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할아버지와 빵(おじいちゃんとパン)>은
제가 한 때 살았던 동네의 유린도(有隣堂)서점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빵을 어찌나 맛있게 표현을 했는지 책에서 눈을 떼기 어려웠어요.
할아버지가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 먹는 빵 맛이 궁금하기도 했고요.
책을 구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몇 가지 잼도 사고 식빵도 샀지요.
며칠에 걸쳐 제 아이 해인과 함께 할아버지처럼 즐겨 먹었더랍니다.
그런 추억이 있는 그림책이 '일본어 그림책 읽기 시즌5'에 있는 것을 보고 참 반가웠지요.
책거리 할때 읽을 그림책으로 찜을 해 두었었는데,
이번에는 방식이 바뀌어서 다른 분이 읽게 되었답니다.
'しかたねえな!' 했는데, 그 분이 다른 사정이 생기셔서 결국 제 차지가 되었지요.
이런 것이 인연인가보다... 그래서 더 애정이 가는 <할아버지와 빵>입니다.
식빵에 뭔가를 잔뜩 발라 먹는 것을 좋아하는 할아버지!
빵을 먹는 순간만큼은 세상 걱정없이 행복한 할아버지입니다.
오늘도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버터를 바른 식빵 위에 딸기잼을 듬뿍 발라 한 입 베어 물려던 차,
おっ(어라?)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손주가 보입니다.
なんだちびすけ(뭐냐, 꼬맹아!)
たべたいのか(먹고 싶냐?)
잠시 생각한 뒤에......
しかたねえな(하는 수 없군!)
이렇게 해서 손주는 할아버지 빵을 맛보게 됩니다.
빵을 먹을 때마다 매번 しかたねえな 를 반복하는 할아버지지만,
어느 새 빵 친구가 된 손주가 싫지 않습니다.
어쩌면 할아버지는 손주와 먹을 빵을 위해 다양한 토핑를 개발하고
함께 빵을 먹는 시간을 즐기지 않았을까요?
しかたねえな 라며 아닌 척 하지만 말이죠! 귀여운 할아버지입니다.
자주 먹는 딸기잼과 어쩌다 먹는 마말레이드잼을 바른 빵부터
팥소에 콩가루를 뿌린 빵
구운 마시멜로를 얹은 빵
버터에 설탕을 뿌린 빵
비장의 레시피였던 럼주에 절인 건포도버터 바른 빵...
할아버지의 빵을 먹으며 조금씩 자란 손주는 청년이 되었습니다.
그날도 할아버지의 빵을 기대하며 찾았지만, 할아버지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가 하던대로 빵에 버터를 바르던 손주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실 나는 어린시절부터 케찹이나 소세지빵을 더 좋아했다.
하지만 달달한 빵을 즐겨 드시는 할아버지를 보는 것이 훨씬 더 좋았다."
어라? 이게 무엇을 뜻하는 것일까요? 설마... 할아버지가...
그때 할아버지가 나타나십니다. 마치 하와이 여행에서 돌아온 것 같은 복장으로요.
선물로 땅콩버터를 선물하곤
しかたねえな 하는 수 없군! 같이 먹자, 잔뜩 발라! 하십니다.
어느 새 증손주를 본 할아버지!
おっ なんだちびすけ
たべたいのか しかたねえな
손주를 처음 보았을 때 처럼 같은 말을 하시네요.
손주와 할아버지가 서로 간직한 달달한 빵의 추억!
무심한듯 정이 많은 할아버지에겐 삶의 활력소가 되고,
손주에겐 기댈 언덕이자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인 것 같습니다.
이날 아리센세는 그림책 <할아버지와 빵>에 대한 감동을 더 많이 나누고자
손수 장을 보고 직접 잼을 발라 할아버지처럼 우리에게 내 놓았지요.
우리는 달달한 할아버지의 빵을 맛보며 손주처럼 즐거워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