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을 보지않는체 미뤄두고 있는 일이 몇가지 있지는 하다. 그래서인지 가슴이 답답하고 숙제를 안하고 미루워두고 있는 기분이 그럴까 초조하고 불안하고 그런가 하면 조급한 생각까지 밀려온다. 다시 생각해보면 과민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미루어 놓고있는 일중에서 그리 중요한 일이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가령 재봉틀점 기사와의 통화도 그렇고, 디지털 안내사와의 통화도, 사후 시신기증 관계자와의 통화도 계속 미루어 두어도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보일라 문제가 있지만 지금은 정상 가동되고 있고, 아들도 무사히 퇴원해서 집으로 왔다. 집으로 오고싶지 않다고 해서 좀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집 말고 갈곳이 어디겠는가. 집이 휴식처가 못되는게 어디 아들 뿐이겠는가. 참 외롭고도 쓸쓸한 인생들이다. 가족, 특히나 부부로 연을 맺고 살면서도 한편이 되지못하고 배려는 눈 씻고도 찾을수없는 관계가 되어버린게 어디 누구 한사람 탓이겠는가. 기대를 잔뜩하고 출발했지만 막상 살다가보니 가치관도, 생존전략도 목적지마저 다르다는 것을 알게되었을때 충격은 크게 마련아닌가. 사는게 왜 이렇게나 힘들까. 누군가와 가족이 되어 공생공존 한다는게 이렇게나 어려운 것일까. 서로가 협력할수만 있다면, 손잡고 살아갈수만 있어도 이렇게나 외롭고 쓸쓸하지는 않을탠데,,, 몰라서가 아닐게다. 나도 알고있는데 남들이라고 왜 모르겠는가. 자의식이 강할수록 더 험란한 고독을 격는지도 모르겠다. 날씨가 스산하고 춥다. 봄이 그렇지. 어쩌면 봄도 감각을 잃고 너무 서둘러 왔는지도 모르겠다. 모란이 피는것도 깨닫지 못했는데 다 지고 없었다. 어느집 대문안에 화사하게 만개한 모란을 보곤 했는데, 올해는 골목길을 바꾸어 걷는 바람에 지나치고 말았다. 나는 그동안 꽃이 피는것에만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 이제 늙어지다보니 지는 꽃에 더 눈길이 머문다. 꽃이 지는 모습은,,, 마치 사람 늙는것과 다르지 않는것 같다. 꽃은 절정의 순간에 이르다가 한순간에 지는데, 지는 순간에 이르러서는 더이상 아름답지가 않다. 피어서 누리던 영광보다는 지면서 보이는 뒷모습이 더 길고 끝내는 너저분하거나 지저분하기까지 한다. 우리들 모습이 이런것 아닌가. 뭐가 되기라도 할것처럼 그렇게 분주하게 나대다가도 어느 순간에 이르면 한순간에 꺽이고, 맥없이 지고 만다. 기고만장했던 기세는 다 어디로 간것일까. 세월과 경주를 할 생각은 없었다. 내가? 고개를 빳빳하게 들어본적이나 있었던가? 아니, 그래도 뭔가 되는줄로 알았다. 사기를 당한것 맞지만, 사람이 40을 넘으면 자신에게 책임을 저야한다는 둥, 현옥시키는 말, 말들이 어리섞은 얼간이들을 속이고 있지않는가. 다 헛소리다. 사람이 나이를 먹는다고 해서 철이 드는것도 아니더라. 아니, 내 나이가 되고보니 뻔뻔해지고, 염치없어지고, 고집만 빡세지더라. 되는것도 없고 당연히 되어지는 것도 없다.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한것은 젊은날과 다를게 없다. 선물이라고? 누군가에게는 선물일수도 있지만 오래오래 사는게 누군가에게는 재앙일수도 있는게 현실이다. 나만 그런가. 왜 나만 그렇겠는가. 존재감 없이 살아가고 있는 다수의 무명인들이 격고있는것이다. 오늘 하루도 무탈을 최고의 덕목으로 사는 하찮은 삶을 도와주십시요. 불쌍히 여겨주시고 부디 살펴주시는 은혜를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