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은 무거운 머리를 항상 떠받쳐야 하는 고달픈 운명을 갖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부터 목에 힘을 주며 일을 하기 시작해 잠 잘 때에도 베개를 잘못 베고 잔다면 하루 24시간 목은 혹사의 대상이 된다. 목뼈는 작은 데 움직임이 많고 목 주위 근육이나 인대도 허리에 비해 훨씬 약하다. 그래서 통증이나 병에 취약하다. 앉아서 작업하는 사람이 늘면서 현대인의 목 건강이 위협을 받고 있다. 건강보험 빅데이터에 따르면 2013년 목디스크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71만 7363명에서 2017년 203만 9697명으로 19% 가량 증가했다. 목디스크 치료 명의 고대구로병원 신경외과 박윤관 교수를 만나 현대인의 목 건강과 목디스크에 대해 들었다.
Q. 목디스크가 급증하고 있는데, 그 원인은? 현 시점에 목이 불편한 사람은 전 인구의 10% 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인구가 약 5000만 명이므로 약 500만 명이 현재 목이 불편할 수 있다. 여기서 80% 이상이 단순 근육통이다. 3~5% 가 목디스크 환자이다. 건강보험 통계상으로는 200만 명이 목디스크로 진료를 받았지만 대다수가 단순 목염좌나 긴장일 것이다. 확실한 것은 목디스크는 허리디스크에 비해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1980년대는 허리디스크 환자가 10명이면 목디스크 환자가 1명에 불과했다. 지금은 허리디스크 환자가 2~3명이라면 목디스크 환자가 1명이다. 굳이 나누자면 허리디스크는 ‘블루컬러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육체 노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이 걸린다. 반면 목디스크는 ‘화이트컬러 질병’이다. 3~4차 산업 혁명과 함께 앉아서 일하는 직업이 늘어나고, 대학진학률이 늘어나는 등 과거에 비해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발생이 늘었다. 목디스크는 눈을 많이 쓰는 사람일수록 잘 걸린다.
Q. 눈을 많이 쓰면 목이 힘들다는 게 무슨 얘기인가? 목은 5kg 이상 되는 머리를 가누는 일을 전담한다. 목 근육, 인대, 뼈는 눈이 쉬지 않는 한 계속 일을 한다. 보기 위해 목을 돌려야 되고, 집중하다보면 목에 긴장을 하며, 고개를 앞으로 내미는 거북목 자세나 소파에 비스듬히 기대어 목뼈가 흐트러지는 자세를 취하다보면 머리를 가누는 목의 부담은 더 커진다. 눈은 쓴 만큼 목은 긴장을 하게 마련이다. 실제로 서서 일하면서 건성건성 TV를 보면 목이 긴장을 하지 않지만, 소파에 앉아서 TV를 집중해서 보면 목은 긴장을 한다. 소파에 누워서 봐도 목이 긴장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실제 시각장애인은 목 병이 드물다. 30년 간 진료를 보면서 시각장애인 환자를 본적이 없다. 눈을 가끔 감아야 목이 쉴 수 있다. 일을 하면서 눈을 쉬게 하는 습관을 들이는 게 목 건강에 좋다.
Q. 목 통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다. 목디스크를 의심해야 하나? 전 인구의 60%는 살면서 한번쯤은 목 통증을 경험한다. 목 아픈 사람의 3~5%는 목디스크 환자이다. 나머지는 ‘목디스크 위험군’이라고 보면 된다. 초창기에 목이 불편한 것 같다가 또렷하게 아프고, 결리고, 당기는 등의 증상이 반복된다. 이 때 일자목증후군, 근막통증증후군, 긴장성 두통 같은 병을 잘 겪는다. 목 통증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이 많지만 뚜렷한 답과 해결책이 없다. 의사들은 목디스크, 후종인대골화증 같은 심각한 병만 치료하다보니 이러한 목통증의 정확한 치료방침을 마련하지 않았다. 병 이전의 이러한 불편한 상황은 10~20년 후에 병이 된다. 목디스크는 체형 같은 유전적인 원인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거나 신체활동을 적게 하는 등의 생활습관이 10~20년 간 축적돼 발생한다. 대개 목디스크 발병 직전에 목을 다치거나 무리해서 일을 하는 등의 물리적 요인이 있다.
Q. 목디스크의 증상은 어떤가? 목디스크는 물렁물렁한 수핵을 단단하게 싸고 있는 섬유륜이 훼손되면서 수핵이 빠져나와 신경을 누르면서 증상이 나타난다. 목디스크가 있으면 일반적으로 뒷목 통증과 함께 한쪽 또는 양쪽 팔로 방사통이 발생한다. 어느 한 방향으로 목을 기울였을 때 증상이 더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탈출된 디스크의 정도와 탈출된 위치에 따라 증상은 약간 다르게 발생한다. 가운데로 심하게 탈출되어 척수 신경이 눌린 경우는 사지의 힘이 약해지는 사지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탈출된 디스크가 양측 팔로 주행하는 신경근을 누르는 경우에는 신경근이 분포하는 해당 근육의 근력이 약해지거나 감각 저하가 나타나기도 한다.
Q.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나? 목디스크는 물리적 요인으로 인해 척추 구조물의 변화-> 손상-> 염증-> 통증의 순서로 나타난다. 보통 6주 정도 지나면 안정화가 된다. 이때 근육통을 많이 호소하는데 약물이나 물리치료, 온열 치료 등을 통해 풀어야 한다. 그러다보면 증상이 좋아진다. 최대 6주 정도는 수술이나 시술을 하기보다 참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술은 물리치료, 약물치료 등 적극적인 통증 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지속되어 잠을 잘 수 없고 일상생활을 할 수 없거나 디스크로 인해 근력의 약화 등 마비 증세가 있는 경우에 고려해본다. 목디스크가 심하거나 신경근이 오랫동안 눌려 신경기능이 약해지면 근력이 약화되고 심하면 근육량이 줄어 한쪽 팔이 가늘어 질 수도 있다. 또한 중심성으로 가운데 부위로 디스크가 심하게 탈출되는 경우에는 척수신경마비로 인해 걸을 때 다리 힘이 빠지고 술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며 균형을 잡기가 힘들어 질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반드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Q. 수술은 어떻게 하나? 수술은 앞으로 접근하여 디스크를 제거한 후 고정을 하거나 인공디스크를 삽입한다. 간혹 디스크가 탈출되어 떨어져 나와 신경근을 압박하고 있는 경우에는 목 뒤로 접근하여 후궁을 일부 절제한 후 탈출된 디스크만을 제거할 수도 있다. 목디스크는 허리디스크보다 수술이 위험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목디스크는 통증의 원인이 되는 물렁뼈가 바둑알 크기 정도로 작아 수술을 하면 한 번에 물렁뼈를 제거할 수 있어 수술 후 경과가 더 좋다. 재발이 거의 안 된다.
Q. 목디스크 예방 베개 등이 많이 나왔다. 도움이 될까? 도움은 된다. 그러나 병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처음에는 통증 완화 등에 도움이 되는 것 같지만 지속되지 않는다. 증상의 표면만 해결하기 때문이다. 목에 확실히 좋은 것은 오래 앉아있지 않고 눈을 적게 쓰는 것이다. 현재 목디스크가 있다면 아픈 자세는 취하지 않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첫번째이다. 이 때 목에 좋은 운동이나 스트레칭도 피해야 한다. 디스크 안정화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Q. 일반인이 목 건강을 위해서 할 만한 것은? 눈을 가끔 쉬게 하는 것은 꼭 기억해야 한다. 또 목 척추의 정상 만곡인 C자 곡선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할 때에는 목이 과도하게 굴곡이 되지 않도록 몸에 너무 붙여 사용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들어 눈높이에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박윤관 교수 고려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ㆍ박사를 마쳤으며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교환교수를 역임했다. 2012년 대한경추연구회장, 2015년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노인척추연구회장이다. 전문 분야는 목디스크와 요통. 척추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다. 의사가 목디스크 수술을 위해 찾아가는 의사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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