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비 하나 숟가락 두 개-노춘희
낭독-이의선
요양보호사 공부할 때였다. "내일 점심은 양푼 비빔밥 어
때?" 마음이 모아진 교육생들이 다음 날 점심시간, 밥과 고
사리. 도라지, 시금치, 콩나물, 우거지 등 여러 가지 나물과
고추장, 참기름, 깨소금 등을 가지고 왔다. 밥을 커다란 양
푼에 한데 넣고 비빈다. 다 비벼지길 기다리는 동안 숟가락
을 들고 침을 꼴깍 삼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나도
그한 자리에 끼어서 기다리는 동안 문득 어린 시절이 생각
났다.
나는 어릴 때 올케언니와 함께 양푼에 비벼 먹었다. 계절
마다 다른 니물이 우리 비빔밥에 입맛을 돋우어 준다. 봄이
면 봄니물, 산나물, 여름이면 발에서 나오는 갖가지 채소들
이 풍성하였다. 양념은 특별한 건 없다. 다만 우리 집 간장
된장 고추장이 맛있었고 우리 고장의 특산물인 마늘을 듬뿍
넣고 참기름 한 방율이면 겉절이로 보리밥 한 양푼이 뚝
딱이다. 가을이면 무생채로, 배추로는 쌈을 싸 먹기도 하였
다 매일 나물로 비벼 먹어 질리기도 했으나 다른걸 먹을수
수 없었다. 요즘처럼 생선이나 육류가 흔하지 않던 시절이
었다. 내륙지방인 우리 시골에서는 생선이 더욱 귀했다.오
직 명절 때나 제사 때에만 맛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채소는
늘 우리 곁에서 풍성하게 먹을거리를 제공해 주었다. 겨을
에는 시래기에 된장을 넣고 들기름에 볶아서. 또는 시래기
죽을 끓이거나 시래기 밥을 해서 된장에 비벼 먹기도하였
다. 그때는 식량이 넉넉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래기를 양식
에 보탬으로 먹었지만, 지금은 웰빙 바람 덕에 귀한 음식의
로 대접받고 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어릴 때부터 웰빙음식
인 자연식품만 섭취하고 자란 셈이다. 시래기는 서리를맞
은 무청이나 배추 겉잎을 삶아서 그늘에 말렸다가 다시삶
아서 질긴 겉껍질을 벗겨 내야 속살이 부드럽고 맛있다...
나는 첫 사돈을 만나서도 냄비 비빔밥을 먹었다. 우리는
예식장에서 함께 입을 웃을 맞추고, 늦은 점심을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그냥 헤어지기 아쉬워 이른 저녁을 먹
자고 했다. 막상 일 인분씩 다 먹기는 너무 많다는 생각을
우리는 동시에 하였다. 인심 좋은 주인 아주머니가 눈치를
채고는, 두 분이 일 인분을 같이 먹으라는 말에 우리는 냄
비 비빔밥 하나를 시켰다. 사부인은 젓가락으로 밥을 비볐
다. 그래야 밥알이 뱅글뱅글 살아있다고 한다.
역시 전주비빔밥의 고장에서 자란 덕으로
이런 새로운 비빔법도 알게되었다.
전주비빔밥의 유래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고 한다. 궁중
음식설, 농번기설, 임금님 몽진설, 동학 혁명설, 묵은 음식
처리설, 제사 음식설 등이 있다고 하였다.
조선 시대 임금님의 수라와 궁중 음식설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임금의 수라에는 흰수라, 팥수라, 오곡수라. 비
빔밥 등이 있었다고 한다. 비빔밥은 종친이 입궐하였을 때
가볍게 먹는 식사였다. 종친들에 의해 민가에 전해져서 오
늘날에 비빔밥으로 탄생했다는 설도 타당설을 갖는다고 하
였다
그러나 비빔밥은 어디에서 유래했건 전국 어디서나 지역
의 특성에 맞게 여러 가지 나물로 비벼 먹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유한 음식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을 비롯한 일본,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10여
개국 나라로 수출되는 자랑스러운 우리 고유의 귀한 음식
이다
맛의 조화는 화합의 의미로도 깊은 뜻이 담겨있다.우리아
이들도 이 비빔밥처럼 잘 어우러져서 잘 살 것이라는 법
을 양념으로 섞었다. 냄비 하나에 숟가락 두 개로 한대비
벼 사부인과 함께 맛있게 먹었다.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얼굴이 화끈거리며 부끄럽기도 하였다. 집에 와서 남편에
게는 핀잔 들을까 봐 말을 못 했다.
막내딸은, "맛있는 걸로 드시지 그랬어요." 하였고, 아들
은, "장모님도 소탈하신 분이라 괜찮아요."라고 했다. 이치
럼 멋과 맛이 어우러진 근사한 식사를 한 사람은 오직 우리
밖에 또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혼자 미소 지었다. 훗날사
부인을 만날 때, 좀 더 근사한데 가서 음식 대접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자식을 서로 나누어 갖고 동시에 또 하나의 자식을 얻는
귀한 인연의 자리에서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멋진 추억
을, 냄비 하나에 숟가락 두 개로 우리 아이들의 사랑도 함
께 비벼 먹었다.
그때 그 비빔밥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첫댓글 자식을 서로 나누어 갖고 동시에 또 하나의 자식을 얻는
귀한 인연의 자리에서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멋진 추억
을, 냄비 하나에 숟가락 두 개로 우리 아이들의 사랑도 함
께 비벼 먹었다.
그때 그 비빔밥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울 멋진 성우님 좋은 멋지게 낭독해주시어
즐감합니당 ㅎ
항상 건강하시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