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등 꺼진 야외 테이블 위 잘려 나간 패트병 속 몸 움츠린 작은 촛불이 남몰래 지나던 바람을 낌새 채고 ....
밤하늘 수놓은 별들을 향하여 손짓 하듯 살랑 살랑 흔들고, 야심한 밤 깜한 공간에 작은 빛 줄을 흘리고 있다.
차디찬 이슬 젖은 건너 산 숲 속에서 울려오는 소쩍새 작은 소리에 귀기울이며, 혼자만이 무한 공간에 앉아 깊은 사색을 즐기던 침묵과 고요함이 잠들던 이곳...
가시나무 새 노래가락이 바람 소리와 합연되어 조용히 흐르고 있다.
20여년 세월이 훌쩍 지난 오늘...
나 혼자 사색에 젖어 생활하던 포플라 나무 서 있던 언덕위 하얀 집을 차창에 흘리며, 잘 쓰레질 해 물 잡아 놓은 들녘을 가로 질러 추억 흘리고 있다.
덧없이 흐르는 세월에 작아지는 마음을 조아리는 순간 돌풍이 심술 나서 차체 정면을 때리고 있다.
아름답게 흘러간 그 세월 !
무엇 미련 남아 뒤 돌아보며 아쉬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냐 마는...
황금기 같았던 욕망과 추진으로 즐거움을 채워 갔던 삶이 이 길 위 새로워져 오늘 여행의 의미와 동행을 한다.
신진도 큰 어항은 짓궂은 날씨 탓인지 모든 어선이 심한 돌풍으로 피항하여 질서 정연하게 접안되어 있고, 수산물 판매하는 상인은 한적한 어판장 앞 지나는 나그네에게 반색을 하여 호객을 한다.
큼직한 빗방울이 한두개 머리를 두드림에 아랑곳 없이 좌판에 진열된 싱싱한 생선에 시선을 집중하고 눈요기 하고 있다.
수족관 속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던 5kg 짜리 큰 광어와 갑오징어 두마리, 잘 여문 암 꽃게 3kg, 해삼 멍게 각 1kg을 닥달하여 들으니, 그 무게 느낌이 만만치가 않다.
명나라 떠나던 상인 전송하던 안흥성 안 세워진 태국사를 지나며, 마도 앞 해저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되는 조운선 침선들이 이 항로의 중요성이 재인식 된다.
옛 저수지였던 곳을 토사 매입하여 만든 태안 스톤비취컨트리클럽 내 11층 골프텔 숙소에 일행과 도착하여 커튼을 여니, 안흥항-신진도 연육교와 골프장 푸른 잔디가 눈을 가득 채워 온다.
굵은 빗줄기로 변한 날씨는 거센 비바람이 되어 창문을 흥건히 적시고 있다.
심한 폭우로 모든 일정을 멈추고, 준비된 싱싱한 안주거리를 식탁 위 하나 하나 올려 잔을 채워간다.
53% MAO TAI ZHEN의 독특한 향이 식도를 자극하여 넘어 온다.
우중에도 열심이 취미에 심취한 골퍼들을 내려다 보며, 오늘의 여유로움에 다시 만족해하며, 함께 동행하여 준 네 분께 감사 잔을 권한다.
2024.5.11 노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