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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키즘’이란 무정부주의로 번역되는데, 본래 국가는 해롭고 사악한 것이기에 사람들은 국가나 정부가 없이도 올바르고 조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 책은 박지원의 소설 <허생전>을 아나키즘의 관점에서 읽어낸 저자만의 독특한 독법이라고 할 수 잇다. 먼저 <허생전>이 수록된 「옥갑야화」의 전편을 통해 당대 사회의 제반 상황을 추적하고, 이를 연암 박지원의 사상과 연결시켜 논하고 있다.
조선 후기에 새롭게 대두되었던 화폐 경제와 인간의 삶의 문제를 고려하여, 박지원의 저작에 나타난 면모를 살피고 있다. 흥미로웠던 것은 <허생전>이 수록된 「옥갑야화」를 단락별로 강독하면서, 조선 후기의 역사적 배경과 지식인들의 인식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비판적인 서술을 펼치고 있었다. 특히 당시 지배 세력이었던 노론층의 북벌론에 대한 박지원의 신랄한 비판과 북학에 대한 관점을 효과적으로 분석하여 논하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허생의 입을 빌어 말하는 박지원의 18세기에 대한 역사와 세계에 대한 인식이라 할 수 있겠다. 다양한 기록들을 토대로 하여 당시 지배 세력이었던 노론의 북벌론이 지니고 있었던 허위의식과 명분론에 사로잡힌 면모를 비판적으로 그려내고 있었다. 허생이 곧 박지원의 페르소나라는 저자의 생각이 잘 드러나고 있다.
<허생전>의 말미에 허생이 군도를 이끌고 찾아간 섬을 박지원이 상상한 아나키한 공간으로 이해하여, 그의 사상을 재해석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이른바 ‘북학파’라 호칭되는 이들의 사상이 각기 다르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었으나, 이른바 ‘연암학파’라는 존재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할 필요성을 제시하고 있다 하겠다. 이 책을 통해 조선 후기 사회를 바라보는 유용한 시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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