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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뉴스를 보다가, 12월의 소식을 전하면서 '제철 맞은 딸기' 운운하는 멘트를 접하고 황당하게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시설 재배가 보편화되어 한겨울에도 딸기를 비롯한 각종 농산물이 생산되고 있지만, 엄연히 딸기는 초여름이 제철인 과일이다. 과거에는 그쯤해서 딸기밭으로 나들이를 가기도 했는데, 입장료를 내면은 얼마든지 딸기를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도시락을 따로 준비하고, 딸기밭에서 종일 놀면서 딸기를 따먹었던 기억이 아득하게 남아있다. 그러고 보니 대형마트에서는 일년 내내 각종 과일과 채소가 판매되고 있어, 대다수의 사람들이 각종 채소의 제철을 안다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각종 식재료의 제철에 대해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3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제철에 맞는 각종 식재료와 음식들에 대해서 소개하고, 맛과 만드는 법까지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직접 요리를 하지는 않지만, 나도 제철의 식재료로 만든 음식들을 찾아다니며 먹는 축에 속한다. 봄에는 정어리 쌈밥과 도다리 쑥국을 잘하는 식당을 찾아다니고, 여름철에는 갯장어(하모)와 은어회를 맛보기 위해 단골집을 드나들기도 한다. 가을에는 전어와 낙지를 즐기고, 겨울에는 벌교 시장에 가서 꼬막을 사다가 인근 초장집에서 실컷 먹어보기도 하였다. 또 여행을 가거나 차를 타고 지나갈 때, 도로가에서 파는 무화과나 그밖의 제철 식재료들을 구입해서 먹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우리 생활에서 제철 음식을 따져서 챙겨먹기는 쉽지 않다. 저자의 말처럼 재래 시장을 이용하면 제철 식재료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지만, 대형마트를 주로 이용하면 철과 상관없이 쏟아져 나오는 식재료를 접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이미 그러한 편리함에 길들여져, 식재료의 제철을 생각하지 않고 구입하게 되었다. 그동안 다양한 음식 관련 책들을 읽어 보았지만, 이 책이 지닌 최대의 장점은 우리와 비슷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제철 식재료와 그것으로 만든 음식들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음식 전문가가 아닌, 주부의 입장에서 제철 식재료를 찾기 위한 시도는 결코 쉽지 않다고 하겠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바로 저자 자신이 먹으려고 하는 음식이기 때문일 것이다. 요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이 책을 읽고서, 하나씩 따라하다 보면 다양한 제철 음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이 책을 아내에게 소개하고, 재래 시장에 자주 함께 다니면서 제철 식재료를 찾아서 음식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제철 식재료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옮기면서, 글을 마치기로 한다.
"제철 식재료로 음식을 해 먹으면 값싸고 맛있을 뿐 아니라, 계절 감각을 잃지 않아 계절이 즐겁다. 도시에서 계절 감각이란 오로지 옷으로만 느낄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렇게 제철 음식을 찾아 먹으면, 계절이 오는 것을 고맙고 즐겁게 받아들이고, 또 보낼 때는 아쉬워하며 자연의 감각을 잃지 않을 수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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