 내가 가져 갈게" 목이는 석이 손에 자동차를 쥐어 주었습니다. 그리고 석이는 엄마손에 이끌려 가버렸습니다. 목이는 아파트난간에서 석이가 타고 가는 화물차를 볼 뿐입니다. 목이의 눈에는 눈물이 핑글 돌았습니다. 화물차를 타고 가는 석이의 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엄마! 석이는 아주 먼곳으로 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