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나는 밴드에서 베이스를 맡았다. 처음에 베이스를 선택하게 됐던 건, 한 번도 쳐본 적 없는 악기를 배워보고 싶어서였다. 내 선택은 최상의 선택이었다. 베이스를 배우고 거의 한 달 정도는 베이스가 너무 재밌어서 정말로 밥 먹고 베이스만 쳤던 것 같다. 그때에는 브레이크 이븐을 연습하고 있었는데, 내가 치는 건 반복되는 4마디뿐이었다. 그때는 뭐가 그리 재밌었는지 그 4마디를 하루 종일 연습했었다. 그리고 우리 조가 모여서 합을 맞춰보는 날에, 모두 엉망진창이었다. 그래도 그때는 처음이었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후로 모일 때마다 박자가 맞지 않고, 꼭 한 군데씩 이상한 점이 있어서 화가 났다. 나는 완벽하고 멋진 소리를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었는데. 그렇게 짜증을 꾹꾹 눌러 담은 상태로 연습을 했다. 점점 베이스를 치는 재미가 떨어졌다. 선생님들께서 베이스 소리가 더 예쁘게 나게 하라고 하셨는데, 예쁜 베이스 소리가 뭔지도 모르겠고 내 소리가 뭔지도 모르겠고... 어쨌든 슬럼프 비스무리한 게 왔다. 공연을 하기 직전까지도 우리 팀은 박자를 맞추지 못했다. 나는 완전 패닉 상태였다. 이대로라면 공연도 못 하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합을 맞추다가 쉬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그냥 멍 때리고 있는데 시은이와 호영 오빠가 들어오면서 이제부터 우리의 메트로놈은 재혁이라고 말했다. 나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신기하게 그 후로부터는 합이 잘 맞았다. 우리가 연주하는 노래인데 굳이 다른 사람이 정한 박자에 우리를 가둘 필요가 없었던 거다. 그때 나는 우리의 소리가 이거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만드는 소리가 우리의 음악이다.
선생님들과 이야기하는 시간에, 나는 바람길과 함께 이야기를 했다. 그때 바람길은 기타 연주 속에 이야기를 담아내셨다. 우리도 각자가 느끼는 이야기를 해 보았다. 나는 그게 너무 신기했다. 그냥 코드만 이어서 쳤는데 이야기가 전해지는 게 신기했다.
그 후에는 독고다이를 하며 베이스 라인을 짜 보았다. 물론 처음이라 선생님들께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그래도 악보 없이 연주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었다. 내가 소리를 만들고, 내 이야기를 전하는 게 즐거웠다. 내가 내는 소리가 내 소리가 아니면 뭐겠어? 이제는 못 하는 걸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을 때 베이스를 치고, 실컷 치면 다른 걸 하면서 놀고. 스트레스나 짜증 하나 없는 독고다이 연주를 했다.
첫댓글 독고다이~!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