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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 부분은 앞 부분의 연장이니까 더 쉬울 줄 알았는데, 추론이 더 많아서 그런지 오히려 더 어렵게 느껴지네요. 날짜는 다가오고.... 더 꼼꼼히 봐야 하는데, 시간 관계상 대충 마무리하게 되어 찜찜하네요. 단순 참고용으로만 활용하시기 바랍니다. 좀 더 자세한 내용 및 이 책과 관련한 얘깃거리, 예컨대 “마르크스가 예언한 공황론과 기업의 유한성 문제는 어떻게 연결해 바라보는 게 좋을까”, (좀 더 중요한 문제로서) “앞으로의 부동산 가격은 어떻게 될 것인가” 등등에 대해서는 새로 옮긴 장소인 주엽 사과나무 치과 7층에서 예전과 같은 짝수 달 넷째 주 토요일(12/22) 4시에 뵙고 얘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5장. 인류세에서 도시세로 : 도시가 지배하는 행성
인구가 10억 명에 도달하는 데는 200만 년이 걸렸지만, 다시 10억 명이 더 늘어나는 데는 120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10억 명이 늘어나는 데는 35년도 채 안 걸렸다. 그 뒤에는 겨우 25년밖에 안 걸려서 1974년에 40억 명에 이르렀다. 그리고 겨우 42년밖에 안 지난 지금 세계 인구가 다시 거의 2배로 늘어서 73억 명을 넘는다. 다음 세기가 시작될 무렵에는 120억 명에 도달할 수 있다. 이런 인구 폭발을 주도한 것은 도시화다.
도시화는 많은 명암을 낳는다. 긍정적인 이론들은 도시화로 인한 어두운 면이 혁신을 통해 극복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하지만 문제는 도시화에 에너지 사용이 수반되고, 현재 지구의 에너지 사용은 지구 내부적으로 공급된다는 데 있다. 화석 연료의 사용은 탄소를 발생시켜 지구 온난화와 같은 온도 변화를 야기한다. 동식물들의 생활사를 관장하는 과정들은 온도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다. 핵융합과 같은 엄청난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탄소의 양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엔트로피 생성이라는 장기적인 문제를 남긴다. (아직 효율성이 낮지만) 태양력과 같은 외부의 무한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한, 도시화라는 무한한 성장과 화석 연료 등 내부 에너지원의 사용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다.
6장. 도시의 과학에 붙인 서문
대부분의 도시 개발과 재생은 대부분 성공적이지 못했다. 명확한 판단 기준은 없지만, 거의 모든 계획도시가 공동체 정신이 전반적으로 결핍되어 있고 대중 활동과 문화 활동의 부산스러움도 없고, 영혼도 없고 소외되는 결과를 보여준다.
도시는 놀라울 만치 탄력성을 띠며, 끊임없이 진화한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실패한 도시 계획에 의해 탄생한 워싱턴은 150년, 런던은 100년, 브라질리아는 50년이 지나서야 활력을 찾았지만 아직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중국은 농촌 인구 3억 명을 도시로 끌어들이기 위해 수백 곳의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야심찬 계획에 착수했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도시들은 공동체 의식이 거의 없는, 영혼 없는 유령 도시라고 말한다. 도시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진화하고 물리적으로 성장한다. 상호작용이라는 중요한 차원을 무시하고 오직 건물과 기반시설에만 집중하는 것은 근시안적 사고이며, 재앙까지 빚어낸다.
7장. 도시의 과학을 향하여
세계의 장기 지속 가능성 문제에 관한 이론을 정립하려는 생각과 자연의 근본적 현상을 그 자체로 이해하고자 하는 욕망이 겹치면서 샌타페이 연구소(저자가 속한 연구소)는 도시와 기업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생물학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샌타페이 연구소에서 이 연구 계획을 출범시키기 전에는 도시와 기업에 관한 물리학적 연구 사례가 없었다.
2004년 샌타페이 연구소의 한 연구원이 유럽 국가들에서 도시의 크기에 따라 주유소의 개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조사해 보았다. 도시 인구가 104명, 105명, 106명, ...으로 10의 거듭제곱만큼 늘어날 때마다 주유소의 수는 αX104x0.85개, αX105x0.85개, αX106x0.85개(α는 상수)로 10의 0.85제곱만큼씩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인구가 약 5만 명인 소도시와 500만 명의 대도시와 비교하면 인구가 100(=102)배 늘어날 때 주유소는 50(≒102x0.85)배만 늘어난다. 주유소를 겨우 50배 늘리는 것만으로도 100배 더 많은 사람들에게 연료를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규모가 커질수록 평균비용이 절감되는 이러한 현상을 ‘규모의 경제’라고 한다. 또 다른 연구원들은 주유소 뿐 아니라 수도관, 도로, 전선의 총길이 등 도시의 모든 물질적 기반시설이 규모의 경제를 따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즉, 도시의 규모가 증가할 때마다 주유소를 포함한 모든 기반시설이 85%씩만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직관에는 반하지만, 뉴욕은 미국에서 가장 환경 친화적이고 에너지 절약적인 도시이지만 시골은 에너지를 더 낭비하는 도시가 된다.
도시 크기가 2배, 100%씩 커질 때마다 물리적 기반시설과 에너지 사용량이 20.85배, 85%씩 증가하는(즉 15%씩 절감되는) 것은 사회적 상호작용이 21.15배, 115%씩 증가(15%씩 추가로 증가)하는 것과 관계가 깊다. 즉, 도시 크기가 100%(2배) 증가하면 1인당 임금, 부, 특허 등의 혁신은 115%씩 증가한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도시가 더 커질수록 혁신적인 ‘사회적 자본’이 더 많이 창출된다고 볼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도시 크기가 2배, 즉 100% 증가하면 범죄, 오염, 에이즈 등의 질병 건수도 115% 증가한다. 하지만 인간은 ‘긍정적인 점을 강조하고 부정적인 점을 빼버리는’ 일을 아주 잘하며, 돈과 물질적 행복에 관해서라면 더욱 그렇다. 도시 크기가 증가할 때 (부정적인 측면은 잊혀지고) 개인과 집단이 받는 혜택은 빠르게 늘어난다. 이런 체계적인 혜택 증가는 지구 전체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도시화의 폭발을 낳는 근본적인 추진력이다.
전 세계 도시의 체계적인 급성장은 그 누구의 강요도, 설계도, 정책도 없는 상태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어떻게 이런 공통적 모습의 성장이 가능한가? 그것은 바로 “도시는 사람들”이며, 사람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방식과 모여서 집단과 공동체를 이루는 방식은 전 세계에 걸쳐 대체로 동일하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도시는 사람들”이라는 가정 하에 도시의 특성을 설명하는 몇 가지 큰 그림에 관한 이론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지프의 법칙은 도시의 순위는 인구에 반비례한다는 이론이다. 한 도시 체계에서 가장 큰 도시는 두 번째로 큰 도시보다 크기가 약 2배이고, 세 번째로 큰 도시보다는 3배, 네 번째로 큰 도시보다는 4배 더 크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정규분포는 개별 사건(예컨대 도시 인구)이 평균을 중심으로 대칭적으로 분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정규분포는 개별 사건이 서로 독립적이라고 가정하는 반면, 지프의 법칙은 개별 사건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가정한다. 지프의 법칙이 많은 나라에서 대체로 맞아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도시는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유추할 수 있다.
둘째 던바의 이론에 따르면 인간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는 타인의 수는 많아야 150명을 넘지 않는다. 유대감의 강도(强度)로 보면 아주 가까운 유대감을 가진 사람은 5명, 필요할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은 15명, 파티나 모임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은 50명, 이름을 알고 사회적 접촉을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150명 수준에서 결정된다. 이를 던바 수(數)라고 한다. 도시 인구가 N명이라면 상호작용의 총 수는 Nx(N-1)/2로 N의 거듭제곱에 가까워진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도시 인구가 10배씩 늘어나면 잠재적 상호관계의 수는 101.15배가 아니라 102배에 가깝게 늘어난다. 하지만 던바의 이론에 따르면 사회 관계망의 불변 말단 단위인 개인의 상호작용 능력은 제한적이다. 던바 수는 우리 뇌의 능력과 관계가 있다. 그리고 이런 뇌의 능력은 사회관계망, 즉 도시의 특성과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셋째 도시 심리학은 개인과 공동체 사이의 관계를 설명하는 이론인데, 인간은 사악하거나 비뚤어지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비인간적으로 행동할 수 있음을 설명한다. 예컨대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타인의 부탁을 거절할 확률이 시골에 사는 사람들보다 훨씬 높고 공동체 의식이 약한데, 이는 복잡하고 범죄 위험이 넘쳐나는 도시 생활에서 과부화(overload)되지 않으려는 적응적 반응 때문이다.
8장. 결과와 예측 : 이동성과 삶의 속도에서 사회적 연결성, 다양성, 대사, 성장으로
기반 시설망의 경우 말단 단위(집과 건물)에서부터 도시 단위로 거슬러 올라가면 규모의 경제가 나타나면서 시간과 공간의 여유가 발생한다. 생물의 크기가 클수록 심장 박동 수가 감소하고 삶의 속도가 느려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하지만 기반 시설망과 반비례 관계에 있는 사회 관계망은 그 반대다. 사회 관계망을 개인에서 시작하여 가족, 가까운 친구, 동료를 거쳐 지인, 직장 동료, 조직 전체로 확장하면 각 단계에서 교환되는 정보의 양과 상호작용의 세기는 체계적으로 줄어든다. 그리고 삶의 속도는 크기에 반비례하여 체계적으로 빨라진다. 즉, 기반 시설망이 85% 법칙을 따른다면 사회적 상호작용은 115%의 법칙을 따른다. 조사에 의하면 인구가 늘어날수록 개인 간 주고받는 통화량은 늘어나고 통화시간도 체계적으로 길어진다. 걷는 속도는 도시로 갈수록 빨라진다.
중요한 것은 도시가 성장할수록 에너지가 체계적으로 증가한다는 점이다. 에너지와 자원의 입력과 전환 없이는 도시든, 생물이든 아무 것도 성장하지 않는다. 생물의 경우 세포수가 늘어나더라도 대사율(살아가기 위해 매일 먹어야 하는 에너지의 양)은 3/4 제곱 지수에 따라 늘어나기 때문에 성장에 한계가 있다. 반면 도시의 대사율은 전기, 가스, 석유, 물, 재료 등 이외에 부, 정보, 특허 등의 사회적 자본까지 추가된 의미를 가진다. 여태까지의 분석에 의하면 도시의 총 사회적 대사율은 115%, 즉 지수 1.15에 따라 초선형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도시 대사율의 초선형 스케일은 성장에 심오한 결과를 빚어내왔다. 생물학에서의 상황과 정반대로, 도시가 생성하는 대사 에너지의 공급은 도시가 성장함에 따라 유지 관리의 필요와 수요보다 더 빨리 증가한다. 따라서 성장에 쓰일 수 있는 양, 즉 사회적 대사율과 유지 관리에 요구되는 양의 차이는 도시가 커질수록 점점 더 커져간다. 도시는 더 커질수록 더 빨리 성장하는 것이다.
9장. 기업의 과학을 향하여
기업의 매출은 기업 생존을 위해 만들어 팔아야 하는 물건의 양, 즉 생물의 대사율과 비슷한 개념이다. 1950년∼2009년 미국에 상장된 2만 9천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직원 수가 증가할수록 기업 매출은 1에 가까운 성장을 보였다. 즉 직원 수가 늘어날수록 매출도 같은 비율로 늘어났다. 한편 비용은 기업의 탄생기에는 1보다 작은 비율로 늘어났지만 기업이 커지면서 1에 가까운 선형으로 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따라서 기업 성장의 원동력인 이익(매출-비용)은 규모에 비례하여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본 요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 수치는 기업들의 평균 수치이다. 개별 기업의 성장 속도가 시장(기업 평균)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게 된다. 게다가 오래된 성숙한 기업일수록 성장 속도가 훨씬 느리다. 따라서 모든 기업도 결국에는 죽을 운명에 놓여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실제로 기업의 생존 곡선은 생물의 생존 곡선과 마찬가지로 우하향 하는 모습을 보인다.
기업의 대사율이 생명의 3/4보다 큰 1임에도 불구하고, 기업 수명은 도시와 달리 100년을 넘기 힘들다. 그 이유는 기업이 혁신보다 규모의 경제로 승리하는 대표적인 사례임을 시사한다. 기업은 대개 이익을 최대화하도록 생산 효율을 높이고 운영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는 고도로 제약된 하향식 조직으로 운영된다. 기업은 시장을 더 많이 차지하고 이익을 늘리기 위해 으레 조직화의 더 세세한 수준까지 규칙, 규정, 규약, 절차를 추가하며 그 결과 관리하고 운영하고 실행을 감시하는 데 필요한 관료주의적 통제가 점점 늘어난다. 자료를 구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기업의 크기가 커짐에 따라 연구개발에 할당되는 예산의 비율은 체계적으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업이 커짐에 따라 혁신을 지원하는 자금이 관료 체제와 경영 관리에 드는 비용을 따라가지 못함을 시사한다.
10장. 지속 가능성의 대통일 이론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삶의 속도는 인구의 크기에 따라 체계적으로 증가한다. 도시가 클수록 질병은 더 빨리 전파되고, 사업체들은 더 빠르게 생겨나고 사라지며, 사람들은 더 빨리 걷는다. 이런 체계적인 성장은 지속 불가능하다. 미래의 어떤 유한한 시간에 성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에너지와 자원의 공급이 결국 유한해지기 때문이다. 특이점 이론에 따르면 도시 성장의 어느 단계에서는 상전이가 일어나면서 침체와 붕괴로 이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특이점에 도달하기 전에 매개 변수들을 재설정함으로써 개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인간이 지닌 다른 수많은 특징들에 대한 다양한 연구, 시뮬레이션, 데이터베이스, 모형, 이론, 추정을 하나로 엮음으로써 지속 가능성의 대통일 이론이라는 맥락 내에서 이론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