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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위 공직자 자녀들에 관한 이러저러한 뉴스들이 연달아 보도되면서, 젊은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화되고 있다고 한다. 보도의 진위를 떠나 이제는 엄연하게 사람들의 인식 속에 ‘금수저, 흙수저’라는 새로운 계급 인식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이 현실이라 여겨진다. 21세기 들어 한국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회의 구조적 측면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병폐로 인해서, 개인의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느끼는 현상이라 하겠다.
이 책은 ‘21세기 한국 사회의 불행론’이라고 명명해도 될 정도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삶의 태도와 문제들에 대해서 가차 없는 비판을 가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 가운데 ‘휘게’라는 표현은 네덜란드어로,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과 더불어 일상 속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누린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저자는 책의 제목에서 지금의 한국 사람들도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으나, 그것을 제대로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불행을 자초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석된다. 주요 내용들 역시 그러한 관점에서 저자의 다양한 생각들을 펼쳐나가고 있다.
프롤로그의 제목은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왜 항상 낮은 걸까?’로 시작하고 있다. 행복은 ‘좋은 느낌과 긍정적인 기분이며, 의미 있는 삶을 사는 것’이란 정의를 내리고, 한국 사람들이 행복하지 못한 이유들을 ‘지나친 경쟁, 부족한 사회 안전망 등 외적인 원인에서부터 물질적 부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점, 외모나 사회적 지위에 민감한 점,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한다는 점 등’을 적시하고 있다. 그래서 ‘행복해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출간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저자의 지적은 현 시점 한국 사회의 문제점들을 다양하게 적시하고 있으나, 그 대안은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의 행동과 마음가짐만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미국식 행복과 한국식 행복의 차이’를 논하고 있는 1장에서부터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한국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들이 제시되고 있다. ‘열심히 사는데 왜 힘들기만 할까?’라는 질문의 2장은 노력을 해도 좀처럼 만족을 느낄 수 없는 현 상황에 대한 진단이라고 할 수 있다. 급기야 저자는 3장에서 ‘‘소확행’과 ‘욜로’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고 강변하기도 한다. 예컨대 ‘과거가 좋았다’는 내용의 인터넷에서 떠도는 글을 적고, 왜 우리는 당시에 자신이 행복한 것을 몰랐던가 하는 반문을 던지기도 한다. 때로는 즐기기보다 노력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저자의 개인적인 생각을 거침없이 토로하기도 한다.
문화심리학자로서의 저자의 진단에 대해서 일정 정도 긍정할 만한 요소는 분명히 있다. 그래서 저자는 4장에서 ‘내게 원하는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제시하기도 하고, ‘우리는 지금 행복해지는 법을 알고 있다’는 제목으로 5장에서 전체적으로 책의 내용을 마무리 짓고 있다. 저자는 ‘나답게 산다는 것’이 중요하며, 때로는 ‘욕의 카타르시스’를 표출하면서 ‘풀어야 산다’고 해법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일단 저자의 문체가 시니컬하게 느껴졌고,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에 대해 부정적 관점이 전제되어 있다고 이해되었다. 무엇보다 ‘행복론’에 대해서는 개인의 인식도 중요하지만 제도와 사회적 관습의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간혹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기는 하지만,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화적 현상을 제도적 차원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으로 귀착시키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사회나 제도의 변화 없이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다. 아마도 모든 것을 심리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저자의 인식에서 비롯된 문제일 것이라고 여겨졌다. 물론 내가 아닌 다른 독자에게는 저자의 이러한 관점을 수긍하기도 하고, 또한 이 내용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심리학’을 전공하는 저자가 행복에 대한 관점을 지나치게 ‘심리학’의 관점에 치우쳐 설명하고 있기에, ‘문화’를 바라보는 제도나 관습적인 측면에 대해서도 보다 많은 관심을 할애해 주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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