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경전 외 2편
김승봉
썰물과 밀물 사이 견고하고 너른 품들
하루에 딱 두 번씩 열고 닫는 절호의 찰나
썰물 땐 제 몸 말리며 망둥이 판 요란하네
썰물의 밑바닥은 아늑하나 위험천만
아낙의 영토마다 에둘러서 경계한다
뚝심 센 과묵한 어부 개펄 속을 물어 대네
밀물 땐 활동 영역 돌팍 틈에서 두런두런
뒤척이던 몸부림에 사설도 덮어 놓고
미물들 분주한 한때 속내들만 드러내네
새벽 어판장
힘겹고 지친 날에 어판장에 갈 일이다
대낮보다 밝은 불빛 발걸음이 흥건하고
경매서 힘찬 추임새 새벽을 열고 있다
퍼덕이는 몸짓들은 몸값을 부풀리고
치열한 경쟁이란 손짓에서 살아나네
점화된 수화와 눈빛 그 약속이 굳건하다
바쁘게 움직이는 아줌씨 손길에서
제철 회 살아나고 흥정도 춤을 춘다
눈부신 일출 앞에서 또 하루가 숨쉰다
라바콘 주의보
후진과 전진 사이 너는 항상 망설인다
여기는 안 됩니다 저기도 못 가고요
접근과 통제 사이에 눈빛으로 삼킨 말
단단한 작은 고깔 흙먼지 둘러쓰고
뜨겁게 달아오른 주홍빛 햇살들이
반사된 백미러 안에 위험으로 다가오다
찬 서리 내린 밤에 굴절된 발걸음을
아스라이 마주치던 그 눈빛이 따뜻하다
잠깐도 망설이지 말고 저만 믿도 오시길
- 김승보 시조집『라바콘 주의보』2025. 교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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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바다 경전 / 새벽 어판장 / 라바콘 주의보 / 김승봉
김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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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1.20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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