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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한 철학자 김진영의 책을 근래에 자주 읽을 기회가 있었다. 생전에 그의 강연을 들어보지 못했지만, 벤야민에 대한 그의 연구 성과는 매우 탁월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이별의 푸가>와 더불어, 이 책은 저자가 유고로 남긴 수필집이라고 한다. 병상에 있으면서 틈나는 대로 자신의 감정과 생각들을 정리한 일종의 ‘병상일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자는 저자가 작고한 후에 출간된 이 책에 ‘철학자 김진영의 애도 일기’라는 부제를 덧붙였다. 아마도 생전에 저자가 바르트의 <애도일기>라는 책을 애독했고 이 책에도 여러 번 인용을 하고 있기에, 그렇게 부제를 붙인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책의 말미에 수록한 ‘작가의 말’에 의하면, 저자는 ‘2017년 7월 암 선고를 받’고 ‘그동안 이어지던 모든 일상의 삶들이 셔터를 내린 것처럼 중단되었다’고 서술하고 있다. 간혹 완치를 했다는 소식도 들려오지만, 아직까지 암이란 병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안겨주는 질병임에는 분명하다. 그렇게 ‘병원 생활이 시작되었고 환자의 삶을 살기 시작’한 저자는 틈틈이 일기를 남겼던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2017년 7월부터 시작하여, 저자가 작고하기 직전인 2018년 8월까지의 일기가 수록되어 있다. 진단을 받았던 초기에는 비교적 길고 상세한 내용의 글들이 이어지다가, 작고 직전의 글들은 몇 개의 표현을 나열하거나 단 한 문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책의 앞부분에 제시된 편집자의 전언처럼, 저자는 ‘임종 3일 전 섬망이 오기 직전까지 병상에 앉아 메모장에’ 이 글들을 썼다고 한다. 아마도 가장 마지막에 썼을 그의 글은 ‘내 마음은 평안하다.’라는 내용이다. 병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하기도 하고, 때로는 점점 악화되는 병세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던 이전까지의 글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사람들은 죽기 전에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다고 하는데, 저자 역시 그러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혹은 슬픔에 젖어 있을 가족과 지인들에게 남기는 위로의 말은 아니었을까? 이 책을 통하여 병상에서 힘겹게 투병을 했을 저자의 생전 모습이 어느 정도 상상이 되기도 했다. 이제 고통과 질병이 없는 세상으로 떠난 저자의 명복을 빌고, 그곳에서는 부디 평안하기를 빌어본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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