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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바벨탑’은 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며, 그것은 끝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저자인 강준만은 고층 아파트로 상징되는 한국의 주거문화를 논의의 중심에 두고, 자본주의적 이익을 추구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키고 있다. ‘욕망이 들끓는 한국 사회의 민낯’이라는 부제가 책의 내용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저자의 글이 대개 그렇듯이 자신의 논지를 뒷받침하려는 주석은 지나칠 정도로 친절하지만, 때로는 과연 이러한 주석이 필요한가 라곧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저자의 글쓰기 스타일이라고 이해하기로 하자.
모두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각 장마다 특정 주제를 중심으로 현재 한국 사회의 현상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있다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언제부턴가 저자의 글에서는 ‘머리말’의 양이 점점 늘기 시작했는데, 이 책에서는 무려 18페이지에 걸쳐 서술되고 있다. 그리고 실상 이 책을 통해서 이야기하려고 했던 모든 주제가 ‘머리말’에 농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사회과학의 연구 대상이 대체로 그렇듯이, 모든 사건에는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두 개 이상 존재한다. 그리고 우리는 특정 언론 매체에서 또한 그러한 시선을 어느 일방, 혹은 양비론적인 시각을 다루는 것을 자주 목도하곤 한다.
예컨대 부동산 가격이 치솟을 때는, 언론에서는 서민의 입장에서 부동산 폭등의 원인과 문제점들을 지적하면서 부동산 가격을 잡을 대책을 촉구하곤 한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하면, 똑 같은 언론 매체에서 다시 그로 인해 손해를 보는 집주인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한다. 이처럼 자신의 확고한 견해를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 때에 따라 양비론적인 시각이 난무하는 것이 오늘의 언론 현실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러한 기사를 바라보는 독자들도 때에 따라 뉴스에서 쏟아내는 입장에 무비판적으로 동조하는 경향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입장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수시로 논지와 주장을 바꾸는 언론의 비정상적인 행태와 크게 관련이 있을 것이다.
어느 사이 젊은이들이 스스로를 ‘N포 세대’라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게 회자되고 있다. 그러한 현실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 정책을 실현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미 이 사회의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고, 먼 미래의 바람직한 현실을 만드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그 이유의 중심에는 혹시 그로 인해 내가 피해를 보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과, 각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욕망이 견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때문에 이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다양한 사회 문제들에 대해서 공감하면서도, 때로는 그것이 공허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저자는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 ‘투자’의 방법을 둘러싸고, 다른 한편에서는 특혜 운운하면서 딴지를 거는 모습이 지금 우리 사회의 현실이기도 하다. 그 역시 그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당하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이 전제되어 있을 것이다.
저자의 현실 진단은 부동산 문제와 청년들의 취업난, 그리고 직장에서의 ‘갑질 문화’ 등 매우 다양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문제들이 ‘서울이 곧 한국이다’라고 말하는 서울 중심주의를 향하고 있으며, 유명 아파트로 대표되는 고층 아파트를 둘러싼 사람들의 욕망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예전의 한국 사회는 ‘이웃사촌’이라는 말로 상징되는 이웃과 더불어 사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여겨졌지만, 어느 사이 나의 이익에 방해가 된다면 아파트 한 가운데에 담장을 칠 정도의 현실로 바뀌어 버렸다. 때로는 사회의 정의를 위해서 불의한 현실에 소리 높여 욕을 하면서도, 막상 자신의 이익과 상충되는 문제에는 현실론을 들어 그것을 옹호하는 모습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현실을 ‘나와 내 가족만 생각하는 바벨탑 멘털리티’라고 명명하고 있다.
저자는 서울 중심주의가 가속화되면서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지방이 사라지고, 그것은 결국 ‘대한민국의 파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지방자치제의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맹목적인 ‘지방분권’ 정책은 결국 지방을 망치는 것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고 있다. 저자의 분석과 진단이 아니라도, 이러한 현실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저자 역시 이러한 현실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는 충분한 답변이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분명한 대안을 제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작금의 상황이 지금 우리에게 닥친 분명한 현실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현실을 자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라 하겠다. 이 책은 그러한 우리의 현실을 아프게 자각할 수 있게 해주는 계기를 제공해주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고 싶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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