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은 누가 풀어 놓았을까
김성신
예감은 때로 정지신호,
가늘어진 말들이 마른기침 소리를 낸다
선뜻 다가서지 못하고 두리번거릴 때,
아프다고 소리치지 못하고 나를 잠글 때,
벼린 시간들은 나뭇등걸에 매달려 있다
침묵은 세상 밖의 노선
허공이 뱉은 마른기침을 먹고
음률을 옮긴 듯한 떨리는 손의 음표들
편백은 무심히 반백이 되어 다닥다닥 붙어 가계를 꾸리겠지
슬픔 위에서도 가볍게 내려앉아 기꺼이 날아오르려는 눈빛
공손한 자세로 공벌레들이 웅크리고 있다
그늘이 거느리는 길을 묵묵히 따라간다
나방을 뒤따르는 한 무리의 서늘한 빛들 속으로
울고 남은 몇 개의 말들이 저녁으로 기우는데
당신이 버린 칼날의 哭들은 어디에 기대어 있을까
흰 뼈들이 공중을 떠돌고
입술 달그락거리던 석양이 홰를 친다
낯설게 웃고 있는 얼굴들
어떤 생각은 날개가 꺾인 방향으로 고개를 묻고
핏기 없는 바람이 난간 끝에서 발끝을 모은다
진눈깨비처럼 쌓여가는 당신 어깨의 석회(夕會)
버스가 마지막 정류장에 정차했을 때
눈 속의 혀는 오랫동안 습기를 핥고 있다
비로소 인적이 사라진 고행 속으로 날아가는 나방들
오늘의 바깥이 자꾸만 겨드랑이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계간 『문예바다』 (2022년 봄호)
김성신시인
2017년 불교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출처] 나방은 누가 풀어 놓았을까/ 김성신|작성자 변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