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들 돌격대와 같은 방을 쓰게 된 나를 동정했지만, 나 자신은 그다지 싫다는 생각을 할 이유는 없었다. 내 쪽이 내 주변을 깨끗하게 하고 있는 한 그는 나에게 일체 간섭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오히려 마음이 편할 정도였다. 청소는 그가 도맡아 했고, 이불도 그가 말렸으며 쓰레기도 그가 처리해주었다. 내가 바빠서 사흘쯤 목욕을 거르면 킁킁 냄새를 맡아보고는 목욕하는 게 좋겠다는 충고해주었고, 이제 슬슬 이발소에 갈 때가 되었다느니, 코털을 깎아야 되겠다느니 하는 말을 해주곤 했다. 난처한 것은 벌레가 한 마리라도 있으면 온 방에 스프레이 살충제를 뿌려대는 일인데, 그럴 때 나는 옆방의 '카오스' 속으로 대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돌격대는 어느 국립대학에서 지리학을 전공하고 있었다.
"난 말이야, 지, 지, 지도 공부를 하고 있어." 하고 처음 만났을 때 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도를 좋아하니?" 하고 내가 물어보았다.
"응, 대학을 나오면 국토 지리원에 들어가서 말이지, 지, 지, 지도를 만들 거야."
정말이지 세상엔 여러 가지 희망이 있고 목적이 있구나, 하고 나는 새삼스레 감탄했다. 그것은 도쿄에 와서 내가 처음으로 감탄한 일 중의 하나였다. 확실히 지도 만들기에 흥미와 열의를 가진 사람이 조금이라도 없다면 - 너무 잔뜩 있을 필요도 없겠지만- 그건 좀 곤란한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지도' 라는 말을 할 때마다 말을 더듬는 인간이 국토 지리원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는 건 어쩐지 좀 기묘했다. 그는 경우에 따라 말을 더듬기도 하고 더듬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지도'라는 말만 나오면 100퍼센트 확실하게 말을 더듬었다.
"너, 넌 뭘 전공하고 있냐?" 하고 그가 물었다.
"연극." 하고 내가 대답했다.
"연극이라니, 연기를 하는 거야?"
"아냐, 그런 게 아니야. 희곡을 읽거나 연구를 하는 거지. 라신이라든가 이오네스코라든가 셰익스피어라든가 말이야."
셰익스피어 말고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나 역시 거의 들어본 적 없다. 강의 요강에 그렇게 적혀 있었을 뿐이다.
"아무튼 그런 걸 좋아하는 모양이지?" 하고 그는 물었다.
"그렇게 좋아하는 건 아냐." 하고 내가 말했다.
그 대답이 그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혼란스러워지면 그는 말 더듬거림이 더욱 심해졌다. 나는 큰 잘못을 저질렀다는 느낌이 들었다.
"뭐든지 상관없었던 거야, 내 경우는." 나는 설명했다. "민족학이든 동양사든 무엇이든 괜찮았어. 단지 어쩌다 마음에 든 게 연극이었던 거야. 그뿐이야." 하지만 그 설명으론 그를 납득시키지 못했다.
"잘 모르겠는데……." 그는 정말로 모르겠다는 얼굴을 하고 말했다. "내 경우는 지, 지, 지도가 좋아서 지, 지, 지, 지도 공부를 하거든. 그 때문에 일부러 도쿄에 있는 대학에 들어왔고, 매달 보내주는 하, 학비도 받고 있는 거야. 그런데 너는 그렇지가 않다고 말하고 있으니……."
그가 하는 말이 옳았다. 나는 설명하기를 단념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는 성냥개비로 제비를 뽑아 2단 침대의 아래위를 정했다. 그가 위고 내가 아래였다.
그는 늘 흰 셔츠에 검은 바지 그리고 감색 스웨터 차림이었다. 머리는 짧게 깎았고, 키가 컸으며, 광대뼈가 불거져 있었다. 학교에 갈 때는 언제나 학생복을 입었다. 구두도 가방도 검은색이었다. 보기만 해도 우익 학생의 모양새였고, 그래서 주위 친구들도 돌격대라고 불렀진만, 사실 그는 정치에 대해서는 100퍼센트 무관심했다. 옷을 고르는 게 귀찮아서 늘 그런 차림을 하고 있는 것뿐이라는 이야기였다. 그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해안선의 변화라든가 새로운 철도 터널의 완성이라든가 하는 그런 종류의 사건에 국한되어 있었다. 그런 화제가 나오면 그는 더듬거리기도 하고 말이 막히기도 하면서,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이쪽에서 달아나거나 잠들어버릴 때까지 계속 떠들어댔다.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 숲」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