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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힘이나 능력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흔히 ‘신의 뜻’이라고 여기는 것에서 종교적 관념을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신의 존재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반면에 신이란 인간이 정신적 위안을 얻기 위해 창조해낸 관념일 뿐이라고 여기는 입장도 병존하고 있다. 이제는 누구나 종교의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며, 반면 다른 사람의 종교에 대해서도 인정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또한 종교를 믿지 않는 이들도 적지 않기에 자신의 종교적 신념이 중요한 만큼, 그것을 남에게 강요하지 않는 열린 자세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적지 않기에, 그 부분에 신 혹은 종교를 채워놓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 책의 주제를 ‘역사라는 무대에서 진행된 신과 인간의 대화’로 규정하면서, ‘세계사를 뒤흔든 역사적 사건에서 신의 지문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신만의 지문(指紋)을 가지고 있듯이, 제목에서 의미하는 ‘신의 지문’은 곧 신의 흔적을 뜻한다. 물론 제목에서의 ‘세계사’는 서양사를 의미하며, 고대의 다신론에서 일신론인 기독교로의 정착하는 과정을 짚는 것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하고 있다.
저자는 ‘2천 년 서양사는 신의 지문으로 가득 차 있’으며, ‘기독교 사상과 신학에 대한 이해 없이 서양 역사를 말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강조한다. 그리하여 신이 어떻게 서양사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살피고, 기독교가 서양사의 중심에 놓이면서 ‘중세 유럽은 완전히 신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물론 ‘신은 무턱대고 역사로 들어온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를 비집고 들어왔다’고 강조한다. 그리스 문화가 기독교의 성인으로 추앙되는 바울을 통해 신의 영역으로 해석되기 시작했고, 서양의 중세사는 ‘인간의 탐욕과 계산으로 맞물리며 신의 이름으로 위장’되었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위조된 신의 지문은 인류 사회에 갈등만 안겼’으며, 세계 곳곳에서 ‘문명의 충돌‘ 혹은 ’종교전쟁‘으로 드러나는 ’그 갈등은 현재진행형이 되어 지금도 인류를 괴롭히고 있다‘고 강조한다. 서양사에서 그 갈등의 정점은 흔히 ‘십자군전쟁’이라고 불리는 형태로 발현되었으며, ‘가짜 지문을 가지고 신의 대리인 행세를 하던 세력’이 ‘종교개혁’으로 인해서 그 방향이 바뀌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요약해서 말하자면 이 책은 서양사를 종교의 관점에서 서술하고 있으며, 고대에서부터 종교개혁에 이르는 기간 동안 서양사에 나타난 ‘신의 지문’이라는 흔적을 더듬고 그 의미를 파악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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