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탓이요 덕분이요(고영표)
한국장로신문 2022년 3월 8일
백성에게 죄가 있건 없건 간에 모든 게 내 책임[有罪無罪, 惟我在]이라고 말을 하는 정치인이 그립다. 이웃이 아프면 함께 아파하고, 이웃이 기뻐하면 함께 기뻐하는 선한 사마리아인이 사라진 사회. 진영 논리에 매몰된 사람들은 제 눈에 들보는 보지를 못하면서 남의 눈에 티만 보고 비판해 정죄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군자는 해결 방법을 본인에게서 찾고[君子求諸己], 소인은 그것을 남 탓으로 돌린다[小人求諸人]’라는 공자의 말씀도 빛을 바랜 지 오래다.
채근담에 이런 말이 나온다. 책인자 원무과어유과지중 즉정평(責人者 原無過於有過之中 則情平)이요, 책기자 구유과어무과지내 즉덕진(責己者 求有過於無過之內 則德進)이라. 해석하면 ‘남을 꾸짖을 때는 허물 있는 중에서 허물이 없음을 찾아내라. 그리하면 감정이 평온해지며, 자기를 꾸짖을 때는 허물없는 중에서 허물 있음을 찾아내라. 그리하면 덕이 자라난다.’
진보 진영의 대부로 알려진 신영복의 좌우명은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처럼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대하라’는 의미다. 그러나 신영복을 추앙하는 진보 진영 사람들은 이 좌우명을 거꾸로 해석하고 있다. 요즘 그들은 상대 진영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대하고, 자기 진영 사람들은 봄바람처럼 대한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은 그들 때문에 만들어진 기가 막힌 신조어다.
사람은 보고 듣는 경험과 생각을 하면서 일정한 견해를 갖게 된다. 경험한 만큼만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의 생각은 단편적이며 편견적일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은 올바른 견해를 갖추기 전에 이런 편견이 고착화되면서 각자의 관점과 가치관이 형성된다. 왜곡된 인식의 이념화는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아시타비(我是他非) 사상의 근원이 된다. 사람들의 견해란 각자의 삶 속에서 얻은 생각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그 몫을 존중하지 않으면 의견 차이로 인한 갈등으로 충돌이 일어난다.
남의 허물은 들춰내면서 자신의 허물은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잠언(箴言)은 동서양이 대개 비슷하다. ‘목불견첩(目不見睫)’이라는 고사를 예로 들면서 ‘사람의 지혜는 눈과 비슷해 멀리 있는 곳은 볼 수 있지만, 가까운 눈썹은 보지 못한다’고 장자(莊子)는 말했다. 그러나 성경은 이보다 훨씬 적극적이면서 해결 방안까지 제시한다. ‘비판하지 말고 서로 사랑하며, 정죄하지 말고 서로 용서하라’고 가르친다.
“너는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를 보지 못하면서 어찌하여 형제에게 말하기를, 형제여 나로 네 눈 속에 있는 티를 빼게 하라 할 수 있느냐, 외식하는 자여 먼저 네 눈 속에서 들보를 빼라, 그 후에야 네가 밝히 보고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를 빼리라.”(누가복음 6:42)
“비판치 말라 그리하면 너희가 비판을 받지 않을 것이요, 정죄하지 말라 그리하면 너희가 정죄를 받지 않을 것이요, 용서하라 그리하면 너희가 용서를 받을 것이요.”(누가복음 6:37)
지금부터라도 우리 서로의 허물을 들춰가며 탓을 하지 말자. 네 탓이라면서 불평도 정죄도 하지 말자. 나쁜 일이 생기면 그것은 나 때문에, 괜찮은 일이 생기면 그것은 우리 때문에, 정말 좋은 일이 생기면 그것은 당신 때문이다 생각하며 ‘내 탓이요, 당신 덕분이요’ 말하자, 우리 함께 손을 잡고 신명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자.
고영표 장로 (의정부영락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