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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과 마음을 닦는다는 뜻의 ‘수신(修身)’은 유가의 전통적인 수양법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유가의 경전인 사서(四書) 중의 하나인 <대학>의 핵심적인 가치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스스로의 정신수양을 통한 수기(修己)의 단계를 거쳐, 학문의 성취와 함께 세상에 나아가 치인(治人)을 하는 것으로 삶의 목표를 삼았다. 이러한 사대부들의 근본적인 가치인 ‘수기(修己)’는 ‘수신(修身)’의 또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흔히 성공의 다른 표현으로 사용되는 ‘출세(出世)’의 원래 의미는, 학문적 성취를 이루어 과거와 같은 일정한 시험을 거쳐 관직을 얻는 것을 일컫는다. ‘입신출세(立身出世)’란 표현이 가리키듯 물론 그 전제는 자신의 정신적 수양(立身)이라 할 수 있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나는 유가의 경전을 토대로 인용하고 해석한 책일 것이라 짐작했다. 아마도 자자는 그것을 염두에 두고 제목을 정했을 것이라 이해되는데, 실제로는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자유롭게 정리한 내용들이었다. 오랫동안 학원가에서 강의를 했다고 하니, 자신의 삶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바에 대해서 논했을 것이라 하겠다. 저자는 ‘수신은 내가 나를 제대로 보며 마음을 구하는 방법이자, 세상을 대하는 자세의 근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자신의 생각을 중심에 두어야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라고 하겠다.
‘무엇이 우선인가’라는 제목의 1장에서, 저자는 ‘모든 일은 나에게 달려있다’는 생각으로 스스로의 내공을 쌓으라고 권유하고 있다. 2장의 ‘고난에 직면했는가’에서는, ‘불가능해 보여도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를 제시하면서 ‘시도하고 후회하라’는 조언을 던지기도 한다. 모든 글의 첫머리에는 각각의 주제에 맞는 격언이나 시의 구절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아마도 그러한 글들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일 것이라 이해된다. 나아가 3장의 ‘길이 안 보이는가’에서는, 살면서 어려움에 처했을 때는 간혹 역발상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최선을 다해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길이 끝나면 새로운 길이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가끔 ‘생활의 달인’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소개되는 인물들의 노력에 대해서 새삼 다시 생각해 보았던 적이 있었다. 저자 역시 ‘고수를 꿈꾸는가’라는 4장의 내용에서, 그러한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우고 익히라’고 말하고 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겠지만 ‘인생에서 완성은 없다’는 말을 되새기면서, 남들의 뒤를 좇기보다는 ‘다르게 단순하게 간결하게’ 생각하면서 ‘탁월함을 추구하라’고 조언을 하고 있다. 문제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시대에 5장의 제목처럼 ‘어떻게 생존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스스로 찾아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에세이 형식이라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은 대체로 쉽게 읽히지만, 저자의 삶의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들어 어느 정도의 설득력을 갖추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의 제목처럼 <수신>의 기초 위에서 세상살이의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라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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