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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학자로서 라캉의 이론은 난해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데, 아마도 일생 동안 그의 이론에 사용된 개념과 그 의미가 지속적으로 조금씩 변했다는 점에 기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동안 라캉에 관한 몇 편의 글을 읽었지만, 그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신할 수 없었던 까닭이라고 자위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내용 역시 온전하게 이해했다고 자신활 수는 없지만, 다 읽은 후 이전과는 다르게 조금은 라캉에 가까워진 것처럼 생각되었다. 저자는 의사로서 자신의 담당했던 임상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라캉의 이론에 빠져들게 된 경험에 대한 이야기로부터 내용을 이끌어나가고 있다.
실상 인간의 정신을 분석한다는 것은 상대가 토로하는 말을 먼저 이해하고, 그것으로부터 어떤 의미를 도출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따라서 상대가 쏟아내는 말에 숨겨진 의미를 탐색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간명한 도식으로 정리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때로는 상대가 꾸었던 꿈의 내용이 정신분석의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는 점은 그것이 인간이 지니고 있는 무의식의 발현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정신분석의 이론들이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데, 아마도 사람이 꾸는 꿈이나 말들을 그처럼 간명한 도식으로 정리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대상-a는 황금수이다’라는 부제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는 라캉의 이론에서 주체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사용되는 ‘대상-a’를 ‘황금수’라는 용어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그 의미를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라캉의 이론을 도식화하고 있지만, 그러한 방식에 익숙치 않은 독자로서는 그 내용이 좀처럼 이해될 수 없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어쩌면 라캉을 포함한 정신분석 이론의 분석 도구로서 중요한 개념들에 가까워질 수밖에 없는 개인적 한계일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는 라캉의 생애를 추적하면서 그의 이론이 정립되고, 또한 다양한 개념과 그 내용이 조금씩 바뀌는 과정을 설명하는 방식이 조금은 익숙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저자는 프로이트를 비롯한 라캉에게 영향을 끼쳤던 사람들의 면면과 그들의 이론을 비교하며 설명하기도 한다. 저자의 설명을 통해 프로이트에게 영향을 받아 정신분석에 빠져들게 되었지만, 라캉 자신의 이론을 구축하면서 그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분석가가 임상 과정에서 분석대상의 말과 행위를 마치 자신이 경험한 것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으며. 저자는 자신의 임상 사례를 제시하면서 그러한 상황을 ‘전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또한 라캉이 속했던 단체로부터 탈퇴를 하고, 새롭게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추적을 하는 내용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여전히 핵심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저자의 친절한 설명 방식으로 인해 라캉에 조금 가까이 다가선 것으로 위안을 삼기로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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