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바람에 실린 커피향, 거리에 ‘넘실’30여 ‘길 다방’ 커피자판기 맛보러 오는 서울 커피마니아도
푸른 바다를 보며 마시는 쌉싸래한 커피 한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강릉 안목항 커피거리의 모습이다. 바다 향만큼 커피 향으로 가득한 이곳, 몇 년 전부터 강릉의 대표관광지로 자리 잡은 안목항 커피거리를 찾았다.
자판기에서 시작된 낭만
한적한 어촌 해변이었던 안목항은 2000년대 초, ‘길 다방’이라 불리는 커피 자판기가 늘어선 것이 시초다. 지금도 30여개의 커피 자판기가 해변을 따라 늘어서있다. 안목항 자판기는 일반 자판기와는 다르게 카페모카, 카페라떼, 아이스티 등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기계에 따라 미숫가루나 콩가루를 넣기도 해 자판기마다 맛이 다른 것도 주목할 점. 커피동호회 회원 이상근(49.서울시 송파구)씨는 “올해만 세 번째 방문”이라며 “자판기커피 마다의 독특한 맛을 비교하는 것이 큰 재미”라고 말했다.
바다를 품은 카페들
이곳 커피거리는 자판기뿐 아니라 커피장인들이 운영하는 카페 역시 관광객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산토리니, 엘빈, CL 등 유명 카페에서는 커피 로스팅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또한, 이곳 카페 대부분이 2층 야외 테라스를 갖춘 것도 큰 볼거리다. 바다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자리여서인지 야외 테이블과 창가 테이블을 ‘사수’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휴일에는 명당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손님들이 일찌감치 장사진을 치기도 한다. 주말을 맞아 가족들과 커피거리를 찾은 전경숙(52. 서울시 마포구)씨는 “블로그에서 보고 가족들과 여행을 결정했다”며 “바다를 보며 차 한 잔 마시니 저절로 힐링이 된다”라고 말했다.
지역경제 활성화 ‘쏠쏠’
안목항의 커피는 강릉지역 경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강원발전연구원은 안목항 커피거리를 중심으로 매년 열리는 ‘강릉커피축제’로 인한 직·간접 경제파급효과가 386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한 커피거리가 주목을 받으면서 주변 상권도 활기를 띄고 있다. 안목항에서 조개구이 전문점을 운영하는 백송원(52)씨는 “커피거리를 찾는 관광객들이 조개구이도 함께 드시고 가신다”며 “커피축제가 열리는 10월에는 매출이 10% 이상 증가한다”고 말했다. 허병관 강릉시의원은 “커피전문점으로 인해 여름 휴가철 반짝 특수에 기대던 상권에 새로운 활력이 생겼다”며 “바다와 낭만, 천혜자연이 커피와 조화를 이뤄 매력 있는 관광 상품이 됐다”고 전했다.
이번 주말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바다를 품은 커피를 찾아 강릉 안목해변으로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전다솔 기자
사진1: 밤바다를 밝히는 카페거리의 불빛들.
사진2: 한 카페에서 바라본 안목항 앞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