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에서 나온 다섯 개의 경구
빈집은 빨리 상합니다.
사람이 들지 않으면 몇 해 만에 비가 새고 기둥이 썩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사는 집은 훨씬 낡아도 버팁니다.
집을 지탱하는 것은 집이 아니라 거기 사는 사람입니다.
오늘 이야기가 그것입니다.
101호에서 기(氣)와 역(力)이 주인과 종의 관계라고 했습니다. 힘은 부려지는 쪽이고 기는 부리는 쪽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말을 남기고 끝냈습니다. 기 위에 또 있다고.
오늘 그 위계를 완성합니다.
먼저 이 이야기가 어디서 나왔는지부터.
2,500여 년 전 무덤입니다. 평안북도와 만주 쪽 국경지대 어느 공주묘에서 작은 책자가 나왔습니다.
너무 낡아 글자가 여기저기 빠져 있었습니다. 그것을 주석해 보니 그중에 짧은 구절들이 있었습니다.
다섯 경구입니다.
경구 뜻
| 신즉기지가(身則氣之家) | 몸은 기가 들어와 사는 집이다 |
| 기즉신지주(氣則身之主) | 기가 몸의 주인이다 |
| 역즉기지종(力則氣之從) | 힘은 기의 종이다 |
| 기즉영지신(氣則靈之臣) | 기는 영의 신하다 |
| 영즉기지군(靈則氣之君) | 영이 기의 임금이다 |
하나씩 봅니다.
신즉기지가. 몸은 기의 집입니다.
"사람 몸은 기의 집이다. 보이지 않는 모든 기능의 집이다."
여기서 강연이 아주 단순한 질문을 던집니다.
"이 몸은 기가 들어와서 사는 집이니까, 기는 뭐가 돼요? 몸의 주인이 되는 거지. 그렇죠. 자기 집주인이 누구예요?"
보이지 않는 기가 주인이고, 이 몸은 그 주인이 들어와 사는 집이라는 것입니다.
역즉기지종. 힘은 기의 종입니다.
101호에서 본 대목입니다. 힘이 세다고 기가 센 것이 아닙니다. 종이 부지런하다고 주인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위로 한 층이 더 있습니다.
기즉영지신, 영즉기지군.
기는 영(靈)의 신하입니다. 영의정이니 좌의정이니 해도 결국 신하입니다.
그러면 영은 무엇입니까.
"영즉기지군이라. 기의 임금이다 이 말이에요. 영이 제일 높은 거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영(靈) → 기(氣) → 역(力) → 신(身)
임금 → 신하 → 종 → 집.
위로 갈수록 보이지 않고, 아래로 갈수록 만져집니다. 그리고 우리가 평소 신경 쓰는 것은 거의 다 아래 두 개입니다.
몸이 아프면 몸을 봅니다. 힘이 없으면 힘을 채웁니다.
그런데 이 순서대로라면 어떻게 됩니까.
집이 무너진 이유는 집에 있지 않습니다. 종이 부실한 이유도 종에 있지 않습니다.
주인 쪽에서, 그리고 임금 쪽에서 내려옵니다.
동양의학이 원인 의학이라 불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나타난 자리가 아니라 부리는 자리를 봅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결론이 이렇게 됩니다.
가장 위에 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회복의 최종 목표도 거기입니다.
107호에서 영지가 차단된 것이 인간에게 죽음을 초래함과 같은 현실이라는 문장을 보았습니다. 끊어진 것이 가장 위쪽이었다는 뜻입니다.
집이 상한 것이 아니라 주인이 나간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그 영지란 무엇이고, 우리는 지금 어디쯤에 있습니까.
다음 호에서 네 단계로 정리합니다. 지식에서 시작해 영지까지 올라가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