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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의 실록을 기반으로 모두 5권으로 기획된 이 책은 이제 4권째 출간이 되었다. ‘대몽항쟁의 끝, 부마국 고려’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몽고에 맞서 싸우던 고려가 끝내 항복하여 원나라에 부마국으로 전락한 상황이 그려지고 있다. 미약한 세력을 기반으로 일어났던 왕건이 고려를 세우기까지 지방 호적들의 광범한 도움을 받아야 했으며, 그로 인해 이른바 ‘결혼동맹’을 체결하여 다수 호족의 딸들과 혼인을 거쳐 그들의 지원으로 왕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혼인으로 맺어진 권력 집단은 지배계급인 귀족층을 형성하였고, 태종의 아들들로 초기의 고려 왕위는 이어지게 된다. 4대 왕에 오른 광종은 인재등용의 방편으로 과거제를 실시(958)하여, 그동안 귀족들에 의해 세습되다시피 했던 관직의 임용 체계를 재정비하여 이후 관리 임용제도의 기틀을 놓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려는 북쪽 변방으로부터 거란을 비롯한 외세의 침략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나, 강감찬을 비롯한 활약으로 그들을 물리치고 한동안 평화시대를 구가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때 외척의 발호로 인한 ‘이자겸의 난’과 서경(평양)으로의 천도를 주장했던 ‘묘청의 난’ 등이 전개되기도 했다. 아울러 견고한 권력을 잡고 있었던 문신 귀족들의 전횡이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귀족들로부터 무시당했던 무신들을 들고 있어나 이른바 무신란(1170)이 일어나면서 결정적으로 권력의 방향이 바뀌게 된다. 무신정권이 지속되면서 왕조차 그들의 결정에 놀아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르고, 부와 권력을 향한 그들의 집착이 강해질수록 민중들의 삶은 고단하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이치라고 하겠다. 아울러 당시 동아시아를 중심으로 막강한 군사력으로 유럽까지 진출했던 몽고의 등장은 끝내 고려에까지 영향이 미치게 되었던 것이다.
정중부와 경대승, 이의민과 최충헌에 이르는 무신정권의 향배는 이미 3권에서 상세하게 다루어졌다. 4권에서는 몽고의 침략으로 오랜 동안의 전쟁을 거쳐야만 했던 시대적 상황이 그려지고, 그럼에도 권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강화도로 천도하는 권력자들의 행태를 형상화하는 것으로 시작되고 있다. 최우와 최항으로 이어지는 최씨 무신정권의 권력자들은 몽고의 침략에 맞서기보다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강화도로 천도를 결정하면서, 결국 육지에 남았던 민중들이 몽고와의 전쟁에서 큰 피해를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지속적으로 수도를 육지로 옮길 것을 강권하던 원(몽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서, 끝내 고려는 원나라의 부마국으로 전락(1270)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후 고려의 왕이 되려면 반드시 원나라의 공주와 결혼을 해야만 했고, 고려에서도 왕보다 원나라 황제의 배경을 믿고 행세하는 이들이 설치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지금도 강대국을 추종하면서 자신의 위세를 강조하는 정치인들이 존재하지만, 당시 몽고의 위세로 고려에서 행세를 하던 ‘친원세력’의 존재와 흡사한 행태라고 할 수 있다. 끝내 부마국으로 전락한 고려의 왕실은 사사건건 간섭하는 원의 요구을 들어주어야만 했고, 원종의 뒤를 이어 원나라에서 제국대왕공주와 결혼한 충렬왕이 귀국하여 왕위에 오르게 되었다. 충렬왕은 자식인 충선왕에게 왕위를 선위하고 복위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기도 했는데, 이러한 모습은 결국 고려를 좌지우지하려는 원나라의 막강한 권력을 보여주었던 사례라고 하겠다. 고려의 왕위에 오르고도 원나라의 수도인 연경에 머물기를 고집하던 충선왕의 행태와 원의 황제가 바뀌는 등의 급박한 당시의 정세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4권은 마무리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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