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반 아이의 시]
대답과 말대꾸
정가윤(통영 제석초 5년)
엄마한테 혼날 때는
대답과 말대꾸를 잘 구분해야 한다
"너 무슨 생각으로 그랬어?!" 해서
"아니 그냥 내가 거절을 못 했어..." 하니까
"엄마한테 무슨 말대꾸야?!" 한다
"너 앞으로 또 이럴 거야?" 하길래
"...." 하고 가만히 있었더니
"너 대답 안 해?" 이런다
하... 머리가 터질것 같아!
어른들의 감정에 따라 똑 같은 대답이라도 말대꾸로 들릴 수가 있다. 객관적으로 봐서는 분명히 엄마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지만 말이다. 말 하라고 해서 대답했는데 말대꾸를 한다거나 핑계를 댄다고 혼난다. 또, 말을 안 하면 안한다고 또 혼난다. 어차피 혼나는 건 정해져있다.
김윤성
정윤성(통영 제석초 5년)
민기가 지어준
김윤성이라는 별명
마음에 안 들지만
은근 좋다
언제부턴가 아이들 성이 다 ‘김’씨로 바뀌었다. 별명이라고 하는데 아이들이 좋아한다. 가끔씩 교사인 나도 아이들 성이 헷갈릴 때도 있다. 별명을 부르면 상대방이 싫어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이 은근히 성을 바꿔서 불리는 걸 좋아한다. 그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성씨도 아니고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은 성씨인데도 말이다. 김하진, 김채진, 김민욱, 김연두, 김가은, 김도영, 김시은... 오히려 성이 김씨인 아이들이 더 부러워한다.
롱보드
이가은(통영 제석초 5년)
분명히 사주신다고 했어요.
2달째 안 사주고 계세요.
난 롱보드를 몰랐어요.
살 마음도 없었어요.
근데 알려주시니까
살 마음이 생기잖아요.
안 사주시면
나 섭섭해요.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롱보드가 유행이다. 밤늦은 시간에도 공원에서 아이들과 어른들이 롱보드를 타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가은이는 처음에 롱보드를 살 마음이 없었다. 엄마가 롱보드를 보고 사 주신다고 해서 친구들에게 자랑까지 했는데 두 달이 지나도 깜깜무소식이다. 혹시 안 사주시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친구들에게 자랑한 걸 어떻게 둘러댈까 걱정이다.
운동장
윤준우(통영 제석초 5년)
선생님이 내주신
숙제를 하려고 하는데
운동장에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나도 하고 싶은데
시 쓰는 데 방해된다
시 쓰기 시간에 학교주변을 자세히 보고 관찰 한 뒤에 시 쓰기를 했다. 다른 아이들은 텃밭, 놀이터에서 떠들고 노는데 준우는 6학년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축구하는 모습에 자꾸만 눈을 돌린다. 시는 써야 하고 축구하는 모습은 보고 싶은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물놀이후
정수민(통영 제석초 5년)
주말에 할머니 집에 가 물놀이를 하고
집에 와보니 등이 빨개져 있다
등이 계속 따끔거린다
주사를 넣었다 뺐다 하는 느낌이다
말도 못 할 만큼 고통스럽다
여름날 신나게 물놀이를 할 때는 즐겁다. 하지만 제대로 선크림을 바르지 않거나 따가운 햇볕에 너무 오래 있으면 등이 빨갛게 익는다. 감자 삶듯이 열이 나면서 따끔거리는 등은 한동안 잠자는데도 힘들고 옷 입을 때도 고통스럽다. 주사를 넣었다, 뺐다 하는 고통이 계속된다. 물놀이를 할 때에는 즐겁게 논 만큼 그 고통은 배가 된다.
그림
서은유(통영 제석초 5년)
내가 생각하는 대로 그림을
열심히 끄적끄적 거렸다
분명 생각 속에서는 이쁜 그림이었는데
내 손으로 그리니 생각과 전혀 다른 그림이었다
내가 못 그리는 게 아니라
손이 안 따라주는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그림을 그릴 때 머릿속에는 아주 멋진 작품이 그려지는데 막상 도화지에는 이상하게 그림이 그려진다. 나는 잘 그리고 싶은데, 잘 그릴 수 있는데 손이 안 따라 주는 것이다. 아니면 아빠 닮아서일 수도 있다. 그렇게 믿으면 마음이 편하다.
중독되는 퐁퐁이
송민광(통영 제석초 5년)
나는 오늘도 설거지를 한다
퐁퐁이가 아침에 똥 싸는 것처럼
부룩부룩 나온다
퐁퐁이를 짜는데
그 푸석푸석한 느낌이 중독된다
그래도 계속 짜면 낭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만 짠다
내일도 설거지를 하고 싶다
엄마가 시켜서 설거지를 하였다. 근데 생각보다 재미있다. 부룩부룩 나오는 세제의 모습도 재미있고 고무장갑을 통해 전해지는 푸석푸석한 느낌도 좋다. 일이 재미가 되어 버렸다. 어렸을 때 비눗방울 놀이에 빠졌던 것처럼 설거지에 빠져버렸다.
방청소
박윤상(통영 제석초 5년)
나는 오랜만에 방 청소를 한다
옷도 걸고 빨래도 갖다 놓고
책상 위 정리도 했다
근데 양말 한 짝이 떨어져 있는데
아빠가 내 방에 들어가서
“야, 박윤상 빨리 양말 갖다 놔!”
오랜만에 청소했는데 기분이 더 안 좋다
오랜만에 어질러진 방 청소를 한다. 널브러져 있던 옷도 걸고, 빨래도 갖다 놓고, 책상 위도 깔끔히 정리를 해서 기분이 좋다. 그런데 아빠가 오시더니 떨어져 있던 양말을 갖다 놓으라며 나무라신다. 겨우 양말 한 짝 때문에 말이다. 기껏 청소를 했는데 깨끗해진 방과는 달리 기분은 더럽다.
달리기
김규림(통영 제석초 5년)
오늘은 릴레이 달리기를 했다.
내가 뛰고 있는데 어떤 애가 그러더라...
"우리 할머니가 너보단 잘 뛰겠다."
너무 짜증이 났다.
결국 우리 팀이 지고 말았다.
애들이 나한테만
"너 때문에 졌다, 왜 걷듯이 뛰냐고"
세 대만 때리고 싶었다. 제발.
릴레이 달리기. 지옥 같다
체육시간에 다 같이 릴레이 달리기를 했다. 나름 열심히 달리고 있는데 속도가 나지 않는다. 응원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핀잔을 주는 아이들도 있다. ‘우리 할머니가 너보단 잘뛰겠다.’, ‘왜 걷듯이 뛰냐고’ 나무라는 아이들에게 뭐라고 말도 못하고 속상하기만 하다. 릴레이 달리기 시키는 선생님이 밉기까지 하다. 즐거운 체육시간이 지옥이 되었다.
백화점에서
김민승(통영 제석초 5년)
백화점에서 엄마를 잃어버렸다
오랫동안 찾아 헤매다가
드디어
엄마와 똑같은 옷을 찾았다
“엄마!” 크게 부르고
옷을 잡아당겼는데
엥? 다른 사람이었다
근데 그 아줌마가
“어! 아들.” 했다
옆에 있던 아줌마 아들도 놀라고
날 찾던 엄마도 놀랐다
아줌마와 나는
둘 다 뻘쭘했다
엄마와 함께 백화점에 갔는데 딴 데 한눈을 팔다가 그만 엄마를 잃어 버렸다. 여기저기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엄마와 같은 옷을 찾았다. 엄마를 부르며 옷을 잡아당겼는데 다른 아줌마다. 그런데 아줌마도 나를 아들로 착각하고 만다. 옆에 있던 아줌마의 진짜 아들이 놀란 눈으로 바라본다. 뒤늦게 날 찾던 엄마도 이 상황을 보고 놀란다. 서로 착각한 나와 아줌마는 뻘쭘해서 한동안 말이 없다.
재채기
유서연(통영 제석초 5년)
조용한 영어학원에서
갑자기 재채기가 나올려고 했다
꾹 참아봤지만
하... 무리다
“애취”
모두들 깜짝 놀라
선생님과 애들이 나를 쳐다봤다
창피하다
화산이 터질 것처럼
내 얼굴도 새빨갛게 터지기 직전이다
(지도교사 강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