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전히 대면 소통에 어려움 느껴... 외로움도 많이 느낀다
20대 초반은 대면 소통에 어려움 느끼나 중후반은 적응된 모습 보여
엔데믹으로 전환된지 1년이 넘은 현재에도 많은 20대가 비대면을 선호하고, 대면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당시 모든 연령층은 급격한 비대면 전환을 통해 새로운 소통 방식을 경험했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2021년 발표한 ‘세대별 소통 방식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대면 소통보다 비대면 소통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2020년에는 가장 선호하는 소통 방법으로 ‘직접 만남’이 꼽히며 대면 소통에 대한 니즈가 컸으나, 2021년에는 만 33~40세를 제외한 전 세대에서 직접 만남을 선호하는 비율이 10%p 이상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모바일 메신저를 통한 소통을 선호하는 비율도 전 세대에서 6%p 이상 증가하면서 팬데믹 시기에는 비대면 소통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엔데믹으로 전환된지 1년이 넘어 많은 부분이 다시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는 지금, 당시 코로나 19 직격탄을 맞았던 20대들은 여전히 비대면을 더 선호하는지, 대면 소통에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직접 알아보았다. 하지만 코로나 19를 20대 초반에 맞이한 사람과 20대 중반에 맞이한 사람들의 생활에 차이가 날 것이라 생각하고 이들을 나눠서 취재해보았다.
현재 연세대학교에 재학 중인 권순성(23,남)씨는 고등학생 때 코로나 19 사태가 발생해 졸업식을 하지 못하고 대학에 진학, 대학 초반 시절을 비대면으로 보냈다.
권씨는 여전히 비대면 방식을 선호한다고 말하며 “시간적 공간적 제약이 적은 편이라 약속이나 모임을 잡기 편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 “코로나 이후 친한 관계가 아니면 오히려 비대면으로 만나는 것을 선호한다”며 “대면 소통 시 대화 과정에서 시선 처리가 어렵다”고 답해 대면 소통에 아직은 어려움이 있음을 말했다. 마지막으로 팬데믹 이전과 비교했을 때 “과제나 업무적인 만남은 비대면을 선호하는 풍토가 강해진 듯하고, 비대면 만남 시 오디오가 겹치는 걸 방지하듯 각자 자신의 발언권부터 구하고 발언하는 경우가 자주 보인다”며 과거와 현재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권씨와 같은 상황을 겪은 고모(23,남)씨도 비슷한 생각을 전했다. 광운대학교에 재학중인 고씨는 집에서 여러 일을 처리할 수 있어 비대면을 선호한다고 말하며 팬데믹 이후 다시 대면 소통을 하는 것에 대해 “대화 주제를 먼저 꺼내기 어렵고, 눈을 마주치는 것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권씨와 고씨 모두 사람들과 만나 대화할 때 약간의 어려움과 어색함이 있을 뿐, 불안이나 긴장을 크게 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렇듯 20대 초반의 학생들은 대면 소통에 적응을 하고 있으면서도 대화 주제를 선정하거나 시선 처리를 할 때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취재됐다.
20대 중후반의 경우 비대면을 선호하는 경향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대면 소통에 대한 거부감은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회사에 다니는 이모(29,여)씨는 “친한 사이일 경우 대면을 선호하지만 회사 사람이나 협력 업체와의 소통이 필요할 경우 비대면 소통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비대면 소통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또, 대면 회의나 만남이 다시 활성화됨에 따라 적응의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선 “비대면 회의로도 충분한 회의가 가능함을 경험했기에 대면 회의가 시작됐을 땐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다시 출근을 하면서 많은 피로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다만 대면 소통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나 스트레스에 대해선 “처음에는 출근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있었으나 현재는 그런 것이 없고 오히려 일을 신속히 해결할 수 있다고 느끼기도 한다”며 큰 문제는 없다는 생각을 전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회사에 다니는 이권재(26,남)씨는 “거리가 멀거나 시간상 여유가 없는 상황에 따라 비대면을 더 선호할 때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팬데믹 이전과 비교한 대면 소통 차이점에 대해 “직접 인사를 나누고 더 깊은 교류를 하며 대면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는 것 같다”고 하며 대면 소통에 적응한 모습을 보였다.
전체적인 조사 결과를 보면 대면 활동이 팬데믹 당시보다는 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갤럽이 2023년 11월 발표한 ‘운동 외 여가 활동 12종의 경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화 관람, 국내 여행, 스포츠 경기 관람 등 대면 활동이 작년보다 늘었지만 팬데믹 전보다는 덜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엔데믹으로 접어든 2023년부터 대면 활동이 다시 늘고 있다.
(출처 = 한국갤럽)
또한 ‘지난 몇 년간 영상 콘텐츠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져 여가 행태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갈 수 있을지 미지수’라며 유튜브 연간 이용률은 2020년 80%에서 2023년 93%로 증가했고 특히 20대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 이용률이 45%에서 88%로 늘었다고 알렸다.
이러한 여가 행태는 팬데믹을 거치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이로 인한 부작용도 통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전문기업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발표한 ‘2024 외로움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사회 전반에서 외로움 문제가 심각한 편인 가운데, 20대는 외로움을 느끼는 이유로 다른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과 비교가 되고(33.1%),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31.1%) 언급했다. 업체는 SNS와 같은 비대면 플랫폼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완벽해 보이는 삶을 자주 접하면서 비교와 경쟁이 강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게다가 20대 응답자의 경우 외로움과 우울감 같은 속마음을 이야기하기 힘들다(31.6%)는 응답이 타연령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면서 대면 소통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20대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무슨 말을 꺼내야할지 걱정’인 것과 ‘대면 소통의 두려움’, ‘사람들과 함께 있는 상황에서도 공감할 수 없어 외로움을 느끼는 경우’ 모두 가장 높은 동의율을 보였다.
(출처 =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
업체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2.7%가 ‘좋은 친구가 있다면 인생은 정말 살 만한 것 같다’는 응답을 해 전 연령대에서 전반적으로 속마음을 나눌 수 있는 ‘좋은 친구’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22년 성균관대학교의 정다은 박사가 한국소통학보에 게재한 ‘팬데믹 시기의 대인 소통과 친밀감 변화’ 연구 논문에 따르면, 비대면 소통 방식은 이미 친밀감이 충분히 형성된 관계에 한해서만 소통의 만족감 증가에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이러한 관계가 충분히 형성되지 못할 경우 대면 접촉의 빈도가 줄어들면서 친밀감이 감소하는 결과를 낳았고, 비대면 소통 방식의 한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여전히 많은 20대 청년들이 비대면 소통의 부작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대면 접촉의 빈도를 늘리며 대면 소통에 빠르게 적응하고 주변 지인과 더 높은 관계를 형성해 외로움과 우울감을 벗어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