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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녀들을 달리 일컫는 말로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꽃이란 뜻의 '해어화(解語花)'란 표현이 있다. 남성들의 연회나 모임에 참석하여 분위기를 돋우면서, 그 자리에 마치 꽃같은 역할을 했다는 뜻에서 붙여진 것이다. 비록 신분적으로는 천민이었으나, 당대의 지식인들과 더불어 교양을 발휘하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기녀들은 조선 후기를 지나, 일제 강점기에 접어들면서 그들의 사회적 역할도 점차 하락하게 되었다.
조선시대의 기녀들이 예인으로 그 능력을 인정받았던 반면, 일제 강점기에 접어들면서 이들은 조합을 만들어 활동해야만 했다. 기생들의 조합이 바로 권번이었고, 권번은 기생들의 교육 기관이기도 했다. 말이 조합이지, 실제로는 권번에 소속되지 않고서는 활동을 할 수 없도록 만들어 그들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었다고 하겠다. 일제 강점기에는 전국 각지에 적지 않은 수의 권번들이 존재하고 있었고, 개항장이었던 인천에도 권번에 소속된 기녀들이 활동하고 있었다.
이 책은 인천에 있었던 용동권번을 비롯한 권번들의 상황과 활동 내역들에 관해 신문 등 당시의 자료들을 근거로 탐구한 책이다. 인천에는 '용동권번'이 가장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었고, 이들의 활동이 곧 인천 화류계의 역사였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일반적인 권번의 교육 프로그램은 물론 인천에서 활동했던 기생들의 구체적인 면모까지 밝혀놓고 있어, 근현대 문화사를 탐구하는데 좋은 자료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해방 이후 미군 기지 주변의 기지촌의 형성도 결국 이와는 무관하다 할 수 없으며, 인천 화류계를 대표하던 '엘로우 하우스'도 그 뿌리가 닿아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비록 부끄러운 역사이지만, 그 실체를 어느 정도 밝히는 것이 중요하기에,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지니는 의미는 충분하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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