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예찬(傘壽禮讚)
🍁 사람의 나이 여든을 산수(傘壽)라 부른다.
우산산(傘)자가 여든을 품은 글자이듯, 산수는 비바람을 지나온 인생이 마침내 자기 자신을 덮어 줄 그늘을 갖게 되었음을 뜻한다. 그만큼 여든은 단순한 연륜이 아니라 하나의 완성에 이른 삶의 형식이다. 산수가 되었다는 것은 인생 여정이 일단 성공했다는 조용한 선언이다. 크고 작은 실패와 상처, 기쁨과 상실을 모두 통과하며 여기까지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미 충분한 성취다. 여든은 더 증명할 필요가 없는 나이이며, 더 평가받을 이유가 없는 경지다. 산수가 되면 무엇을 하든 용납되는 나이가 된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며, 굳이 남의 기준에 맞추지 않아도 된다. 말수가 줄어도 좋고, 웃음이 많아도 좋다. 하고 싶은 것을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된다. 여든은 자유를 허락받는 나이가 아니라, 자유를 회복하는 나이다.
또한 산수는 자기 자신을 자기 하고픈 대로 유지 관리할 권리이자 의무를 동반한다.
몸을 돌보고 마음을 다스리며, 삶의 리듬을 스스로 정하는 일. 이는 가족과 친지에게 신세 지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품격이며, 오랜 세월 살아온 사람만이 감당할 수 있는 책임이다. 의존이 아니라 자율로, 부탁이 아니라 배려로 삶을 이어 가는 것, 그 자체가 산수의 아름다움이다. 그러므로 80대의 인생은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들로 점철된 환희의 역정이다. 성과를 쌓기보다 의미를 음미하고, 소유를 늘리기보다 기억을 가꾸며, 앞을 향한 욕망보다 지금의 충만함을 귀히 여긴다. 하루의 햇살과 한 잔의 차, 오래된 책의 문장 하나가 깊은 기쁨이 되는 나이. 그것이 산수의 풍경이다. 산수는 끝이 아니라, 삶이 가장 자기다워지는 시기다. 우산처럼 넉넉한 그늘 아래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 세상을 관조하며, 남은 날들을 조용히 축복하는 나이,
그래서 우리는 여든을 축하한다. 산수를 예찬한다.
💕
= 옮겨온 글 =
漢陽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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