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애의 경>은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자애를 설한 경입니다. 여기서 자애는 우정이나 자비에 가까운 말입니다. 경 첫머리에서 , 부처님은 '널리 이로운 일에 능숙하여 평정(열반)의 경지를 성취하고자 하는 이'에게 자애를 당부합니다. 이로운 일에 능숙하여 평정을 성취하고자 하는 이는 구체적으로 부처님의 출가제자를 뜻합니다. 이로운 일은 '선을 늘이고 악을 줄여나가는 바른 노력(정정진)'을 의미한다고 봅니다.
<자애의 경>을 읽으며 무엇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부처님과 당시 출가제자들의 삶입니다. 그들은 아침에는 마을에 들어가 탁발을 했습니다. 그리고 해가 뜨거운 오후에는 숲에서 머물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대화를 나누거나 고요히 사색과 선정에 들었습니다. 숲속에 지내거나 동굴에서 지내면 무엇보다 곤충, 뱀, 야생동물이나 도둑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한편, 부처님과 제자들은 외도들의 비난과 누명에 시달렸습니다. 기존 종교 권력자인 바라문들은 바라문의 교리를 거부하는 부처님과 제자들에게 공양을 거부했으며, 외도들은 부처님의 명성을 시기하였습니다. 심지어 외도 수행녀를 시켜 부처님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누명을 씌우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자애의 경>은 부처님과 제자들의 고단한 삶의 현실에서 읽을 때 절실하게 다가옵니다.
<자애의 경>은 크게 보아 부처님은 1) 재가자의 집을 방문했을 때의 마음가짐, 2) 외도들의 비난에 대한 마음가짐, 3) 숲에서 여러 생명을 대할 때의 마음가짐에 대해 자애를 가르칩니다. 이 세 곳은 부처님과 제자들이 살아가는 일상적인 삶의 현장입니다. 이어서 네 번 째(4)로 부처님은 자기에게 호의를 베풀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를 이겨내는 자애를 설법합니다. 그래서 5) 부처님은 차별없는 자애의 마음을 기르는 수행법(자애관)을 가르칩니다. 마지막(6)으로 부처님은 자비관의 불교적 조건과 그 수행결과에 대해 법문하며 마무리를 지으니, <자애의 경>은 모두 여섯 단락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1) 먼저 탁발을 하러 재가자의 집을 방문했을 때 출가자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입니다. <자애의 경>에서 부처님은 이렇게 법문합니다.
만족할 줄 알아서 남이 공양하기 쉬워야 하며, 분주하지 않고 생활이 간소하며,
몸과 마음 고요하고 슬기로우니, 가정에서 무모하거나 집착하지 말라.
탁발하러 재가신도의 집을 방문했을 때는 남이 공양하기 쉽도록 해야하며, 분주하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 자애라고 말씀합니다. 출가자의 계율은 기본적으로 여기서 출발했습니다.
2) 외도들의 비난에 대해 어떤 마음을 가져야 올바른 자애의 길인지 설합니다.
부처님이 처음 교단을 만들었을 때는 안거라는 제도가 없었습니다. 여름에도 부처님과 제자들은 계속 유행을 하며 전법을 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종파의 사람들은 아래와 같이 부처님의 교단을 비난했습니다.
어찌 수행자 사끼야(석가)의 아들들은 여름에도 겨울에도 우기에도 유행을 다니며 곡식과 풀을 짓밟고, 하나의 감관이 있는 자의 목숨을 해치고, 많은 작은 생명들의 목숨을 죽인단 말인가? 저 이교도들도 그 가르침이 악하더라도 안거를 지키려고 하고, 저 새들도 나뭇가지 끝에 둥우리를 짓고 안거를 지키려고 하고 준비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 수행자 사끼야의 아들들은 여름에도 겨울에도 우기에도 유행을 다니며 곡식과 풀을 짓밟고, 하나의 감관이 있는 자의 목숨을 해치고, 많은 작은 생명들의 목숨을 죽이고 있다.
- 마하박가(전재성 역), 제3장 안거의 다발, 1. 안거의 인연
부처님은 그들의 비난을 받아들여 불교안에서도 만물이 번성하는 여름이나 우기에 안거의 제도를 시행하였습니다. 주석을 보면 안거제도는 부처님이 교단을 만들고 나서 20년이 되었을 때 이루어졌습니다. 안거제도는 자이나교에서는 이미 실천하고 있었던 제도이니, 부처님도 이 제도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맹목적으로 다른 종파의 제도를 따르기 보다, 부족한 점이 나타나면 고쳐나갔습니다.
안거제도는 비록 외도들의 비난을 받고 나서 도입했지만, 부처님은 안거의 합리성을 받아들여 당신의 교단에 도입한 것입니다. 부처님은 외도들의 비난을 사지 않도록 수행과 삶을 청정하게 하라고 가르쳤습니다.
다른 양식 있는 님들의 비난을 살만한 어떠한 사소한 행동이라도 삼가하며,
그들의 안락과 행복을 빌어야 한다. <자애의 경>
3) 숲에서 거주할 때 만나는 여러 생명들에게 자비의 마음을 지닙니다.
인도의 여러 종교들은 한결같이 생명에 대한 자비를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은 생명을 죽여 제사를 지내는 바라문들의 행위를 비판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습니다.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숲에서 만나는 생명에게 자애의 마음을 이렇게 지니라고 말씀했습니다.
살아있는 생명이건 어떤 것이나, 동물이거나 식물이거나 남김없이,
길다랗거나 커다란 것이나, 중간 것이거나 짧은 것이거나, 미세하거나
거친 것이거나, 보이는 것이거나 보이지 않는 것이거나,
멀리 사는 것이나 가까이 사는 것이나. 이미 생겨난 것이나 생겨날 것이나,
모든 님들은 행복하라. <자애의 경>
(아래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