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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함께 공부한 시
대숲 아래서
나태주
1
바람은 구름을 몰고
구름은 생각을 몰고
다시 생각은 대숲을 몰고
대숲 아래 내 마음은 낙엽을 몬다.
2
밤새도록 댓잎에 별빛 어리듯
그슬린 등피에는 네 얼굴이 어리고
밤 깊어 대숲에는 후득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그리고도 간간이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3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
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
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국.
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4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
해 지는 서녘구름만이 내 차지다.
동구 밖에 떠드는 애들의
소리만이 내 차지다.
또한 동구 밖에서부터 피어오르는
밤안개만이 내 차지다.
하기는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저녁밥 일찍이 먹고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만이 내 차지다.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달님만이 내 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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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태주 시인
1945년 3월 17일 충청남도 서천군 시초면 초현1리 홍현마을 111번지의 외가에서 소작농이었던 아버지 나승복(羅承福)의 6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시초국민학교와 서천중학교, 공주사범학교(現 공주교육대학교),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초등교육과를 졸업하고 1987년 충남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교육심리 및 교육방법 전공으로 교육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공주사범학교 졸업 후 1964년 경기도 연천군에 있던 군남국민학교 교사에 발령받은 이후 여러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2007년 공주시 장기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43년간의 교직 생활을 마치고 정년퇴임했다. 교사 재직 중이던 1971년에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대숲 아래서’로 등단했다.
교사직에서 퇴임한 후 공주시에 위치한 ‘나태주풀꽃문학관’에서 문학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풀꽃'이 있다. <나무위키>
<시집>
대숲 아래서(1973 · 예문관) / 누님의 가을(1977 · 학사) / 모음(1979 · 청학사) / 막동리 소묘(1980 · 일지사) /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1981 · 일지사) / 변방(1983 · 신문학사) / 구름이여 꿈꾸는 구름이여(1983 · 일지사) / 외할머니(1984 · 신문학사) / 굴뚝 각시(1985 · 오상사) /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1985 · 일지사) / 아버지를 찾습니다(1987 · 정음사) / 그대 지키는 나의 등불(1987 · 고려원) / 목숨의 비늘 하나(1987 · 영신문화사) / 우리 젊은 날의 사랑(1987 · 청하) / 빈 손의 노래(1988 · 문학사상사) / 추억이 손짓하거든(1989 · 일지사) / 딸을 위하여(1989 · 대교출판사) / 훔쳐 보는 얼굴이 더 아름답다(1991 · 일지사) / 눈물난다(1991 · 전원) / 지는 해가 눈에 부시다(1994 · 현음사) / 풀잎 속 작은 길(1996 · 고려원) 사랑하는 마음 내게 있어도(1999 · 혜화당) / 하늘의 서쪽(2000 · 토우) / 풀꽃(2013.03.31 · 종려나무) / 돌아오는 길(2014.10.15 · 푸른길) / 꽃을 보듯 너를 본다(2015. 06. 20 · 지혜) / 죽기 전에 시 한 편 쓰고 싶다(2016.03.29 · 리오북스) /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시(2016.04.18 · 문화유람) / 틀렸다(2017.02.20 · 지혜) / 기죽지 말고 살아 봐(2017.02.24 · 푸른길) / 이제 너 없이도 너를 좋아할 수 있다(2017.04.05 · 푸른길) / 그 길에 네가 먼저 있었다(2018.02.05 · 밥북) / 너와 함께라면 인생도 여행이다(2020.06.30 · 열림원) / 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2020.1.10 · 홍성사) / 사랑만이 남는다(2021.01.07 · 마음서재) /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2021.03.25 · 넥서스) / 네가 웃으니 세상도 웃고 지구도 웃겠다(2021.08.16 · 시공사) / 서로 다른 계절의 여행(2021.12.30 · 북폴리오)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2022.05.31 · 열림원) / 별빛 너머의 별(2023.01.25 · 알에이치코리아) / 처음 사는 인생, 누구나 서툴지(2023.04.15 · 북로그컴퍼니) / 오래 보고 싶었다(2023. 10. 05. · 더블북) / 영시집 "사랑한다 나는 사랑을 가졌다 I love you, I have loved"(2025.05.08. · 파랑)
<나태주 시인과 관련된 이야기>
1. 공주시에서 나태주의 시 ‘풀꽃’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서 2014년부터 ‘나태주풀꽃문학관’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풀꽃문학상을 제정해 시상하고 있다.
2. 박목월 시인과도 인연이 있다. 박목월이 직접 결혼식 주례를 봐주었다.
3. 시인이 된 계기는 어떤 여자에게 연애편지를 쓰기 위해 글을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고 한다.
4. 프랑스와 튀르키예 대학생들이 한국어로 시를 쓴 것을 보고는 감동해서 자비로 시집을 내준 적도 있다.
<나태주 시인의 말> - <여성조선> 인터뷰 내용 중 일부
“도대체 몇 편을 쓴 건가?”
“4x6배판으로 5,000페이지 정도 되는 것 같다. 늘 쓰기 때문이다. 있어 보이는 시, 폼 잡는 시가 아니고 쉬운 시를 쓰니까 가능했다. 난 내 시가 대단한 시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대단한 사람이 아니니까. 정말로 내가 대단했다면 일찍 죽었을지 모른다. 김소월, 윤동주처럼 시대의 아픔을 안고 죽든지 랭보처럼 요란스럽게 죽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냥 평범했기에 많이 썼고 이렇게 오래 살았다.”
“난 처음에 한 사람을 위해 시를 썼다. 고등학교 때 혼자 좋아한 여학생에 대한 마음을 표현한 게 내 시의 시작이었다. 시가 연애편지였던 셈이다. 그걸 받을 한 사람, 내 사연을 받아줄 한 사람, 내가 고백할 한 사람을 위한 시였다. 그게 각각 한 사람에게 전달되지만, 그 각각이 모여 전체로 보면 아주 많아진다. 그렇게 전달될 수 있고 공감이 되는 것, 그게 시의 보편성이다. 애당초 시를 쓸 때 너, 당신이란 말을 많이 썼다. 원래 시에서 대척점은 늘 님이 아니었나. 그러니 시는 나와 너의 관계다. 내가 너한테 손 내미는 관계다. 옛날 시나 다른 나라 시나 다 마찬가지다. 내가 너한테 말을 거는 것. 나는 그걸 확실히 몰랐는데, 어쩌다 한 여자를 좋아하게 되고 그 이후로 ‘너’한테 전하는 말을 독백처럼 쓰기 시작한 것이다. 시는 결국 연애편지고, 시인은 연애편지 쓰는 사람이다. 더 발전적으로 해석하면 세상 사람을 감동시키는 서비스맨이다. 사람들 중에서도 어려워하는, 외로워하는, 힘들어하는 사람을 위한 서비스 아닐까?”
“2007년에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왔다. 그러고 나서 아주 더 확실해졌다. 더 내려놓게 됐다. 시는 어려워선 안 된다는 생각이 더 분명해졌다. 시는 짧아야 하고 단순해야 하고 이해가 돼야 하며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시의 원칙이다. 시에서 쉽고 단순함은 큰 화두다. 세상이 복잡해지다 보니 사람들은 더 단순해지고 싶어 한다. 짧다, 단순하다, 이런 것은 모바일 시대하고도 관계가 있다. 지금 우리의 삶은 정적이거나 갇혀 있지 않고 열려 있고 연결돼 있다. 늘 움직이고, 터져 있고, 뚜렷한 지향이 없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 도시 속에서 유목생활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시대이기 때문에 짧고 단순한 것이 더 필요한 것 같다.”
<나태주 시인의 다른 시>
1) 풀꽃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2) 풀꽃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까지 알게 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3) 풀꽃 3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4) 좋다
좋아요
좋다고 하니까 나도 좋다.
5) 그리움
햇빛이 너무 좋아
혼자 왔다 혼자
돌아갑니다.
6) 꽃 1
다시 한 번만 사랑하고
다시 한 번만 죄를 짓고
다시 한 번만 용서를 받자
그래서 봄이다.
7) 꽃 2
예쁘다는 말을
가볍게 삼켰다
안쓰럽다는 말을
꿀꺽 삼켰다
사랑한다는 말을
어렵게 삼켰다
섭섭하다, 안타깝다,
답답하다는 말을 또 여러 번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리고서 그는 스스로 꽃이 되기로 작정했다.
8) 꽃 3
예뻐서가 아니다
잘나서가 아니다
많은 것을 가져서도 아니다
다만 너이기 때문에
네가 너이기 때문에
보고 싶은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안쓰러운 것이고
끝내 가슴에 못이 되어 박히는 것이다
이유는 없다
있다면 오직 한 가지
네가 너라는 사실!
네가 너이기 때문에
소중한 것이고 아름다운 것이고 사랑스런 것이고 가득한 것이다
꽃이여, 오래 그렇게 있거라.
9) 다락방
이담에 집을 마련한다면
지붕 위에 다락방 하나 달린 집을
마련하겠습니다.
문틈으로 하늘 구름도 잘 보이고
바람의 옷소매도 잘 보일뿐더러
밤이면 별이 하나 둘 돋아나는 것도
곧잘 볼 수 있는
그러한 다락방을 하나
마련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속상하거나 답답한 날은
다락방에 꽁꽁 숨으렵니다.
그대도 짐작 못하고
하느님도 찾지 못하시도록
10) 선물
나에게 이 세상은 하루 하루가 선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만나는 밝은 햇빛이며 새소리,
맑은 바람이 우선 선물입니다
문득 푸르른 산 하나 마주했다면 그것도 선물이고
서럽게 서럽게 뱀 꼬리를 흔들며 사라지는
강물을 보았다면 그 또한 선물입니다
한낮의 햇살 받아 손바닥 뒤집는
잎사귀 넓은 키 큰 나무들도 선물이고
길 가다 발 밑에 깔린 이름 없어 가여운
풀꽃들 하나 하나도 선물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 지구가 나에게 가장 큰 선물이고
지구에 와서 만난 당신,
당신이 우선적으로 가장 좋으신 선물입니다
저녁 하늘에 붉은 노을이 번진다 해도 부디
마음 아파하거나 너무 섭하게 생각지 마서요
나도 또한 이제는 당신에게
좋은 선물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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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함께 공부하기
<대숲 아래서>
※ 이 시는 나태주 시인의 등단 작품이다(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대숲 아래서> 심사평(박목월 / 박남수) 중 일부
“<대숲 아래서>는 결코 새롭고 참신한 작품은 아니었다. 그의 자연관조적 동양적인 서정세계는 이미 우리에게 친숙한 것으로 그것을 당선작으로 밀기에는 주저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날 현대시의 혼탁한 번역조 시풍의 풍미와 생경한 관념적 무잡성, 응결성이 약화된 장황한 장시의 유행 속에서 시류에 초연하여 잃어져 가는 서정의 회복을 꾀하고 시의 본도를 지켜 침착하게 자기의 세계를 신념하는 그(나태주)의 작품이 오늘날 우리 시단의 반성적인 계기가 되리라는 뜻에서 과감하게 당선작으로 밀어본다.”
경북일보 [아침시단] 대숲 아래서(나태주 시인) / 시인 김현욱
“나태주 시인은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시 「「대숲 아래서」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심사위원 중 한 분이 박목월 시인이었는데 1973년 새내기 시인의 첫 시집 서문에 다음과 같은 축사를 남겼다. “나군은 한국의 전통적인 서정시를 계승하여 오늘의 것으로 빚어놓는 희귀한 시인이다. 묵은 가지에 열리는 그의 알찬 열매는 어느 것이나 오늘의 것으로서의 참신성과 신선미를 잃지 않고 있다. 그런 뜻에서 그의 작품은 누구에게나 친근감과 신선감을 베풀어주리라 확신한다.” 풀꽃 시인, 나태주. 그의 시는 「대숲 아래서」에서 출발해 지난해 50번째 시집에 이르렀다. “모두가 내 것만은 아닌 가을”이지만 시(詩)만은 우리의 것이 아닐는지.”
<나태주 시인의 말> - <여성조선> 인터뷰 내용 중 일부 발췌
“스물여섯에 제대하고 경기도 연천의 새 학교에 배치됐다. 한 여교사를 좋아하게 돼 프러포즈했는데 퇴짜를 맞았다. 그때 속상한 심정을 담은 시였다. ‘…어제는 보고 싶다 편지 쓰고/어젯밤 꿈엔 너를 만나 쓰러져 울었다/자고 나니 눈두덩엔 메마른 눈물자국/문을 여니 산골엔 실비단 안개….’ 많이 괴로웠다. 좀 과장하면 한동안 폐인처럼 살았다. 그런데 박목월 선생 눈에 띄어 당선됐다. 고등학교 첫사랑 때는 연애편지를 썼더니 걔네 아버지가 답장을 써 보내와 무서워서 다신 보내질 못했다. 그때 보내지 못한 편지들이 시가 된 셈이다. 내 시는 내 필요에 의해 시작된 러브레터였고 등단으로까지 이어졌다. <대숲 아래서>를 통해 인연이 된 박목월 선생님께는 세 가지 은혜를 입었다. 당선시켜준 은혜, 첫 시집을 내도록 도와주신 은혜, 그리고 결혼 때는 주례까지 맡아주셨다.”
“아무나 시집을 내는 때가 아니었다. 주변분들 도움을 받아 자비 16만 원을 들여 어렵게 첫 시집을 출간했다. 차를 불러 책을 싣고 집으로 달려와 어머니한테 책을 보여드렸다. 갑자기 안방으로 뛰어 들어가시더니 지갑을 갖고 오셨다. 돈을 건네주면서 ‘내가 우리 아들 시집의 1호 독자’라며 축하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1) 시의 이해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주제 : 자연과의 조화와 내면의 평화
▶특징 :
- 화자의 내면상태를 시각적으로 형상화
- 시어의 반복적 사용으로 운율 형성(4연 이하에서는 ‘내 차지다’라는 시구를 다섯 번이나 반복하여 사용)
- 각 연에 번호를 부여 독립성 부각
- 1, 2연은 대숲의 풍경을, 3, 4연은 화자의 정서를 나타내고 있음. ⇒ 선경후정의 구조
- 행과 연의 배치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독자가 마치 대숲 아래에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낯선 시어 톺아보기>
① 2연 “그슬린 등피에는”
‘그슬리다’ = ‘그을리다’ : 겉만 조금 타게 되다. ⇒ ‘끄슬리다’는 ‘그슬리다’의 비표준어.
‘등피(燈皮)’ : 등불이 꺼지지 않도록 바람을 막고 불빛을 밝게 하기 위해 남포등에 씌우는 유리로 만든 물건.
※ ‘남포’는 네덜란드 어의 ‘lamp’를 차용한 일본어의 ‘rampu’를 다시 차용해 온 말이다. 우리말의 어두에 ‘ㄹ’을 허락하지 않는 두음 법칙이 있기 때문에 어두의 ‘ㄹ[r]’이 ‘ㄴ’으로 바뀌어서 ‘남’으로 발음되었고, 뒤에 나오는 ‘푸’는 앞말과의 모음조화를 지키기 위해서 모음이 ‘ㅗ’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고려대한국어대사전>
② 2연 “후득이다 가는 밤 소나기 소리”
‘후득이다’ : 국어사전에 없는 말. ⇒ ‘후드득’(굵은 빗방울 따위가 갑자기 떨어지는 소리)이라는 말을 이용해 시인이 만든 말로 추정.
③ 2연 “사운대다 가는 밤바람 소리”
‘사운대다’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으나, ‘고려대한국어대사전’에는 “가볍게 이리저리 자꾸 흔들리다.”로, ‘우리말샘’에는 ‘살랑대다’의 방언(전라도)으로 표기되어 있다.
④ 3연 “실비단 안개” ⇒ ‘실비단’ : 가는 실로 짠 비단
※ 국어사전의 종류 : 대표적으로는 <표준국어대사전>, <우리말샘>이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표준어 규정, 한글 맞춤법 등의 어문 규정을 준수하여 국립국어원에서 발행한 국어 대사전이며, <우리말샘>은 일반 사용자가 어휘를 등록하고 편집할 수 있는 사용자 참여형 온라인 국어사전으로 국립국어원에서 2016년 10월 5일에 개통하여 시범 운영 중이다.
⇒ DAUM 국어사전은 <고려대한국어대사전>과 <우리말샘>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NAVER 국어사전은 <표준국어대사전>,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우리말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2) 시의 구성
각 연에 번호를 부여 독립성 부각시켰다. 4연에 해당하는 4번만 별도로 2연으로 구성되었으나 번호를 기준으로 전체를 4연으로 볼 수 있다.
▶1연 : 상념을 불러일으키는 대숲 바람
1연에서는 상념을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인 바람으로 시작하여 연쇄적으로 시상이 전개되고 있다. 즉, 바람 → 구름 → 생각 → 대숲 → 내 마음 → 낙엽으로 연쇄적인 전개를 보이고 있다.
⇒ 이러한 표현법을 ‘연쇄법’이라 한다.
※ 연쇄법이란, 앞 구절의 끝 어구를 다음 구절의 첫머리에 이어받아 이미지나 심상을 강조하는 수사법의 하나이다.
⇒ 연쇄법의 대표적인 노래 :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 빨가면 사과 / 사과는 맛있어 / 맛있으면 바나나 / 바나나는 길어 / 길으면 기차 / 기차는 빨라 / 빠르면 비행기 / 비행기는 높아 / 높으면 백두산
⇒ 이황 ‘도산십이곡’ 중 제9곡 : “古人도 날 몯 보고 나도 古人 몯 뵈 / 古人을 몯 뵈도 녀던 길 알패 잇내 / 녀던 길 알패 잇거든 아니 녀고 엇뎔고
▶2연 : ‘너’에 대한 그리움
2연에서는 대상들이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을린 등피에 어린 네 얼굴’과 ‘밤 소나기 소리’, ‘밤바람 소리’는 ‘너’에 대한 그리움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으며, 너에 대한 그리움을 말하고 있다.
▶3연 : ‘너’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
3연에서는 ‘편지’, ‘꿈’, ‘눈물자국’, ‘실비단 안개’ 등의 소재로 ‘너’에 대한 그리움과 상실감을 말하고 있다.
▶4연 ; 자연이 주는 심리적 위안
4연에서는 ‘서녘 구름’, ‘밤안개’, ‘달빛’ 등의 소재로 화자는 위로를 받고 있다. 또한 우물에 비친 달을 보면서 화자는 그것만이 ‘내 차지다’라는 시구로 슬픔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너’를 온전히 가질 수 없지만 우물에 비친 달을 통해 너에 대한 그리움 또는 추억은 가질 수 있음을 깨닫는다.
<대숲 아래서> 마무리
짧은 4편이 모여 한 편 시를 이루는 <대숲 아래서>는 각 연에 번호를 부여하여 각 연의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화자의 내면 상태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4연 이하에서는 ‘내 차지다’라는 시구를 다섯 번이나 반복하여 사용함으로써 운율을 형성하는 동시에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이 시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깊이 탐구한 작품으로, 시인은 자연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우리의 본능을 시로 표현했다. 대숲의 고요함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그 과정에서 얻게 되는 내면의 평화는 이 시의 핵심 메시지다. 이 시는 자연과의 조화, 내면의 평화 그리고 진정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작품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시는 단순한 자연을 노래한 작품이 아니라 삶의 철학과 사유를 담은 깊이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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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하나 더>
※ 모음조화 : 언어 두 음절 이상의 단어에서, 뒤의 모음이 앞 모음의 영향으로 그와 가깝거나 같은 소리로 되는 언어 현상. ‘ㅏ’, ‘ㅗ’ 따위의 양성 모음은 양성 모음끼리, ‘ㅓ’, ‘ㅜ’ 따위의 음성 모음은 음성 모음끼리 어울리는 현상이다. ‘깎아’, ‘숨어’, ‘알록달록’, ‘얼룩덜룩’, ‘갈쌍갈쌍’, ‘글썽글썽’, ‘졸졸’, ‘줄줄’ 따위가 있다.<표준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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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내 차지다
가을은 가을이다.
가을은 가을이 아니다.
가을은 다시 가을이다.
내! 차지다.
내 차지다. 원 시에서 각색한 시 설명
애인을 차지했을 때
가을은 너무 아름다웠다.
가을조차 내 것이었다.
애인이 돌아섰을 때
붉은 단풍은 피빛으로 물들고
노란 은행잎은 세상을 노랗게 덮었다.
그때 가을은 더 이상 가을이 아니었다.
극심한 시련의 고통은
오히려 나를 구원하고,
나를 거듭나게 하였으며
한 차원 더 성장하게 했다.
그래서 이제,
가을은 다시 가을이다.
가을도, 달님도,
내! 차지다.
"가을은 다시 가을이다."
"모두가 내것만은 아닌 것도 아닌 이 가을"
"서녘 구름", "떠드는 애들의 소리", "밤안개", "우물가에 산보 나온 달님", "물에 빠져 머리칼 헹구는 달님"이 내 차지라며 이루지 못한 사랑의 슬픔을 극복하는 화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