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 쌓인 철근들, 차도로 걷는 시민들 (작게)
춘천 시내 관·민영 공사장 ‘아슬아슬’ (주제)
시청 신축공사 등 안내판도 안 보이고, 안전모 안 쓰는 공사관계자도
건축 자재 옆 지나다 발목 삐거나, 치마 걸리는 등 잦은 ‘불편’·‘위험’
춘천시내 공사 현장에서 안전·환경 규정이 지켜지지 않아 안전사고의 위험이 보행자 등 시민들의 주의를 요하고 있다.
춘천시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공사는 시청사 신축이다. 현재는 중앙로1가 적십자사강원도지사부터 춘천향교 간 330m의 4차로 확장 공사를 진행 중이다. 내년 5월 완공을 목표로 진행중인 가운데, 중요한 안전 규정들이 지켜지지 않아 인명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24일 중앙로1가 현장에는 인근 건물 철거와 도로 시설공사를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이 구간 인도는 많은 주민이 오가는 곳으로 특히 인근 대학교와 고등학교 학생들이 조양동(명동), 근화동(춘천역) 등을 찾기 위해 꼭 지나야 한다. 그러나 공사 차량을 포함한 각종 시설이 곳곳을 점유해 기존 인도를 침범해 있었다.
인도에는 벽돌과 철근 등이 쌓여 있었다. 주민들은 이를 피해 조심스럽게 걸어야 하거나 오가는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게 가다 멈추다를 반복해야 했다. 강숙자(66·옥천동·여)씨는 "삐져나온 철근을 밟아 발목을 삐끗한 적이 있었다"며 "길가에 놓여 있는 게 아무래도 위험한 물건들이다 보니 주의해서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진(22·교동·여)씨는 "긴 치마를 입고 공사 현장 옆을 지나가다 튀어나온 철사에 옷이 걸린 적 있었다"며 "다행히 다치진 않았지만 반바지나 짧은치마를 입고 있었다면 종아리가 긁혔을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고 불편을 토로했다. 이씨는 "이럴 거면 아예 인도를 막아 두든가, 구역을 설정해 표지판을 세워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춘천도시공사 규정 제9조에 따르면 소관 부서는 ▲위험물 적치장소 ▲중장비 작업장 ▲변압기 설치장소 및 고압전선 통과장소 ▲교통통제 및 우회도로 설치장소 ▲기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장소 등에 안전표지를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공사 설비가 인도까지 넘어오고 바로 옆에서는 굴착기 등의 중장비가 작동되는 상황임에도 이같은 규정은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도시 곳곳에서 이뤄지는 민간 건물 증축 공사 현장에서도 다른 점은 없다. 교동의 한 원룸 건설 현장에서는 주민들이 소음, 통행의 불편을 겪는 것으로도 모자라 안전까지 위협받고 있다. 공사 차량이 골목 안을 가득 메우고 있어 주민들은 이를 피해 걸어야 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쇠 파이프 등 길가에 쌓인 건축자재들이 침범하고 있다.
김현아(23·교동·여)씨는 "수업에 늦어 급하게 가던 중 공사 차량 등으로 시야가 가려져 마주오는 오토바이를 미처 보지 못했다"며 "오토바이와 살짝 스쳐 지났는데, 큰 사고는 아니었지만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고 말했다. 최근 김씨와 같이 공사 현장으로 인한 시야, 통행 방해 등으로 경미한 사고를 당하는 주민의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사고에 대한 보상은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관련법규에서는 공사 현장으로 인한 간접적 사고에 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직접적 사고라 할지라도 정도가 경미할 경우 보상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 제12조에서 정의한 경미한 사고는 ▲경상자가 발생한 사고 ▲물적피해가 경미한 사고 ▲대내적으로 조치가 가능한 사고 등이다.
이같은 공사 현장의 문제들은 안전불감의 모습으로 확대되기도 한다. 시청사 신축은 물론 민간 공사 현장에서 안전모를 쓰지 않은 인부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모든 공사 현장에서는 안전점검반이 구성돼 안전 점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 제7조에서는 특히 인부들에 대한 안전교육 및 지도가 철저히 이뤄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안전모, 안전화와 같은 안전장비 착용이 이에 해당되지만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민들의 안전불감증도 팽배해지고 있다. 인도를 빼앗긴 주민들은 공사 시설을 피해 도로로 이동하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오가는 주민들과 차량이 나란히 길을 가는 모습도 자주 포착된다. 이같은 행위는 무단횡단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김성태(26·옥천동)씨는 "공사 자재들을 피해 발이 닿는 곳을 찾다 보면 도로에서 걸을 수 밖에 없다"며 "아직까지 사고를 당한 경험이 없고, 이제는 차들도 도로 갓길로 걷는 사람이 익숙해 보인다"고 말했다.
겨울철 공사현장은 건조한 날씨와 낮은 기온 등으로 더욱 각별한 안전관리가 요구된다. 그러나 안전 규정을 도외시한 공사현장의 안전 우려 상황 연출이 이어지면서 이들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되는 주민들마저 위험에 무감각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지연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