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 몸을 싣고 혼불문학관으로 이동합니다.'전주 최명희문학관'은 가 봤어도 여기는 처음이지요.이 가을의 '단풍구경' 명목이었음을 밝힙니다.가벼운 마음으로 하늘,구름을 만끽하고 시각장애우들과의 삶을 나누고자 했지요.교수님의 작품해설에 내 눈은 안내책자에 안간힘을 다해 매달렸어요.'혼불'의 배경,시대의 풍속사,민속학,국어학,역사학,인류학적인 세세한 자료를 통한 모국어의 산실..원고 1만 2000장.일제강점기.1930-1940 전북 남원의 양반가문과 거멍굴 하류층 이야기. 17년의 세월을 온 육신 영혼 뼈 정신을 기울여 써나간 '혼불'에 우리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그저 탄사만 가득합니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읽지 않았기에 소설의 줄거리를 훑으며 깊은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남원시 사매면 노봉마을,삭녕 최씨의 500년 세거지로 작품의 무대와 문학관을 탐방하며 민족의 혼, 가치관.서민층의 민속학적 삶들에 눈과 귀를 할애합니다.가는 비를 맞으며 도움을주신 해설사의 말씀 중 혼불의 의미.전라도 방언.남자는 꼬리가 있고 여자는 둥근 모양의 혼..토지와 혼불의 차이.토지가 허구라면 혼불은 최명희 님의 조상 이야기라고 했지요.남원지방의 사투리이며,작가 님이 새로이 낱말을 창조했다는 것.스솰스솰..맞나요.겨우내 얼음이 녹아 흐른다는 의미의.
혼불문학관에 처음 도착해 가장 먼저 눈에 뜨인 곳은 청호저수지였어요.작품 속 청암부인이 2년여에 걸쳐 만들었다는..검푸른 물은 바람을 타고 나지막히 가을을 노래하고 있었지요.노란 짚으로 지붕을 얹은 정자에 앉아 최명희 님을 생각했어요.사람은 가도 이렇게 아름다운 흔적들로 작가를 기억나게 하는 것 모두가 '문학의 위대함'으로도 여겨집니다.새암바위 옆 빨간 우체통.'왠일인지 원고를 쓸 때면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어 글씨를 새기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는 문구에 글을 쓰는 작가의 고통을 엿봅니다.'달맞이 동산'에 가서 소원을 기원해야 하는데 아들과 함께 한 나는 저수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이야기 했어요.아들의 소원은 '엄마가 건강했으면 좋겠다'해 울컥했지요.최명희 님,우리의 소원도 들어 주겠지요?.아직도 기억이 생생한 '서도역'. 딱! 내 스타일입니다.전라선 남원역과 오수 사이의,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간이역.먼지 쌓인 역 안으로도 들어가 보고 철길을 걸었지요.김갑주 님이 주변 사람들과 팔짱 끼고 '끝이 없는 길'을 노래하며 걷던 철길.그 노래가 귓가에 맴돕니다.
'다시 못 올 듯 다녀가소서'였던가.정자 짚지붕 아래 붙여진 작은 푯말입니다.맞아요.이 곳에 다시 또 올 수 있을까요.처음이며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까요.실재와 가상 속에서 살짝 몽롱해지며 고양이들도 만났고 한없이 쓸쓸한 코스모스에 눈물도 흘렸지요..멍멍.강아지가 서도역에서 우리를 줄곧 따라다녀 동물들의 문학기행이라고도 붙여 봅니다.버스 안 뒷자석에 냐아옹~고양이가 떠억~하고 앉아 장애우들이 선생님을 부르고 난리였지요.최명희 님,오는 길에는 '우리말,방언 퀴즈대회'가 있었어요. 사투리가 정겹고 킥킥 웃음도 나며..우리말을 익혔습니다.그리고 오늘은 이계양 교수님과 강두희 사모님이 처음 만난 날이라는군요.교수님도 참 로맨티스트입니다.^'문학관 곳곳에 존재한 최명희 님의 사진들에 각인되어 하늘을 보고 구름을 보아도 온통 '최명희님'얼굴 뿐이었지요.'아름다운 세상 잘 살고 간다'유언과 수필'우체부'를 되뇌어요.가볍게 갔다가,최명희 작가님 향한 큰 존경심으로 고개 숙이고 돌아옵니다.
첫댓글 최명희작가님의 유언, '아름다운 세상 잘 살고 갑니다' 라는 감동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습니다.작가의 생명을 쏟아부은 작품,혼불을 혼불문학관을 대하며 숙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삶에 대한 진중함 새기는 기회도 됐습니다. *혼불*가을문학기행! 또 가고 싶은 곳 입니다.
아들과 엄마 항상 뭔가를 담는 것 같은 인상, 세상을 관조하고 내색을 별 하지 않는 성품, 조용하고 웃고만 계시더니
나와 같은 재미를 만끽하고 계셨군요. 여행하면서 정리된 글 보면서 다시 여행 사진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