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토끼와 거북
이계양(광주YMCA 이사장/문학박사)
”해 묵고 살 것이 없당께~“
“뭘 해 묵고 살아야 쓸 것인지 모르것당께~”
청년 실업, 조기 퇴직의 일상 속에서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아우성들이다. 대체 이 일을 어찌 해야 할꼬.
우선 뭘 “해”야 “묵을(먹을)” 수 있을 터인데 뭘 할 것이 없으니 어떻게 먹는 일이 가능할 것인가. 또 ”묵어야“ ”살“ 수 있을 것인데 먹지 않고 어떻게 사는(생존하는) 것이 가능하겠는가 말이다.
잘 아는 우화가 있다. 토끼와 거북의 이야기다.
<아주 먼 옛날, 발 빠른 토끼와 느림보 거북이가 살았다. 어느 날 토끼가 거북이를 느림보라고 놀려대자, 거북이는 토끼에게 달리기 경주를 제안하였다. 경주를 시작하자마자 빠른 토끼는 큰 차이를 두고 앞서가다가 한참 뒤진 거북이를 보고 안심하여 낮잠을 길게 잔다. 그 사이에 거북이는 토끼를 지나쳐 먼저 결승점에 도착했다. 문득 잠을 깬 토끼는 어느새 경주가 끝났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결국 ‘느리지만 꾸준히 노력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교훈으로 회자되는 이야기다.
달리기에 있어 토끼는 선천적으로 조건이 탁월하고 거북이는 열등하다. 거북이를 느림보라고 토끼가 놀려대자 거북이가 발끈하여 경주를 제안한다. 그리고 느림보 거북이가 승리한다는 승리-패배의 이분법적인 이야기이다. 놀려댄 토끼는 내버려 둔 채 ‘거북이들이여, 꾸준히 노력하라’고 교훈한다. 여기서 거북이는 진정한 승자이고 토끼는 진정한 패자인가. 서로는 그렇게 인정할까. 혹시 승리한 거북이도 어딘가 찜찜하고, 패배한 토끼는 더더욱 수용할 수 없는 결과가 아닐까. 서로 승리를 공감할 방법은 없을까.
현실로 돌아와 보자. 왕(?)인 이건희 삼성회장의 혈통을 타고난 세자(?) 이재용 삼성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이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환자들의 건강과 인권을 무시하자(놀려대자) 피해당사자들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들이 발끈하여 결국 2016년 말에야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백혈병 피해 보상 문제가 일단락 된 바가 있다. 반올림은 진정한 승자이고 삼성은 진정한 패자일까. 서로 그렇게 생각할까. 한쪽은 형식적으로, 한쪽은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었다고 여길 뿐 서로 진정한 공감에 이르진 못하지 않았을까. 이야기를 이렇게 삼성에 빗대면 지나친 것일지도 모르겠다.
다시 이야기를 발전시켜 본다.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어느 날, 발 빠른 토끼와 느림보 거북의 후예가 있었다. 빛나는 조상의 승리를 훈장처럼 자랑하며 사는 거북이의 후예와 수치스런 조상의 패배를 설욕하고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고자하는 토끼가 만났다. 토끼가 거북에게 달리기 경주를 제안하였다. 거북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으나 두려웠다. 경주를 제대로 하자면 결과는 뻔하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거북인 공평한 경기를 하자며 제안한다. ‘조상님들은 너희들 무대인 산에서 했지만 이번엔 우리들 무대인 바다에서 하자’는 것이었다. 토끼는 내키지 않았으나 공정한 경기라는 명분 앞에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 경기는 토끼와 거북의 후예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이 되었다. 먼저 거북이는 그 옛날 토끼처럼 큰 차이를 두고 앞서가다가 한참 뒤진 토끼를 보고 안심하여 낮잠을 자는지 멈추어 있다. 그 사이에 토끼는 기력이 다해 허우적대며 멈추어 있는 거북 곁에 이르게 된다. 곧 물에 빠져 죽을 것 같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그 순간 “야, 너, 힘들지. 네 손 잡아”라는 거북의 음성을 듣는 것과 동시에 거북을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손을 잡고 물살을 가르며 목적지에 함께 도착했다. 거북과 토끼는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각각의 후예들을 향하여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만세! 만세! 만세!” 그 광경을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환호하며 얼싸안고 춤을 추었다. 이후로 다시는 경주가 없었고, 당연히 승패도 없었고 자랑과 수치도 사라지고 평화로웠다>
우리가 사는 현대 산업사회는 경쟁사회이다. 특히 산업 구조에에 있어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는 그야말로 약육강식, 승자독식의 체제다. 그리고 그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화되어 양극화를 넘어 강자 단극화를 향해 수렴해 가고 있다. 이 길이 공멸의 길임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마차처럼 치닫고 있다.
서로 경쟁을 멈출 수는 없을까. 서로 함께 공감하면서 이기는 방법이 없을까. 있다. 그 옛날 토끼가 산에서 했던 것 대신, 먼 훗날 거북이가 바다에서 했던 것처럼 하면 된다. 그것은 조건이 더 좋은 자가 조건이 더 안 좋은 자에게 먼저 손을 내밀면 된다.
요즘 우리 사회의 초미의 관심사 중 하나는 일자리문제다. 특히 광주형 일자리 모델이 새 정부의 국정과제 중 일자리 창출 전략으로 채택되어 논의와 실천이 함께 진행되고 있어 고무적이다.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노•사•민•정이 함께 모여 조건과 상황에 따라 조건이 더 좋은 쪽이 없는 쪽, 덜 가진 쪽, 조건이 더 안 좋은 쪽에게 손을 내미는 방법이다. “야, 너, 힘들지. 네 손 잡아”라며. 그 때 우리는 함께 평화로울 수 있다.
당장 뭘 해야 먹을 수 있고, 먹어야 살 수 있다. 그냥 먹는 것이 아니라 골고루 먹어야 평화로운 세상이 된다. 평화(平和)란 벼(禾)가 입(口)에 골고루(平)들어갈 때 가능한 일이니까.
첫댓글 진정한 평화의 의미가 뼈속 깊이 스며듭니다.승자와 패자.거북이와 토끼의 화해와 공생..아기편지 1000회 테이프를 끊으셨습니다.아기편지에게도 축하하고,역시 교수님께도 축하 드리고..모두들 축하..
길에 보면 같습니다. 잘난사람 잘난데로 살고 못난사람 못난데로 살지만 못난사람 괄시하지는 말아야지요.
윽박지르지 말고 동냥은 못 줄망정 쪽박이라도 깨지 말아야지요.
프랜차이점 오너들이 갑질하다가 큰코 다치고 있고 백화점 점주들이 입주자들에게 큰코 다치고 있더군요.
좀더 더블어 사는 지혜를 터득했으면 합니다.
공산주의는 아니고 수정 자본주의가 역동적으로 이루워졌으면 합니다.
강제성을 띤 수정자본주의 열열히 지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