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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국운이 기울어가던 19세기 말에 활동했던 정교는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을 모아서, 자신만의 관점에서 역사서라 할 수 있는 <대한계년사>를 엮어냈다. 조선과 대한제국 정부에서 발행했던 관보는 물론 독립신문을 비롯한 각종 신문들에 수록된 기사가 주요 사료로 취급되었다. 여기에다 편찬자 자신의 견해도 곁들이면서, 기록에 대해서 나름대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7권 8책으로 이뤄진 <대한계년사>는 정교 자신이 편집한 필사본이 원본이며, 이를 토대로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활자본으로 출간한 자료가 남아있다고 한다. 이를 번역하여 10권으로 출간한 것이 바로 이 책이라 하겠다.
<대한계년사>는 고종이 탄생한 기사를 간략하게 정리하고, 고종이 즉위한 해로부터 연대순으로 기록한 역사서이다. 각각의 기사에는 제목을 앞세우고, 그에 해당하는 내용을 각종 자료를 참고하여 서술해나가고 있다. 정교 자신이 독립협회 회원으로 활동했기에, 기사의 내용을 통해서 대한제국과 독립협회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한 것은 물론 독립협회에 대한 애정이 잘 드러나고 있다. 1권과 2권에서는 1852년부터 1897년까지의 역사가 간략하게 기술되어 있으며, 3권은 1898년 1월부터 11월 4일까지의 역사로 채워져 있다. 1898년은 외세의 압력이 더욱 강해지면서, 이에 맞서 독립협회의 활동도 활발해지던 시기였다. 특히 독립협회의 활동에는 자신도 참여하고 있었기에, 그에 관한 내용들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당시 독립협회는 러시아 등 외세의 압력에 맞서 만민공동회를 개최하고, 외국의 이권 개입을 저지하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다. 아울러 정부에 대해 민권운동을 전개하였으며, 조정의 관제를 정하는 등의 문제를 포함하여 국정에 대해서도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였다. 이와 함께 무능하고 부패한 관리들에 대한 퇴진 운동에 나섰으며, 대한제국의 독립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를 개최하기도 하였다. 결국 그해 10월 고종과 갈등을 빚다가 해산되는 결과를 초래했는데, 이러한 제반 상황들에 대해 매우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또한 동학의 교주였던 최시형의 처형 소식이나, 동학농민전쟁의 경과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소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특정한 사건에 대해서 정교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고 있는데, 이를 통해 편찬자의 역사의식을 엿볼 수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비록 개인이 편찬한 책이지만, 19세기 말엽 조선에서 진행되었던 역사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인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꼼꼼히 읽으면서, 당시의 시대적 상황에 대해서 머릿속으로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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