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동거 외 2편
김남미
사람들 수군댄다, 흘금흘금 뒷걸음치며
저 집 남편 몸속에는 시한폭탄 장착됐다고
거리를 두지 않으면 파편이 날아온다고
한 집에 두 집 살림 재택 치료 38선을
한 발짝 넘는다면 폭발할 것만 같아
교도소 식판을 닮은 쟁반에 밥을 차린다
방문을 조금 열고 식사를 밀어 넣으면
잠시 후 빈 그릇이 문 앞에 밀려 나오고
죽어도 함께 하자던 그 약속 민망한 시간
죽자사자 사투하는 열이 펄펄 끓는 그를
홀로이 독방에 두고 안녕을 기원하지만
두 손은 잡지 않는다, 음성과 양성 사이
아버지의 샅
고장 난 시계인 양 사지가 풀려 있다
참나무 껍질처럼 갈라진 골진 살결
지나온 당신의 삶이 이렇듯 험난했다
만지면 녹아질 듯 다 헐은 샅을 밀 때
이탈리아 타월 끝에 후드득 떨어지는
세월의 각질에 싸여 뭉텅 빠진 좌표들
거품 속 딱딱한 암초, 베일 듯 날카롭다
새 뼈 같이 가벼워진 윗몸을 움츠리고
티 없이 웃는 아버지 저문 역사 천사 같다
그린 부츠
빈사의 동료 목소리 뒷덜미를 잡아당겨도
멈추면 죽음이죠, 뒤돌아볼 생각 마요
발걸음 재촉한다고
냉혈은 아니잖아요
벗지 못한 연두색 장화 이정표로 누운 나를
에베레스트 산악인들 그린부츠라 부르네요
정상 밑 북동쪽 사면,
얼어붙은 주검 하나
빙하가 녹나 봐요, 몸이 자꾸 간지러워요
어둠 같은 눈을 쓰고 기다린 하루하루
나를 좀 데려가줘요,
부츠 벗을 그곳으로
- 김남미 시조집『금속성 이빨』2025. 동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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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동거 / 아버지의 샅 / 그린 부츠 / 김남미
김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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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2.0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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