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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에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이적, ‘걱정 말아요, 그대’의 노랫말 중에서)
모 채널의 방송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삽입되어, 전인권의 목소리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호소력을 안겨주었던 노랫말의 일부이다. 누군가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호소하며, 노래를 부르며 잊어버릴 것을 권유한다. 걱정을 불러 일으켰던 아픈 기억들은 모두 가슴에 묻어두고, 지나간 일들은 우리 인생의 의미를 남긴다는 내용의 가사이다. 문득 <걱정은 걱정 말아요>라는 책을 읽다가 이 노래가 생각났다. 당시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에게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드라마 내용에 대해서 공감하는 바가 없지 않았지만, 이 노래를 비롯한 OST 덕분에 시청자들에게 더 큰 호응을 받았다고 논해진다.
현대인들은 살아가면서 한두 가지의 걱정거리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에 대처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고, 누군가에게는 일상의 리듬을 깨뜨릴 수 있을 정도의 무게로 작용하기도 한다. 물론 어느 정도의 걱정거리쯤은 무시하고 자신의 생활을 즐기는 낙천적인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민이 있으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그것을 풀려고 노력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위안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의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고, 오히려 그것이 다른 사람들의 뒷담화거리가 되지는 않을지 또 다른 고민거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괜찮아 괜찮아’라는 주제로 창작된 작가의 시리즈 가운데 하나로 출간되었다고 한다. 루비라는 소녀가 등장하여 그네를 타고 산속을 탐험하고 정원을 산책하는 등 일상적인 생활을 하던 중에, ‘그날’부터 갑자기 ‘걱정’이 자신을 따라다니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책에서는 ‘걱정’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원인은 아마도 그 나이 또래에 생길 수 있는 고민거리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시각에서는 하찮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당사자에게는 가장 큰 고민을 안겨주는 ‘걱정’일 것이다. 처음에는 아주 작았던 걱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커지게 되고, 결국에는 루비의 일상을 뒤흔들 정도의 크기로 자라게 되었다. 그러나 걱정이 자람에도 평상시처럼 행동하였기 때문에, 주위 사람 누구도 루비의 그러한 ‘걱정’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 자신이 평소에 좋아했던 일을 하지 못할 정도로 커지게 되었고, 그 ‘걱정’ 때문에 또 다른 걱정이 자라면서 다시는 행복해 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그때 우연히 공원을 산책하다가, 자신처럼 ‘걱정’을 달고 있는 소년을 만나게 된다.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상대의 걱정이 점점 작아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루비 또한 자신의 걱정을 상대에게 풀어놓게 되는 것이다. 일단 루비는 자신의 ‘걱정’을 누군가에게 털어놓자 어느 틈엔가 걱정이 사라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이제는 또 다른 걱정이 다가와돠 없앨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루비와 같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해당되는 가장 좋은 걱정 퇴치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 보면 어떤 고민거리가 생겨서 혼자서 그것을 감당할 때에는 엄청난 무게로 느껴지지만, 내 말을 잘 들어주는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때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누구나 한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그래서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생겼을 것이다. 누군가와 나눈다는 것은 상대가 그것을 알아주는 것이며, 걱정 또한 신뢰할 수 있는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때 점점 작아질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록 아이들이 즐겨 보는 그림책이지만, 어른들에게도 유용한 내용을 지니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되었다. 이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면서 혹시나 무슨 걱정거리가 있을 때, 루비처럼 부모나 친구에게 고민을 풀어놓을 수 있는 방법을 깨우쳐줄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졌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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