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파극눈물의 기찻길-이의선
글.낭독-이의선
때는 바야흐로…
가난이 죄가 되던 시절이었으니…
그랬다… 참으로, 그랬던 것이었다.
한겨울 기찻길, 바람은 살을 에었고—
역사(驛舍) 한켠엔…
누더기 코트 하나 걸친 소녀가… 떨고 있었다.
그 소녀, 이름하여 수연.
열다섯살…
세상을 아직 다 알지 못할 나이였으나—
그 눈빛은… 너무도 깊었다.
(무대 위 – 수연 작게 중얼)
“아버지 약값만 있으면…
난… 뭐라도 할 수 있어요…”
(변사, 감정을 머금으며)
그랬다…
어린 소녀의 품엔,
낡은 보자기 하나…
그 안엔 어머니의 유품 하나…
반지 하나… 털실 조끼 하나…
그리고, 아직 말라붙지 않은 희망 하나가…
들어 있었던 것이었다.
기차가 들어오고…
그 쇳소리, 마치 세상을 쪼개는 듯—
칙칙— 폭폭…
칙칙— 폭폭…
그랬다…
그 소리에, 마음도 흔들렸던 것이었다.
허나! 그때—!
저 멀리서… 숨을 헐떡이며 달려오는 사내 하나!
그 이름, 동식…
같은 동네, 같은 우물물 먹고 자란 그 아이…
(무대 위 – 동식 외침)
“수연아!
가지 마라!
나는… 나는 너 없인 못 산다…!”
(변사, 절정을 높였다가 떨구며)
그랬다…
그 사내, 가진 건 하나 없었으나—
가슴 하나로, 사랑을 걸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세상은 그 사랑조차 비웃듯, 기차를 움직였고…
수연은… 떠났다…
남은 건, 플랫폼 위에 굴러다니는…
그 반지 하나…
그리고…
눈물 한 줄기였던 것이었다.
(변사, 조용히 정리하며)
이렇듯…
한 많은 시절엔, 사랑도 눈물로 견뎌야 했고…
기차는 늘…
마음만 남긴 채 떠났던 것이었다.
(변사, 낮고 깊게 마무리하며)
기차는 떠났고, 사랑은 남았으니—
이 밤…
당신 마음에도,
어느 한줄기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니겠습니까…
첫댓글 성우님이 최고의 성우임을 알려주는
낭독입니당 ㅎ
항상 건강하시어요^*^
한번보자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