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추新秋 - 신석정
뜰을 거날던 나는
문득 한라산이
한라산 원시림이 떠올랐다
그 질리도록 파랗게
골짜길 메우던
자양화資樣花 꽃그늘에서
옥玉을 굴리는 휘파람새 울고
눈이 모자라도록 아득한
뻐꾹채 꽃밭을 생각하던 나는
역시 남루한 인셍을 데불고
뜰을 거닐고 있었다.
아득한
파도소리 같은
솔바람 소리 같은
밀화부리 노래에 뒤섞여 오는
그런 조용한 음악이
여울져 깔려오는 속에
낙우송落羽松 옆에서는
옥잠화가 고동을 올리고 있었다.
어디메선가
우두둑
여름을 몰고 가는
들릴락 말락 여윈 원뢰遠雷 에 이어
금시 빗낱이 뚝뚝 듣고 있었다.
-주간중앙1971.8.
신석정 시인의 <신추(新秋)>는 여름이 물러가고 가을이 막 시작되는 시점의 미묘한 계절감과,
그 속에서 느끼는 삶의 비애와 평온을 정교하게 담아낸 작품으로
이 시는 '한라산(이상)'과 '뜰(현실)', '여름(지나가는 것)'과 '가을(오는 것)'의 대비를 통해
인생의 쓸쓸함을 자연의 섭리 속에 녹여내고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남루하다'고 말하면서도, 주변의 꽃과 새소리,
빗소리에 세밀하게 귀를 기울이는 시인의 모습에서 삶을 관조하는
깊은 시선과 자연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아름다운 시입니다.
지금처럼 계절이 바뀌는 길목에서 읽어보면 그 '우두둑' 소리가 더 가깝게 들릴 것 같네요!
첫댓글 늘 애쓰시는 우리협회 수석부회장 윤영미 시인님의 덕분에 오늘도 귀한 시 잘 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
반가운 방문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