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2020.10.07 / 21erick.org/column/5329/
존 해티의 메타 연구(2012)에 따르면 ‘효과적인 피드백’은 학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요소다. 그래서 ‘더 적게 가르치고 더 많이 피드백 주기(less teaching, more feedback)’를 강조한다. 하지만 많은 교사들은 시간 부족 때문에 적시에 의미 있는 피드백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해티는 이에 대해 “피드백을 줄 시간도 활용할 시간도 없다는 것은 학습이 일어나게 할 시간이 없다(No time to give and use feedback means no time to cause learning.)는 말과 같다”고 말한다. 이처럼 형성학습을 위한 피드백은 학습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지난 칼럼 ‘피드백에 대한 모든 것(2) – 효과적인 피드백의 20가지 특징’에 이어 교사가 피드백 제공과 관련해 부족한 시간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1. ‘지도를 통한 피드백’이 요청되는 시점을 간파하라.
문자로 주는 피드백이 학습 향상에 항상 최선의 전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제출된 숙제를 검토했을 때 나타난 중대한 오류가 여러 학생들에게 공통일 때는 피드백보다 그 부분을 다시 지도하는 접근이 더 적절할 것이다. 이를 ‘지도를 통한 피드백(instructional feedback)’이라 한다. 공동의 질문이 나올 때도 마찬가지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2. 생각하기를 장려하되 생각하는 일을 대신 해주지 마라.
피드백을 줄 때 학습자가 고민해서 해결해야 할 것을 교사가 대신 고민해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교사는 단서정보(prompts)의 제시나 안내만 하여 학생이 어떻게 개선하거나 수정할지 고민하게 하는 것이 좋다. 학생이 제출한 리포트에 반복되는 마침표의 잘못된 사용, 잘못된 어법 등을 일일이 고쳐주기보다는 기호를 정한 다음 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니면 “대문자 표시가 잘못된 것, 마침표를 빠뜨린 것이 많음”처럼 피드백을 줄 수도 있다.
3. 피드백을 요청하게 하라.
모든 학생들에게 교사가 피드백을 주기보다는 피드백이 필요할 때 학습자가 요청하게 한다. 정규 지도 시간의 일부를 할애해서 짧은 피드백 컨퍼런스(feedback conference)를 열고 관심 있는 학생들이 신청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피드백이 필요한 학생이라도 피드백 컨퍼런스 참가신청을 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컨퍼런스가 도움이 되는 것을 보고 점점 더 많은 학생들이 신청하게 될 것이다.
4. 자기평가와 동료 피드백을 활용하라.
이는 피드백 제공의 부담을 교사가 다 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그 부담을 나누는 방식이다. 존 해티의 연구에 따르면 자기평가(self-assessment)는 학생 성취도에 의미 있는 수준의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때 교사는 평가기준(criteria)을 제공하고 학생들이 자신이나 동료의 진전 정도를 측정하게 한다. 이를 통해 학습자의 학습 향상은 물론 교사의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동료 피드백(peer feedback) 역시 학생과 교사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협업 문화를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 사전에 운영에 관련된 규정(protocol)을 만들고 모델링을 통해 동료 피드백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동료 피드백에 대해 자세한 것은 ‘피드백에 대한 모든 것(1)’(https://21erick.org/column/3919/)에서 확인할 수 있다.
5. 기다리지 마라.
에세이 쓰기 과제를 내준 경우, 초안이 완성된 후 부담스러운 피드백 시간을 가질 것이 아니라 여러 회로 작게 나누어서 피드백을 주는 방법도 있다.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너무 많은 피드백을 일시에 주기보다는 소화 가능한 분량을 적시에 줄 때 피드백 효과가 더 좋다. 예를 들어 주제, 전개 방식, 결론 등 모든 내용에 대한 피드백을 한꺼번에 주기보다는 몇 차례로 나누어 줄 때 교사와 학생 모두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처음에는 ‘주제’에 대해 그 다음은 ‘도입’에 대해 그 다음은 ‘첫 단락 전체’에 대해 피드백을 순차적으로 나누어 줄 수 있을 것이다.
6. 번개 피드백(Flash Feedback)을 활용하라.
번개 피드백은 1~2분의 짧은 시간 동안 주는 피드백을 말한다. 효과적인 번개 피드백은 4가지의 특징을 가진다. ➀ 한두 가지 학습 목표에 초점을 둔다. ➁ 교사가 너무 친절하게 도와주지 않고(헬리콥터 교사가 되지 말아야!) 학생이 많은 부담을 지도록 한다. 그 이유는 학생이 스스로 답을 찾지 않으면 기억되는 것이 적기 때문이다. 즉 배움이 적게 된다. 또 교사가 한 학생에게 들이는 피드백 시간이 늘어나면 다른 학생들에게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➂ 시스템과 기술을 활용한다. 자동평가, 자동 피드백이 가능한 학습관리시스템(LMS)을 개발해 활용할 경우 피드백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이는 교육청이나 교육부 단위에서 개발하여 공급할 필요가 있다. ➃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비해 비상 계획이나 시간(spillover plan/time)을 확보해 둔다.
번개 피드백에는 아래와 같은 3가지 유형이 있다.
1) 소수의 목표를 정해 피드백 주기
존슨(Matthew Johnson, 2020)은 교사들의 피드백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의 하나로 과제나 평가를 딱 한 가지 학습 목표에 대해 하라고 권한다. 예를 들면 쉼표 사용에 어려움이 많은 학생들의 경우 일일이 잘못 사용한 쉼표를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 ‘쉼표 리포트(comma paper)’를 쓰게 하는 것이다. 주제는 학생이 자유롭게 정할 수 있게 한다. 단 한 가지 요구 조건은 쉼표를 바르게 사용한 것의 예를 4가지 이상 포함하는 것이다.
2) 마이크로 컨퍼런스를 활용하기
여기서 마이크로 컨퍼런스란 특정 학습 목표에 초점을 두고 1-2분 동안 진행하는 피드백 회의를 말한다. 학생이 먼저 자신이 수행한 과제 초안에 대해 평가하게 한다. 글쓰기 과제라면 멘토가 고쳐쓰기 한(paraphrased) 모범 텍스트를 먼저 읽고 이것에 관해 토론한다. 이어서 학생이 이를 참고하여 스스로 점수를 매기고(예: 1~10점의 척도로) 자신의 수행에 대해 평가하고 몇 문장 길이의 코멘트까지 하게 한다. 이때 교사는 학생의 평가 결과에 대해 모범 예와 비교할 때 어떤 차이를 발견하는지 등의 질문을 던지며 회의한다.
3) 현명하게 개입하기
관련 연구에 따르면 학생들의 부정적 신념, 마음가짐, 행동을 바꾸는 데는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적절한 상황을 포착해 교사가 개입하게 되면 빠른 긍정적 변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이런 결정적 순간은 학생의 부정적 신념, 마음가짐, 행동이 악화일로에 있을 때인 경우가 많다. 이런 결정적 순간에 개입함으로써 짧은 기간 안에 학생들은 마음을 열고 다른 더 나은 대안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결정적 순간을 ‘학습하기 가장 좋은 기회(teachable moment)’라 부른다.
이때 교사는 학생 개인에 대한 긍정적 정서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힘이 나게 하는(empowering) 말 한 마디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내가 이런 코멘트를 네게 주는 이유는 너에 대한 기대가 높고 네가 그 기대 수준에 성공적으로 이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와 같은 것들이다. 이럴 때 학생은 피드백에 대해 더 수용적이고 자신이 수행한 과제를 흔쾌히 개선하려 하기 때문이다.
7. 자기만의 온라인 피드백 전략을 개발하라.
자기만의 온라인 피드백 요령을 개발하라. 이미 많은 선생님들이 플랫폼이 제공하는 채팅, 쪽지 등을 사용해 자기 나름의 피드백을 주고 있다. 한 예로 학생들이 배우기를 원하는 개념에 대해 잘 뽑은 질문 10가지를 코멘트 뱅크(comment bank)로 활용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8. 피드백의 초점을 이동하라.
피드백의 초점을 개념 이해 등에 맞추지 말고 자기조절학습(self-regulated learning) 스킬이나 상위인지(metacognition) 능력을 개발하는 것에 맞출 필요가 있다. 교사가 친절한 피드백을 통해 문제해결을 일일이 돕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문제 해결 과정 중에 장애 요인을 마주할 때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해 스스로 고민하고 능력을 키워가도록 돕는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교사의 피드백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있지만 동시에 학습자를 독립된 학습자로 성장시키는 더 큰 이점이 있다.
9. 일회성 활동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입하지 마라.
일회성 피드백 활동에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이지 마라. 장기적으로 가치 있고 감당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라.
10. 총괄평가에는 피드백을 주지 마라.
피드백을 학습자에게 주는 것은 이를 통해 학습자가 다시 개선할 것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말고사 같이 다시 학습하지 않거나 수정과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 확실한 것에 피드백을 주는 것은 시간낭비일 뿐이다.
루브릭을 활용하여 피드백을 하는 것도 일종의 총괄평가 피드백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사자(死者)의 부검과 같은 격이다. 활동이나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는 피드백을 주더라도 개선할 기회를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개선할 기회를 주지 않는 피드백은 피드백이 아니다. 그냥 코멘트일 뿐이다.
[참고자료]
• 6 Tips for Managing the Feedback Workload
https://www.edutopia.org/article/6-tips-managing-feedback-workload
• Fast and Efficient Ways to Provide Feedback(Edutopia)
https://www.edutopia.org/article/fast-and-efficient-ways-provide-feedback
• Effective approaches to feedback while students are distance learning
https://edu.rsc.org/remote-teaching-support/giving-successful-remote-feedback/4011542.article
• Providing specific, timely and positive feedback – remotely
• HOW TO DO THE FEEDBACK LOOP IN DISTANCE LEARNING
https://www.teachingchannel.com/blog/feedback-loop-distance-lear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