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참 별난 직업도 많습니다. 그런데 이게 직업이라고요? 그건 아니지요. 그냥 잠간 아르바이트 하는 겁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다고 하지요. 실제 한번은 실수하여 죽을 뻔도 했습니다. 아무리 명사수라고 해도 환경과 개인의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도 있는 것입니다. 그 때는 총알이 밧줄이 아니라 머리로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빗맞아 타고 있던 말만 빠져나가 그대로 교수형이 실행될 수도 있습니다. 돈이 아무리 좋고 급하다 해도 목숨과 바꿀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어느 날 폐업(?) 선언, 동업을 끝내자고 합니다. 마지막 번 돈이나 제대로 나누면 모르겠는데, 그냥 떠나랍니다. 이런 잔인한 동업자라니, 그래서 앙심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막히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는 합니다. 그냥 없애자니 아깝지요. 그래서 사막횡단의 고통을 심어줍니다. 그나마 모자까지 벗기고는 뜨거운 태양을 받으며 걷게 합니다. 마실 것도 주지 않고 자기만 마시며 걷도록 내칩니다. 자기는 여유를 부리며 말을 타고 갑니다. 죽기 직전에 묘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어떻게는 죽어가는 ‘블론디’를 살리려고 발버둥 칩니다. 그만이 알고 있는 비밀을 밝혀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막대한 돈이 걸려 있습니다. 그 입에서 들어야 합니다. 그러니 죽으면 안 됩니다. 남군 복장으로 바꿔 입고는 남군 진영으로 갑니다. 그러나 패배하고 있는 그들에게는 도움 받을 만한 아무 것도 없습니다. 형이 신부로 일하는 수도원을 찾아갑니다.
간신히 살려내고 다시 동행합니다. 도중에 군대를 만납니다. 멀리서 회색복장을 확인하고는 좋아라고 군가를 부르며 맞이하는데 흰 먼지를 뒤집어쓴 북군이었습니다. 이제는 북군의 포로가 됩니다. 포로수용소로 끌려간 두 사람, 블론디는 ‘투코’에게 남군 사망자 ‘빌 카슨’의 이름을 사용하라고 제언합니다. 하기는 자기 이름은 지명수배자로 곳곳마다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투코는 카슨이 됩니다. 포로 등록을 하는데 그 이름을 찾고 있던 상사의 귀에 들렸습니다. 상사는 부하들에게 특별대우를 지시하고 나중에 따로 부릅니다. 이전부터 금궤의 행방을 찾고 있던 ‘세텐자’가 바로 그 이름이 불리는 것을 들은 것입니다. 이제는 두들겨 패서라도 숨긴 곳을 알아내면 됩니다.
남부군의 군자금으로 사용되려는 것이 그만 갱들에게 도적당하여 숨겨졌습니다. 이 악명 높은 갱은 유명 공동묘지에 숨겨두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렸겠지요. 그러고는 남부군에 함께 있다가 그만 전사(?)한 것입니다. 그 비밀을 투코가 알게 되었는데 마지막 순간 위치는 블론디에게 전해진 것이지요. 어쩔 수 없이 다시 동업자(?)가 되었는데 둘 다 북군의 포로가 되었습니다. 블론디는 나름의 능력으로 먼저 탈출합니다. 그리고 카슨으로 이름을 바꾼 투코는 실컷 두들겨 맞으며 이송되다 요행히 탈출합니다. 20만 불의 거액을 찾으려 이 세 사람이 본격적으로 맞섭니다. 포격을 받던 한 마을에서 세텐자는 동행했던 부하들을 다 잃습니다. 이제 혼자입니다.
세 사람의 보물찾기 싸움이 벌어집니다. 기묘한 대결이 펼쳐집니다. 그리고 이 세 사람이 각자 특징이 있지요. 모두가 총잡이인 것은 분명합니다. 실력도 모두 쟁쟁합니다. 그러나 사람 자체는 각자가 너무 다릅니다. 하기야 사람이 같을 수는 없지요. 한 배에서 나온 형제도 다른데 말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이야기의 제목도 거기서 나온 것입니다. 현상금 추적자인 세텐자는 말 그대로 피도 눈물도 없는 자입니다. 돈이면 다 처리합니다. 그 분야에서는 깨끗합니다. 처리를 깨끗이 한다는 뜻입니다. 인간미 없이 말이지요. 투코라는 인물이 좀 모자란 듯 온갖 범죄를 다 저지르고 다닌 자입니다. 그래서 현상금이 많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블론디와 투코가 어떻게 만나서 동업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현상금 추적자로 형 집행을 보다가 만났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 때 현장에서 블론디가 구해주고는 얼마 후 다시 잡아 넘겨줍니다. 그러면 현상금을 받고 형 집행 시 구해주는 일을 반복합니다. 투코의 현상금이 더 이상 오를 것 같지 않으니 동업을 끝냅니다. 그런 과정 속에서 남군의 군자금 20만 불 금궤 피해 사건을 알게 됩니다. 이제 현상금 추적자의 일을 그만두고 보물찾기에 나섭니다. 그런데 혼자서만 찾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눈독들인 자들이 있습니다. 결국 쟁쟁한 총잡이 셋으로 축약됩니다. 어설프고 지저분한 놈 하나, 깔끔하면서 잔인한 놈 하나, 뭔가 차고 비밀스러우면서도 인간미가 흐르는 한 사람.
두 가지 대조가 나옵니다. 하나는 투코라는 인물, 형은 신부입니다. 그런데 투코의 과거가 잠깐 나옵니다.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형은 진작 집을 나가 신부의 길로 들어갑니다. 가족은 돌보려하지 않고 도망갔다고 투코는 비난합니다. 자기는 그 어려운 처지를 이겨내려 별짓 다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열악한 환경이 범죄를 용인해줄 수는 없습니다. 또 하나는 군대의 모습입니다. 명령계통이 명확한 곳이니 누가 부대를 맡고 있느냐, 그 지휘관의 사람됨이 부대를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포로들에게도 법대로 처우를 해주려는 지휘관이 있는가 하면 적과 대치한 상황에서도 술에 쩔어서 전쟁을 치르는 지휘관도 있습니다. 거참! 영화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를 보았습니다. 1966년 작입니다.