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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의 도덕 행위, 도덕관, 도덕률은 어느 시대든 그 시대의 인간의 성 행동의 존재 방식을 좌우하는 근본이 되지만, 한편 성 행동은 그 시대의 발전상을 인식하는 데에 아주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책의 서문에서 저자가 이 책을 출간하는 이유를 밝히는 내용이다. 이 책은 유럽의 풍속, 그 중에서도 성 풍속에 초점을 맞춰 방대한 자료를 통해 엮어낸 저서가운데 두 번째 시리즈이다. 저자는 ‘커리커춰의 역사 연구가’로서 미술 자료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 책에서도 관련 자료들을 참고할 수 있도록 곳곳에 배치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풍속의 역사’를 르네상스시대로부터 시작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서양 중세는 기독교 신학의 영향 아래 모든 것이 ‘신의 섭리’로 해석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독교 교리에 어긋나는 성 풍속은 단죄의 대상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기에, 그러한 기록들이 남겨지거나 혹은 기록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 짐작된다.
따라서 이른바 ‘문예 부흥’이라고 번역되는 르네상스시대야말로 인간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여겨졌으며, 인간의 성 행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이 시기의 성 풍속을 논하는 목차의 첫머리에는 ‘르네상스의 육체미의 이상’이라는 항목이 자리잡고 있으며, ‘육체미의 예찬’과 ‘나체의 지위’와 같은 내용으로 채워지고 있다. 아울러 ‘르네상스 의상의 본질’에 담긴 의미를 탐구함으로써, 당대의 의상 양식이 성 풍속의 일면을 보여줄 수 있음을 실증하고 있다. 이어지는 ‘연애와 결혼’이라는 항목에서는 이 시기 ‘연애의 본질’을 다루면서, 그 특징을 ‘개인적 성애의 발달’과 ‘연애에서의 동물적인 관능관’이 부각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남녀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면서 ‘자유로운 성관계와 관능의 부패’가 발생하고, 이를 대표하는 현상으로서 ‘간통’과 이를 막으려는 남성들에 의해 여성들에게 채워졌던 ‘정조대의 사용’ 등에 관해서 서술하고 있다.
당대 유럽은 여전히 기독교적인 관념이 지배적이었기에, ‘가톨릭 교회의 도덕’에 대해서도 초점을 맞추어 설명하고 있다. 특히 수도사들의 독신을 개인이 아닌, 교회가 ‘경제적 조건’을 온전히 소유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명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결혼을 하지 않는 독신이라는 조건 때문에 당시 수도원에서조차 성적으로 문란한 사례들이 적지 않았으며, 종교적 권력을 쥐었던 교황과 추기경들 가운데서도 여러 명의 처첩을 거느리면서 수많은 자녀들을 낳았던 사례들을 보고하기도 한다. 이러한 교회의 타락상이 유럽에서 종교개혁을 불러온 계기가 되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책에서는 단순히 그러한 현상만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것을 당대의 유럽 역사에 대입시켜 해석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이어지는 내용은 남성들이 경제적으로 성을 살 수 있었던 공간인 ‘유곽’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데. 저자는 그것을 일부일처제라는 제도의 ‘보호 수단으로서의 매춘의 승인’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남성의 성적인 방종을 합리화하는 수사에 불과하다. 오히려 ‘매춘’이라는 문화는 여성에게는 엄격한 도덕관을 요구하면서, 남성들에게는 자유로웠던 성적 관습에 기반하여 지금까지 성행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다음 항목에서는 남녀가 만날 기회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던 ‘사교 생활’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하는 내용이 이어진다. 옷감을 생산하는 ‘두레길쌈놀이방’에서 남성들이 여성들의 작업을 보조하면서 성적인 접촉이 발생하기도 했으며, ‘목욕탕’과 ‘온천’ 그리고 ‘축제’와 ‘사육제’는 물론 ‘극장’과 ‘결혼 풍속’을 통해서도 ‘사적인 사교적 행락’이 이뤄졌다고 보고하고 있다.
저자는 마지막 항목의 제목을 ‘병든 관능’이라고 제시하고 있는데, 앞선 항목에서 서술했던 르네상스시대의 성적인 방종이 결국 그로 인해 발생하는 ‘매독’이라는 질병을 만연하게 했다는 내용과도 통한다고 이해된다. 하지만 이 항목에서는 주로 여성들의 행위를 ‘마녀’로 치부하며 박해하는 형태로 전개되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당대에 전개되었던 ‘마녀사냥의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저자는 마녀로 지목된 ‘여자들은 대부분 악마들과 정을 통하고 있고 악마와 동맹하고 있다고 사람들이 거의 확신’했기에 벌어진 사건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 역시 남성 중심의 문화를 유지하며 기득권을 잃지 않으려는 당대의 사회적 조건에서 찾을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저자는 당대의 상황을 ‘봉건주의적 생산 양식과 여러 발전 단계의 신흥 자본주의적인 생산 양식이 기묘하게 결합된 모습’으로 규정하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이러한 성 풍속이 발생하고 전개되었음을 설명하고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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