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성서공회 총무이셨던 민영진 박사님께서 아래와 같이
박창환 교수님의 소천소식을 알려 주셨습니다.
■ 성경번역자 박창환 교수님을 추모함■
대한성서공회의 『신약전서 새번역』(1967)의 초역자 박창환 교수께서 2020년 11월 15일 오전 0시 23분(한국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향년 97세로 별세(別世)하셨다는 부음(訃音)을 들었습니다. 박창환 교수님께서 우리말 성경 번역의 역사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옥성득 교수께서『대한성서공회사 III』(대한성서공회, 2020)의 여러 곳에다가 고인의 행적을 잘 정리해 놓고 있습니다.
대한성서공회가 1900년에 『신약전서』를 번역 출판하였고, 1911년에 『구약전서』를 출판함으로써 성서공회의 완역 『성경전서』(1911)가 나옵니다. 이것이 “구역(舊譯)”입니다. 1911년 성경이 1938년에 다시 한번 대폭 개정되어 『성경개역』으로 나옵니다. 이것이 “개역(改譯)”입니다. 그러다가 1956/1961년에 한글맞춤법통일안에 따라 한글 표기가 바뀌어 『성경전서 개역 한글판』(1956/1961)이 나옵니다. 이것이 “한글판”입니다.
그러나 개화기에 번역된 우리말 번역 성경이 1960년대의 젊은이들에게 소통의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어, 『개역 한글판』(1956/1961)을 보급하던 대한성서공회가 1967년 12월에 『신약전서 새번역』을 출판하였습니다. 박창환 교수께서 번역자로 대한성서공회 번역에 참여한 것이 신약전서를 새로 번역하던 1960년 9월부터였으니까, 『신약전서 새번역』은 7년 3개월 만에 완성된 번역입니다.
박창환 교수는 단순히 여러 번역위원 중 한 분으로 참여하지 아니하고, 번역의 초벌 원고를 작성하는 중요한 임무를 맡아 참여하였습니다. 그리스어에서 우리말로 번역한 초고(草稿)는, 번역위원회, 원문대조위원회, 문장검토위원회를 차례로 거쳐 잠정적으로 완성되고, 이것은 다시 공청회, 고문위원회, 실행위원회의 검토를 거치고, 마지막으로 성서위원회의 결의를 거쳐 최종 본문이 확정되고 출판되었습니다. 당시 번역위원회에는 박창환 교수 외에 전경연 교수(위원장), 김철손 교수, 이상호 교수, 박상증 목사 등이 참여하였고, 문장위원으로는 한갑수 선생, 석용원 교수, 안신영 장로가 참여하였습니다.
새번역 구약이 계속되지 못한 것은 당시 “신구교 공동번역 성서”의 번역 계획이 새로 시작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1967년 새번역 신약은 약간의 개정을 거쳐 1993년에 나온 『성경전서 표준새번역』의 신약 본문이 됩니다. 표준새번역 성경전서는 다시 개정(2001)을 거쳐 2004년 이래 『성경전서 새번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박창환 교수께서 초벌 번역을 맡으셨던 『신약전서 새번역』(1967)은 한국인 학자가 직접 그리스어 원문에서 신약 본문을 한국어로 번역한 최초의 번역입니다. 박창환 교수의 초고에는 청중을 향한 예수의 말이 높임말로 번역되어 있고, “인자”와 같은 한자어는 “사람의 아들”로 번역되어 있고, 번역위원회에서도 이런 번역을 받아들였지만, 교회 여론이 이를 반대하여, 뜻을 펼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읽고 있는 『성경전서 새번역』(2004) 안의 신약 본문이 바로 박창환 교수의 초고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그럴 뿐만 아니라, 우리말 여러 번역 중에서 예수께서 청중에게 경어를 쓰시는 번역(예를 들면, <성서원 쉬운말성경>), “인자”를 “사람의 아들”로 고친 번역들(<공동번역>, <킹제임스셩경신약개정판>)을 보면서, 박창환 교수님의 헌신과 공헌을, 우리 후학들이 소중하게 되새기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