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국수체험박물관, ‘탈바꿈 성공할까’
시, 막국수협의회에 다시 위탁…운영비 7천800만원 지원
“접근성, 프로그램 갈증 문제 해소 해야”
계속된 적자 때문에 '애물단지'로 불려온 춘천 막국수체험박물관이 시의 지원을 받아 새 도약에 나선다. 그러나 효과적인 대안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같은 위기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춘천시는 막국수협의회(협의회)와 막국수체험박물관 위·수탁 재계약을 맺고 내년 1월부터 계약 시행에 들어간다고 11일 밝혔다. 수탁자의 책임운영 강화를 위해 기존 3년이던 계약기간을 1년으로 단축, 운영 역량이 부족한 수탁자를 수시로 교체할 방침이다.
대신 시는 협의회의 운영비 지원 요청을 수락, 한 해 7천800만원을 지원한다. 여기에는 근로자 2명의 인건비 4천만원, 전기·수도 등 공공요금 1천800만원, 시설 보수비 2천만원 등이 포함된다.
2006년 신북읍에 개관한 막국수체험박물관은 그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다. 향토음식인 막국수의 명품화와 관광 활성화를 위해 30억원을 투입해 지었지만, 개관 초기부터 입장객이 한주 평균 300여명에 그쳐 경영난에 시달렸다. 시는 2007년 직영에서 위탁 운영으로 전환하며 위탁자를 모집했지만 신청자조차 없었다. 결국 자유총연맹 강원도지부가 2012년부터 위탁 운영해 오다 협의회가 2015년부터 운영을 맡았다. 이에 맞춰 시는 같은 해 3천800만원을 투자했지만 막국수체험박물관은 2년간 8천만원이 넘는 적자를 냈다. 올해에는 새해 첫날부터 휴관을 선언하고 3개월간 문을 닫기도 했다.
이번에도 시와 손잡고 탈바꿈의 의지를 내비쳤지만 반복된 위기를 지켜본 시민들의 우려도 적지 않다. 박정문 강원도 지역문화 육성 사업 자문위원은 막국수체험박물관의 가장 큰 문제점에 대해 불편한 접근성을 꼽았다. 춘천역에 도착한 관광객이 막국수체험박물관을 찾기 위해서는 승용차로 약 10㎞를 달려야 한다. 대중교통으로는 택시와 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택시비는 1만원(네이버지도 기준)이 훌쩍 넘고, 40여분간 타야하는 버스 노선은 150번 단 하나밖에 없다.
박 자문위원은 "주변 볼거리가 없어 연계 관광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을 짚기도 했다. 실제로 막국수체험박물관 주변에는 관광객이 찾을 만한 명소는 물론 도보 5분 안에 갈 수 있는 슈퍼마켓도 없다. 숙박 시설도 단 한 곳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버스로 55분, 도보 1시간10분 거리에 달한다. 시에서 추천하는 주변 관광지 중 하나인 강원경찰박물관은 버스 25분, 도보 40분 거리에 있다.
박 자문위원은 문제 해소를 위해 시티투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체험관광인 '춘천시티투어'는 춘천 지역을 순환하는 버스에 관광객을 태워 지정된 관광코스로 안내하는 서비스다. 박 자문위원은 "현재 1주일 내내 춘천 지역의 각기 다른 코스를 돌도록 운영되고 있지만 막국수체험박물관은 정류 관광지에 추가되지 않고 있다"며 "자가용이 없는 개인 단위 관광객들을 위한 방안이 될 수 있으며, 자연스레 방문객 수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디어를 통한 대외 홍보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지난 7월 tvN 예능프로그램 '알쓸신잡-춘천편'에 막국수체험박물관이 소개된 후 전국에서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몰렸다. 방송 이후 3주간 1만여명이 체험관을 찾았으며, 이는 4인가족 기준 하루 평균 120여 가족이 찾은 셈이다. 하루 평균 10가족이 채 안되던 이전 방문객 수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홍보 부족으로 좋은 분위기를 이어나가진 못했다. 박 자문위원은 "방송, 신문 같은 매체를 적극 활용해 존재감을 높이고 수도권부터 지방 관광객까지 두루 끌어들일 수 있어야 한다"며 "이미지 관리를 위한 시설 보수 방안도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막국수체험박물관 내 체험 프로그램의 구체화도 늘 언급되는 개선책이다. 현재 막국수체험박물관에서는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만 운영 중이다. 2층 체험장에서는 관광객이 직접 메밀면을 뽑는 체험을 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체험 무대는 없으며 부대메뉴를 사 먹을 수 있는 식당가에 불과하다.
광주광역시 북구에 있는 남도향토음식박물관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운영의 좋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곳에서는 전시 프로그램과 더불어 체험프로그램 자체를 어린이 체험, 주말체험, 음식강좌 등 세부 항목으로 나눠 운영하고 있다. 세미나실을 따로 마련해 지역 특강이나 전문 강좌를 개최하는 장소로 적극 활용하며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도 한다.
남도향토음식박물관이 막국수체험박물관과 다른 또 한 가지는, 박물관 내에 뮤지엄샵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도향토음식박물관에서는 전통주부터 담양한과, 강진청자, 공예품 등을 판매하며 이중 수익을 올리고 있다. 반면 막국수체험박물관에서는 관광객이 특산품을 구매할 공간이 없으며, 메밀가루, 메밀차, 메밀과자 등과 같은 상품은 협의회 홈페이지에서 따로 구매해야 한다.
박 자문위원은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진 이유를 고민하고 회복 방안을 모색하는 게 우선”이라며 “타지 사례를 벤치마킹해 색다른 아이디어와 컨텐츠를 발굴해 내야 한다”고 말했다.
문지연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