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식당 (외 1편)
조 성 순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 바닷가
홀어미로 늙은 주모
4.3 때
아비는 산사람들한테
지아비는 토벌꾼들에게 보내고 나서
만들어온 전복해물사월탕
그 맛이 기가 막혀
한 번 왔다간 사람들
잊지 못해
산지사방에서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네.
중독된 사람들 그 맛의 비결을 넌지시 물어보면
비결은 비결이라 가르쳐줄 수 없다
주모는 주름살 가득한 얼굴로 빙그레 웃기만 하는데
그러나 표선 바닷가 사람들
사월식당 늙은 주모의 그 맛 비결은 다 알아
해마다 4월 그 날이 오면
동백꽃 진 뒤란 자리 깔아놓고
꺼이꺼이 통곡을 해
아침부터 밤늦도록 목 놓아 울어
그 눈물 모아 큰 독에 묻어두고
해물탕 끓일 때마다 한 숟갈씩 몰래 넣는다는 걸
오른손으론 아비 생각하며 흘린 눈물
왼손으론 지아비 못 잊어 내린 눈물
해물탕에 넣고 푹푹 끓인다는 걸
그 맛 잊히지 못한 사람들
시도 때도 없이
산지사방에서 찾아오네.
표선 바닷가 홀어미로 늙은 주모
푹푹 끓인 눈물탕 그리워 찾아오네.
낙조
입춘 갓 지나 바람이 아직 찬데
탑골공원 부근
비아그라 일라그라 자이데나
가짜 정력제 늘비한 만물상 앞
얼굴 주름이 굵은 밭고랑으로 팬
늙은 오빠
몇 번이나 망설이다가
꼬깃꼬깃한 지폐 건네고
무언가 받아 급히 주머니에 감춘다.
녹색 신호 받아 건너는 발걸음이
쿵, 쿵, 전쟁터로 나가는 대장군이다.
구부정한 어깨가 눈보라 몰아치는 산맥 같다.
-시인정신 2014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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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정신 신작시 초대석
사월식당 외1편/조성순
김남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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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29
14.05.26 08:2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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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눈물탕을 끓이는 주모나 전쟁터로 나가는 대장군이나
눈여겨 보면 우리들 사는 모습에 그럴만한사연이 담겨 있네요, 웃습니다. 그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