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성열관(2021). 수업방해 행위 및 방해학생들의 유형과 특징: 중학교 교실 참여관찰. 교육학연구, 59(2), 191-216.’에 기초해 작성된 것임.
오늘날 교사들이 겪고 있는 매우 곤혹스러운 문제 중 하나는 수업방해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2009년 실시된 교원 및 교직환경 국제비교 연구(Teach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 이하 TALIS) 설문에 따르면 조사된 국가의 교사 60%가 교실에서 수업방해(classroom disruption) 문제로 수업 진행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하였다. 그 이후 2014년에 발표된 TALIS 조사에서는 4명중 1명의 교사들이 수업방해 및 수업과 직접 관련 없는 행위로 수업 시간 중 30%를 잃어버린다고 응답하였다(OECD, 2014).
최근 한국에서도 수업방해 문제는 매우 심각한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학생들이 수업에 관심을 갖지 못하고 공부를 포기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고(성열관, 2018), 교사들은 수업방해로 수업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학생들과의 소통을 힘겨워하고 있다. 고경력 교사들이 명예퇴직이라는 이름으로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학교현장을 떠나는 현상은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 갈등을 이전보다 더 많이 겪기 때문이다(김성기, 황준성, 2012).
오늘날 한국의 중등학교에서 수업이 잘 진행되지 않는 현상은 문화변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한국 사회의 급속한 사회변동은 모든 영역에서 문화와 인간관계의 변화를 가져왔고, 교실도 그 예외가 될 수 없다. 2000년에 수행된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이종태 외, 2000)에 따르면, 그 당시만 해도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체벌이 불가피하다’는 문항에 90.4%의 교사들이 긍정 응답(4점 척도에서 ‘그렇다’, ‘다소 그렇다’)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체벌 이후 시대’에는 그에 걸맞은 교실의 문화가 필요하다.
나는 ‘체벌 이후의 시대’ 교실에서 수업 방해는 어떤 식으로 일어나고 있으며, 왜 일어나고 있으며, 어떻게 그 문제를 해결하야 할까 매우 궁금하였다. 그래서 대학에서 연구년을 얻은 2019년 1~2학기에 걸쳐 매주 목요일 중학교 교실을 참관하였다. 관찰 결과, 수업을 방해하는 행위는 다양하게 일어나고 있었다. 그중에서 속닥거리기, 놀리기, 소음 만들어 내기와 같이 간단한 주의만으로도 충분히 제어 가능한 수업방해가 있는 반면, 돌아다니거나 서서 장난치기, 진로방해하기, 교실 이탈하기 등 심각한 수업방해 행위도 있었다.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지루하게 느끼다 보니 인내심을 갖지 못하고 속닥거리거나 서로 놀리는 등 교사가 매번 지적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수업을 건드리듯이’ 방해한다. 이러한 문제는 교사의 수업 장악력 신장 등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유형에 속하나, 진로방해하기, 교실 이탈하기 등은 교과담임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수업방해 행위로 볼 수 있다.
----------‘놀면서 공부하기’ 현상
1년 동안 중학교 수업을 참관하면서,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본 것은 교실에서 ‘놀면서 공부하기’ 현상이 있다는 것이었다. 수업방해 학생들이 원하는 질서인 ‘놀면서 공부한다 함’은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우선 이 학생들은 모둠활동을 할 때 과제를 해가면서 동시에 잡담을 충분히 할 수 있는 편한 상태를 좋아했다. 그리고 이 정도는 수업방해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는 것 같았다. 이들은 이것이 바람직한 행위는 아닐지 몰라도 크게 혼나야 하는 행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 학생들은 친구들을 놀리거나 일러바치는 등의 행위로 키득대며 자기들만의 재미를 추구하는 행위가 어느 정도 허용되는 수업을 원했다. 그렇게 하다가도 선을 넘은 것 같거나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할 정도로 시끄러우면 ‘야! 좀 조용히 하자!’고 전체를 향해 소리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교사가 수업을 다시 진행할 수 있도록 조용한 상태로 돌아갔다. 물론 이 정도 소란스러워지면 교사는 표정이 굳어지고 학생들을 나무란다. 학생들은 이때 일보 후퇴하면서 수분간은 수업이 잘 진행되길 바랐다. 학생들은 몸을 편하게 가눌 수 있거나 의자를 뒤로 젖히면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는 등 신체를 이완하고자 했으며, 수업이 소란스러우면 돌아다니기도 했다. 이 학생들 중 학업성취도가 낮지 않은 학생들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학습 상태를 주도적으로 점검하면서 동시에 놀아가면서 수업에 임했다. 이와 같이 수업방해는 ‘놀면서 공부하기 현상’과 깊은 관계가 있었다. 학생들은 수업을 적극적으로 방해하기보다는 시시각각 교사와 타협하면서 수업을 방해했다 자정하는 행위를 반복하였다.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 수업방해?
내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수업시간에 떠들면서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에게 있어 성적의 높고 낮음은 큰 관계가 없었다. 단지 학업성취도에 따른 수업방해 방식에 차이가 있었다. 학업성취도가 낮은 학생들은 멍하니 한 시간 동안 앉아 있기보다는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고, 학습지를 풀 때 친구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이래저래 모둠활동이 강의식보다 낫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가운데 학업성취도가 매우 낮은 학생들은 수업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워 ‘스스로를 격리(수업 소외)’하거나 아니면 적극적으로 장난을 치는 유형으로 나눌 수 있었다. 학업성취도가 높은 학생들은 수업에 참여하는 것과 방해하는 것을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즉 수업에 참여하면서 동시에 방해에도 가담하였다. 다시 말해 소위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만이 수업을 방해하는 것은 아니었고, 수업방해는 수시로 성취도에 상관없이 대체로 많은 학생들에 의해 일어나고 있었다.
----------수업의 도구화 현상
나는 수업관찰을 통해 중학교 수업에서 수업방해 행위는 ‘수업의 도구화’ 현상과 관련이 깊다는 것을 발견했다. 학생들이 수업을 수단으로 경시하는 경우가 많았고, 수업 자체에 대한 존중보다는 이미 학원에서 배워서 알고 있는 경우 ‘놀면서 공부하는 수업’의 질서를 만들기 위해 교사와 타협을 벌였다. 참여관찰을 통해 살펴보았을 때, 학생들의 수업방해와 수업에 집중하기는 거의 동시에 이루어질 정도로 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었다. 수업방해 학생들이 무질서를 원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적극적 수업방해 학생들조차 교사가 원하는 질서를 무력화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자신들이 원하는 질서의 상태에서 타협하고자 하였다. 이들이 선호하는 질서에 대한 기준은 학생들마다 서로 상이할 것이나 대체로 ‘놀면서 공부하는 상태’라고 볼 수 있었다. 적극적으로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들조차 질서 파괴자들이기보다는 자신들이 원하는 수업의 질서로 이끌어가려는 교실의 주민이라 할 수 있다. 주민들이 어떤 지역을 떠나지 못하고 살아야 한다면 스스로 원하는 질서가 있을 것이다. 대체로 많은 학생들은 ‘놀면서 공부하고, 공부하면서 노는’ 수업으로 나아가고자 매순간 교사, 그리고 다른 학생들과 보이지 않는 타협에 임하고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규칙준수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도구화된 수업의 규범을 바로잡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수업방해와 수업전문성
관찰 결과, 활동이 많은 수업에서 수업방해 행위가 더 일어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학생중심 수업을 진작시키면서도 수업방해에 대처하는 교사들의 전문성이 더욱 요구된다. 수업방해의 기회를 미연에 차단하고 최소화하는 방법 중 하나는 강의식 수업을 권위주의적 또는 억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수업은 학생들을 비교적 조용히 앉혀 놓을 수는 있으나 교육적으로 효과적이거나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교사들은 모든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수업을 설계하면서 동시에 수업방해에 대처해야 하는 이중의 부담을 지닌다. 이러한 전문성은 최근 문화변동을 겪는 교실의 상황에서 더욱 요구된다. 왜냐하면 오늘날 교실은 과거에 비해 협력, 토론, 문제해결 학습 등 학생 참여형 수업을 더욱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수업시간에 통제하기 어려운 학생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들은 억압적 훈육도 피해야 하며, 동시에 학생들이 지나치게 떠드는 것을 방치하는 ‘활동을 위한 활동’ 수업도 경계해야 한다.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면서 동시에 수업방해를 막는 수업전문성이 최근에 더욱 중요해진 것이다.
----------교사의 책임을 넘는 방해 유형
장기간의 수업 참관 결과, 나는 담임교사나 교과담당교사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수업방해 유형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관심이 그리워 부정적 방향으로 리더십을 발휘하는 아이들, 그리고 가정에서 문제를 들고 온 아이들 유형에 속하는 학생들의 수업방해 문제는 교사 혼자서 감당하기 어렵다. 이는 한 교실에 들어가는 교사 전체, 상담사, 사회복지사 등이 모두 참여하는 집중지원 회의를 통해 보완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수업방해의 문제가 학생을 둘러싼 생태적 환경과 깊은 관련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동료 학생들과 교사들의 관심을 끌고자 수업을 방해하는 아이들과 가정에서 문제를 들고 온 아이들은 교사에게 큰 교육적 도전이 되고 있다. 이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서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대처 전략에 대한 개발과 공유는 매우 시급한 과제이다.
내가 참관한 중학교는 교과교사, 학교사회복지사, 보건교사, 진로교사를 포함해서 ‘확대된 교사공동체’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다. 또 이 중학교에서는 복지사가 담임교사, 상담교사, Wee센터, 구청 소속 사회복지사와 협력하여 ‘가정에서 문제를 들고 온 아이들’을 도와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는 김경애 외(2018)의 ‘중학생 연구’에서도 중학생 성장의 지지기반으로서 지역사회의 역할 강화라는 제언으로 제시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항상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극소수의 학생이지만, 이러한 노력 범위도 벗어나는 사례가 있었다. 나는 아직 이런 사례에 대해서는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정확히 모른다. 다만 이른 유아 시기부터 그런 위험에 놓인 가정을 지원해주어야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수업방해, 결국 문화의 문제
수업방해는 단속이나 치유와 같은 심리치료적인 대상이기도 하나, 나는 크게 보아 교실의 문화와 규범이라는 사회학적 문제(Bernstein, 2000)라고 본다. 수업방해는 교사와 학생들 또는 학생들과 학생들 사이의 끊임없는 타협의 산물이고, 그 타협은 사회학적 현상이다. 수업방해 현상은 심리학적 관점으로도 설명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으나 훨씬 더 복잡한 요인들을 고려해야만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다. 내가 살펴본 다양한 수업방해의 특징은 수업의 도구화 또는 수단화와 깊은 관련이 있었다. 이 역시 수업의 사회적, 규범적 성격과 관련된 것으로 이후 수업방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문화적 처방이 필요하다. 많은 교실에서 많은 학생들이 수업 내용이 어느 정도 이해되기만 하면 곧바로 ‘놀면서 공부하기’ 질서로 교사를 끌고 가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수업방해 문제에 대한 교사의 전문성 신장 역시 교실 수업의 문화 구축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김경애, 선혜연, 임종헌, 조은주, 류방란, 안해정, 권희경, 전보미(2018). 중학생의 성장과정 분석: 학교, 가정, 지역사회를 중심으로(III). 진천: 한국교육개발원.
김성기, 황준성(2012). 초·중등 교원의 명예퇴직 사유 분석. 한국교원교육연구, 29(4), 109-127.
성열관(2018).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 교실사회학 관점. 서울: 학이시습.
이종태 외(2000). 한국교육 위기의 실태와 원인 분석. 서울: 한국교육개발원.
Bernstein, B.(2000). Pedagogy, symbolic control and identity: Theory, research and critique. Revised edition. Oxford: Rowman & Littlefield.
성열관 교수는 위스콘신대학교(미국)에서 교육과정 및 수업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Curriculum Inquiry, Comparative Education, Oxford Review of Education, Journal of Educational Change 등 많은 저널에 혁신교육 등을 주제로 논문을 실었다. 최근 수업소외 및 수업방해 현상에 관심을 갖고 <수업시간에 자는 아이들>(학이시습)을 출간하였다. 현재 한국교육과정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