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의 역사 자료들은 대부분 한문으로 기록되어 있어,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번역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론 개인이 한문을 익혀 자료를 직접 활용하는 방법도 있으나, 보다 많은 이들이 이용하기 위해서는 번역을 통해 현대어로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런 의미에서 2년에 걸쳐 전체 10권으로 번역한 정교의 <대한계년사>의 현대역에는 번역자들의 노고가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더욱이 이 자료가 개인이 저술한 역사서라는 점에서, 전공자가 아니라면 이러한 일은 엄두를 낼 수조차 없을 것이다.
고종 즉위 이후 1863년부터 갑오개혁 직전의 1893년까지 다룬 1권에 이어, 2권에서는 1894년 봄부터 1897년 12월까지 약 3년 10개월의 기록을 수록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1894년은 동학농민혁명이 일어나면서, 안팎의 개혁 요구에 응해 조정에서는 갑오개혁이 진행되던 시기였다. 이 책의 저자인 정교는 동학과 갑오개혁은 물론 청일전쟁의 경과 등에 대해 당시의 시대상과 자신의 견해를 덧붙여 기록을 남기고 있다. 특히 이 기록은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에 도움을 주는 자료로 평가되고 있다.
이밖에도 청나라의 패배로 끝난 청일전쟁의 과정이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 제시되고 있으며, 갑오개혁을 둘러싼 일본의 요구와 구체적인 진행 사항을 시간의 경과에 따라 기술하고 있다. 저자 자신이 이 당시 독립협회에 관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독립협회의 결성 과정과 활동 내용 등에 대해서는 매우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긴박하게 진행되었던 당시 조선의 상황이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소개되면서, 당대 상황을 바라보는 저자 자신의 견해가 곁들여져 있다. 비록 개인이 기술한 역사서이지만, 19세기 말엽 조선이 처한 현실을 인식할 수 있는 유용한 사료로서 의미있는 문헌이라 하겠다.(차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