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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행록’은 조선시대 사신단의 일원으로 청나라의 수도인 연경(지금의 북경)을 다녀온 기록들을 일컫는다. 이 책은 조선 후기에 활동했던 홍대용이 중국에 사신을 다녀온 기록으로 남긴 <을병연행록>을 기반으로 하여, 연행의 과정과 중국에서의 견문 그리고 이방인들과의 교유의 면모를 정리하여 소개한 것이다. 고전번역원에서 출간한 책으로, 단지 번역이 아닌 원전의 내용을 쉽게 풀어 정리한 것을 지원하여 출간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기도 했다.
저자는 홍대용이 중국을 다녀오기 전에는 완고한 주자주의자였지만, 그곳에서 새로운 문물과 청나라의 선진적인 문화를 접하면서 서서히 변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한 변화의 과정을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1766년 연행을 다녀온 후, 홍대용이 중국에서 만난 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서 사상의 변화를 겪는 과정을 매우 흥미진진하게 서술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여전히 조선시대 노론의 인물들은 청나라를 오랑캐로 치부하고, ‘북벌론’이라는 실현 불가능한 주장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중국을 다녀 온 지식들을 중심으로 청나라에 대한 인식과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었다. 이처럼 중국의 발달된 문화를 바라보는 18세기 지식인들의 상황이 마치 최근 진행되었던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물인 ‘판문점 선언’에 대한 상반된 주장들을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로운 움직임으로 떠올랐던 18세기 후반 북학(北學)에 대한 관점이 확립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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