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불망위(安不忘危)(장경식)
편안한 때에도 위태로움을 잊지 않는다는 뜻으로, 안정을 이루고 있을 때에도 마음을 놓지 않고 항상 스스로 경계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安 : 편안할 안
不 : 아닐 불
忘 : 잊을 망
危 : 위태할 위(卩/4)
출전 : 주역(周易) 계사하(繫辭下) 第四章
이 성어는 주역(周易) 계사하(繫辭下) 제4장에 나오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자(孔子)가 말했다. ”위태한 자는 그 지위에 안주하는 자이고, 망하는 자는 살 것만을 생각하는 자이고, 난(亂)을 일으키는 자는 그 다스림만을 마음에 두는 자이다. 그러므로 군자(君子)는 편안하되 그 위태함을 잊지 않고, 생존하되 그 망함을 잊지 않고, 다스리되 난(亂)을 잊지 않는다. 그러므로 몸이 편안하여 국가를 보호할 수 있다.
역에 이르기를 ‘망할까 망할까하여 새둥지가 떨어져 내릴까 걱정되어 뽕나무 가지에 새둥지를 묶어 놓는 듯 튼튼하다.’ 하였다”
子曰:「危者,安其位者也。亡者,保其存者也。亂者,有其治者也。是故君子安而不忘危,存而不忘亡,治而不忘亂,是以身安而國家可保也。易曰, ‘其亡其亡, 繫于苞桑.’
중국 당나라 현종 황제의 치세 초기부터 중기까지 평화와 번영이 이어졌다. 현종의 연호를 따 ‘개원지치(開元之治)’라고 부른다. 하지만 천하태평 시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무기는 녹슬고 백성의 국방 의식은 흐려졌다.
그때 안사의 난(755∼763)이 일어나 나라가 뒤집혔다. 무장은 있어도 군사를 통솔할 장군이 없었고, 조정은 우왕좌왕했다. 도읍 장안이 함락되고 현종은 변경 촉 땅으로 피난 가는 수모를 겪었다.
“편안한 가운데서도 늘 위험을 잊지 말고, 살아있을 때 멸망을 잊지 말며, 다스려질 때 전쟁을 잊지 말라(安不忘危 存不忘亡 治不忘亂)”는 ‘역경’의 교훈을 망각한 탓이다.
사실 전쟁이 나면 군인의 희생이 누구보다 크다. 그래야 가족의 안녕과 나라 존립이 담보된다. ‘손자(孫子)’에 버금가는 병법서로 알려진 ‘오자(吳子)’에 “죽을 각오로 싸우면 살게 되고(必死則生), 요행이라도 살려고 든다면 죽게 된다(幸生則死)”며 “이처럼 한 사람이 목숨을 바치고 나면(是以一人投命), 천 명의 사람을 두렵게 하기에 족하다(足懼千夫)”고 했던 게 잘 보여준다.
그래서 대문장가 구양수는 저서 ‘오대사 왕언장전(五代史 王彦章傳)’에서 “표범은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豹死留皮 人死留名)”는 왕언장의 말을 소개하고 있다. 왕언장은 병졸로서 출발해 후량 태조 주전충 밑에서 장군이 돼 나라를 위해 충성을 다한 인물이다. 그렇다. 짐승도 가죽을 남겨 세상에 이익을 주는데, 하물며 사람임에랴! 왕언장의 말은 꽃다운 이름이 후세에 길이 전해져 향기가 백대에 걸쳐 흐른다는 ‘유방백세(流芳百世)’와 뜻을 같이하고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유취만년(遺臭萬年)’이다.
역사란 무엇인가. E H 카는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다. 그럼 시간만 흘러가면 다 역사인가. 아니다. 교훈을 얻어야 한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이 대의를 위해 자신의 희생을 무릅쓰고 남긴, 그 고귀한 명예를 영원히 기려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