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난 주엔 그 좋다는 오대산 선재길을 걸었습니다.
가급적 대중교통과 찜질방 이용이 나의 모토인데 전립선과 코로나로 인한 찜질방 이용제한으로
차를 몰고 가기로 하였습니다, 아침 일찍 출발하였지만 오랜만의 운전은 어리바리로
10시가 넘어서야 진부 부일식당에 도착하였습니다.
요즘에야 깔끔하고 세련된 산채 밥집이 많이 들어섰지만 벌써 30여 년 전부터 이용하던 식당이라
안면 몰수하고 지나기 쉽지 않습니다. 김보성의 '으으리~派'도 아닌데 말이지요.
20여 가지가 넘는 반찬 중에서도 두부와 강원도 막장으로 끓이는 된장찌개와 감자조림은
단짠에 길들여진 요즘 입맛과 거리가 있지만 뿌리치기 힘듭니다.
비빌 그릇을 달래면 참기름과 재래 고추장 한 숟갈 들어간 양푼을 줍니다.
선재란 명칭은 서울 사람에겐 <아트선재센터>라는 이름으로 가보지 않아도 익숙하지만,
여기 선재는 '지혜와 깨달음으로 나가는 사람이 화엄경의 선재(동자)'라는 의미랍니다.
일주문으로부터 상원사로 올라가는 길은 완만한 경사길이어서 250 미터 정도 오르지만
별로 힘들지 않습니다.
이 계곡은 아직 초봄입니다.
진달래도 아직 피어 있고요
커다란 너럭바위를 흐르는 물은 청아한 소리로 노래 부르며 흘러갑니다.
성깔 급하시면 그냥 지나치시고 성격 좋으시면 느긋하게 탁족을 즐기십시오.
부처의 모습을 닮아 괘불 꽃이라 부르나요?
단체로 온 분들은 상원사에서부터 내려옵니다.
부처님과 오즈 마법사에 나오는 양철 나무꾼은 무슨 관계길래 이렇게 중첩 연상될까요?
서울에서는 녹음이 우거진 여름에 가깝더라도 이곳은 초봄 같아 한 여름이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시원한 그늘과 차가운 계곡물에 더위 날려버릴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숲은 세월 따라 형형색색으로 바뀌어도 산과 계곡과 물은 억겁을 변치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사람 소리 없는 계곡은 나를 한없이 작게 만듭니다.
한없이 작아진 선재길의 끝 - 대학로에 있어야 할 오채현의 웃는 호랑이가
약 올리듯 '(상원사 가파른 계단을 오르느라) 숨차서 죽을 것 같아?'하고 묻는 듯합니다.
차를 몰고 오나 대중교통이나 여행사 상품으로 오나 하루 일정으로는 빠듯할 것 같습니다.
피서철에 가도 역발상으로 도심 숙박은 쉽게 구할 수 있고 저렴했는데 이번엔 비수기인데도 예측을 벗어났습니다.
강릉 시내에서 포장회와 김빱 하나 사서 쏘주와 함께 ...
나이 들면 부부싸움하는 방법도 잊는다더니 오랜만의 편한 여행이라 일정 짜는 법도 잊어버렸나 봅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http://blog.daum.net/fotomani
첫댓글 지난 번 제주도를 갔다 맛들인 모양입니다.
지름신 든 것처럼 들떠버리니 주말만 기다려집니다.
선재길은 청정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한 여름이 제 맛일 것 같습니다.
이제 관광지는 성수기 비수기를 불문하고
주말이나 휴일은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이참에 토.일.월. 다 쉬어봐?
대문사진 반찬 가짓수가 무량무변 입니다
다른 때와는 조금 다른 패턴의 여행을 하셨는데
토,일 말고 일,월에 다니면 조금은 한가 하겠지요
토요일을 월요일로 바꾸자 했더니
절대 양보 못한답니다.
부일식당 들렀다가 월정사까지 숲길은 걸어봤는데
선재길은 옛적에 적어만 놓고 아직이네요
일주일쯤 느긋하게 다니는 거 아니라면
차를 갖고 가는게 그래도 낫겠죠
2000년 이전엔 이길을 짚차를 가지고 넘어 북대암,
건너편 명개계곡, 구룡령을 거쳐 미천골을 지나 양양으로 빠지곤 했지요.
그 당시엔 트래킹 자체가 생소한 단어라 이 길은 사람 보기 힘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