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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남편과 함께 강원도에 정착하여 살면서 지나온 삶과 자신의 일상을 소개하는 내용의 책이다. 그림책 작가인 이수지의 어머니로, 저자가 쓴 글에 딸이 그린 그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직장에서 은퇴한 남편은 시골에 정착하면서 목공을 시작하여, 이제는 새들이 깃들어 사는 새집만을 만드는 목수가 되어 전시회를 할 정도의 실력이라고 소개한다. 아흔이 넘으신 어머지의 글로 채워진 공책이 소재로 등장하고 그림책 작가인 딸이 어머니를 위한 그림책을 중간에 포함시켰으니, 이 책은 그야말로 3대가 함께 참여하여 이룬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아흔이 되신 ‘멋쟁이’ 친정어머니와 언제부터인가 ‘정신을 놓아 버리’신 아흔넷의 시어머니 그리고 일상에서 만났던 다양한 인물들과 ‘사건’들이 없었다면, 저자는 ‘이렇게 열정을 가지고 글들을 써내려가지 못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글의 성격이나 갈래가 무엇이든지, 실상 글을 쓰는 사람에게 자신의 일상은 가장 훌륭한 글감이 되기 마련이다. 환갑이 가까운 나이에 자신은 비록 고래의 관념이 지배적인 문화를 겪어냈으나, 딸에게 만큼은 마음껏 살 수 있도록 했던 저자의 생각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자신과 다르게 살기를 바랐던 저자의 희망은 아마도 딸의 현재 모습에서 확인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대도시의 삶의 방식에 익숙한 이들에게는 저자의 일상이 낭만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실상 소도시 혹은 시골의 삶은 그 나름대로 바쁘게 흘러가기 마련이다. 아울러 서울과 다르게 주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기회도 적지 않고, 일상의 사소한 일에도 관심을 가지는 이웃들의 모습도 정겹게 그려지고 있다. 나 역시 오래 전에 서울을 떠나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소도시에서 살고 있기에, 저자가 소개하는 일상의 모습이 그리 낯설지 않게 다가왔다. 바쁘게 살아야만 했던 대도시의 방식에서 벗어나서 조금은 여유롭게 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탈출을 꿈꾸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이 드신 부모의 세대를 지켜보고 또 그들에게 맞춰 살았던 저자의 삶이 어쩌면 나이 차가 많은 요즘의 젊은 세대에게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병석에 누워서도 ‘하늘 같은 남편’을 장 챙기라고 하는 시어머니의 말에서 그 세대의 삶의 방식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대학을 졸업하고도 가사에 열중해야 했던 저자의 삶, 그리고 대학생 때부터 가고 싶은 곳을 마음껏 여행했던 딸의 삶은 분명 ‘세대 차이’를 느끼게 하는 요소일 것이다. 그럼에도 각자의 주어진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살았던 다양한 세대의 여성들의 삶은 충분히 존중받아야 마땅하다고 하겠다. 시골에서 살면서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는 저자의 삶이 소개된 책의 내용이 정겹게 다가왔던 이유라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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