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 하지만 집이 오래되어 비가 새기도 하고 곳곳에 묵은 때가 끼어
'싹 팔아 버리고 근교 깨끗한 아파트로 가봐' 하다가도 내 모습을 보는 듯해서 주저앉아 버리고 맙니다.
설맞이 행사로 애증이 배어 있는 묵은 때를 과탄산소다 풀은 물과 세제를 가지고 벗기며
일요일 새벽부터 오전 내내 치다꺼리하고 나니 바깥공기가 그립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4호선 타고 가다 서울역에 내려 <서울로7017>로 올라갑니다. (舊서울역 고가도로)
통일로(서소문)와 세종대로가 마주치는 이곳은 뉴욕 아이언 빌딩처럼
고층건물이 삼각지에 서있진 않지만 여기서 나는 항상 그걸 떠올립니다.
규모는 작지만 그 비슷한 곳으로 퇴계로 4가 동국대 올라가는 길가에 다리미 같은 빌딩이 있습니다.
영욕의 세월을 거쳐온 <서울스퀘어>빌딩
교통센터 부지에 대우그룹의 대우빌딩이 들어서고- 금호 아시아나- 모건스탠리를 거쳐 싱가포르계 알파인베스트먼트
파트너스로 주인이 바뀐 건물, 얼마 전 명칭은 '장그래 빌딩'이었던가? (드라마 '미생' 중에서)
한겨울 서울역에서 마주 보이는 빌딩은 마치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거대한 장벽(The Wall)처럼 느껴집니다.
숭례문에서 시청 사이 세종대로는 기존 인도 폭의 2배만큼 더 넓게 확장하는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프로젝트 명은 '세종대로 사람숲길'이랍니다.
이젠 차를 끌고 무조건 서울 도심으로 진입하는 장삼이사들이 많지 않으니 이렇게 넓혀도 문제없을 겁니다.
정육점 인파를 보니 비로소 설 기분이 납니다. 아직까지도 명절 음식의 으뜸은 '괴기'로군요.
평시도 사람이 많은 집인데 오늘은 아예 줄을 설 정도입니다.
곁에 있는 노브랜드로 들어가 주전부리 프레첼과 와인 하나 삽니다. 그리고 닭집에서 파는 똥집도 한 봉지.
곤지암 소머리국밥이 옛날 같지 않은 게 벌써 오래전입니다.
시장통 소머리국밥이야 미련을 버린 지 오래지만 어떤 분이 올린 글에 이집(ㅇㄷ국밥) 게 괜찮다는 말이 있어
긴가민가 하며 들어갔습니다. 총각네 야채 가게처럼 말쑥한 젊은이가 손님을 맞습니다.
메뉴 음식 사진은 아카이브에서 빌려온 사진이 대부분이라 믿을 게 못되지만
테이블 무늬로 봐선 이 집 음식 사진이 틀림없습니다. 안주를 보니 실비집 맞네요.
깍두기는 조금 시고 물러졌으나 배추김치는 먹을만합니다.
김이 사라지고 내용물이 보이기 시작하니 숟가락질할 때마다 고기, 국물의 비주얼이 변화무쌍합니다.
냉장고 체류 시간이 있었던 듯 군내가 약간 나지만 고기 질과 맛, 특히 국물은 진국입니다.
곤지암 원조집 이후 만족스럽게 먹었습니다.
다음에 수구레 국밥을 특으로 시키면 이스리 두 병 깔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서울, 재래시장이라는 불리한 조건 속에서 기대치 않았는데 단골 될 듯합니다.
설 명절 싸우지들 마시고 평안히 보내십시오. ㅎ
닥다리로 가는 길
http://blog.daum.net/fotomani
첫댓글 음식의 평준화.
양평 신내 서울해장국은 지명과 상호를 합쳐 부르는 이름이긴 하지만
이제는 전국을 평정해 지역 특성이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또한 값싼 내장이 고급 음식 반열에 서서 특이 아니면
건더기 숫자를 세어야 할 판이니 섭섭할 따름이지요.
소머리도 그리 비싼 재료가 아니니 국밥이야 실비집 메뉴로 딱이지요.
이것도 좀 들어가면 만원이 후딱 넘어 버리니
맛이라도 비슷하면 잔소리 말고 그저 감내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매진, 어제 코스트코 갔다가 실패 헸습니다,
인기가 좋군요, 통새우 완탕,
새해 복 마~니 받으십시오
간단히 가볍게 먹기 좋습니다.
겨울엔 택배 시켜도 녹아서 엉기는 일이 없을 겁니다.
좋은 정보를 득하고 코스트코에서 득템하여 새우완탕을 국 대용으로 기끔 먹는데 은수저로 먹으니 은수저가 흑색으로 심하게 변색되네요.
혹시 폐하를 암살 하려고 누가 독을 ?
저는 급한 마음에 오늘 인터넷 주문 했습니다
그럴 리가???
설 명절 싸우지들 마시고 평안히 보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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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이라는게 어느 정도 대등할 때 가능하지
힘의 균형이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애시당초 싸움이 불가능하지요
그러니 그냥 평안해 보기는 합니다^^
부러워서 하는 말입니다.
난 싸우는 방법을 잊어버려 하루 지난 다음 대꾸할 꺼리가 생깁니다.
그때 다시 해보자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